속옷시장 판도 변화 예고
속옷시장 판도 변화 예고
  • 정하성 
  • 입력 2003-09-04 09:00
  • 승인 2003.09.0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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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울·비와이씨 등 여성란제리 시장에 도전장비비안 등도 ‘이에 질세라’ 남성 속옷 출시로 맞서“사람들의 알몸을 잡아라.”최근 ‘속옷 시장’전쟁이 불붙었다. 속옷시장에서 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다자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업체간 업종파괴까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팬티, 러닝 등을 생산하는 메리야스업체들이 여성란제리시장의 공략에 나서고 있고, 여성란제리업체들은 남성 속옷 브랜드를 출시하며 이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1조2,000억원대의 속옷시장 쟁탈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13조원으로 추정되는 국내 전체 의류시장에서 국내 속옷시장은 약 9%(1조2,000억)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속옷 시장은 크게 러닝, 팬티, 내의류 등을 생산하는 메리야스 시장과 여성을 중심 타깃으로 한 파운데이션, 란제리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국내 속옷시장은 쌍방울·비와이씨·좋은 사람들의 메리야스 3개사와 남영L&F(구 비비안)·비너스의 여성 란제리 2개사가 연간 1,000억원이 넘는 매출액을 기록하며 수년간에 걸쳐 시장의 주도권을 잡아 왔다.

이들 5개 업체는 전체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며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외에도 현재 300여개의 군소 업체들이 난립하고 있을 정도로 시장의 쟁탈전이 뜨겁다.절대강자도 절대약자도 없는 다자간 경쟁이 계속해서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속옷시장’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 90년대 들어서부터.이전까지만해도 속옷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위생과 보온을 위한 단순한 생활 필수품의 개념이었다. 하지만 90년대이후 생활수준의 향상과 더불어 ‘패션화 바람’이 속옷까지 침투하며 제품의 형태와 기업구조, 유통구조 등 속옷 산업 전반에 걸쳐 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그리고 80년까지 쌍방울, 백양, 태창 등 내의 3사가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독과점을 형성하던 속옷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기존 3사의 아성에 (주)좋은사람들의 보디가드 등 신규업체들이 대거 가세하며, 기존 시장 질서가 붕괴되기 시작했던 것. 또 인터넷과 대형할인점 등의 성장으로 기존 판매망에 변화가 일면서, 기존의 백화점 및 대리점 위주로 유통을 해오던 업체들은 점차 하향세를 맞이하게 됐다.

이에 반해 인터넷과 대형할인점을 공략한 신규업체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메리야스 시장은 지난해 말 현재 쌍방울(매출액 2,650억원)과 비와이씨(1,970억원)의 기존의 2강과 뒤늦게 뛰어든 좋은 사람들(1,000억원), 그리고 태창(720억)이 국내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게 됐다. 또 파운데이션과 란제리시장에서는 전통적으로 강세를 유지해 온 남영L&F(매출액 2,061억)과 신영와코루(1,575억)가 1위와 2위를 차지하며 업계의 선두를 이루고 있으며, 바바라, 와코루, 트라이엄프 등의 고급 수입 제품들도 700억∼1,000억원 정도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본격적인 시장쟁탈전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최근 국내 속옷시장에 또 한번 지각변동이 예고되며 속옷 시장의 판도가 재편 돼 가고 있다. ‘업종파괴’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즉 메리야스업체들이 여성란제리시장의 공략에 나서고 있고, 여성란제리업체들은 남성 속옷 브랜드를 출시하며 이에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메리야스업체의 부동의 1위인 쌍방울은 유럽모드의 종합 란제리 ‘Chaville’을 비롯하여 ‘실버벨’과 맞춤속옷 브랜드인 ‘Chiva nt’등을 개발, 란제리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고부가가치의 패션내의 및 세미아웃웨어 등의 신규상품을 개발하여 기초의류 전반에 걸친 종합의류메이커로서 기반을 확고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신세대를 겨냥한 패션내의 ‘스콜피오’를 출시, 짭짤한 재미를 본 비와이씨도 란제리 전문 브랜드 ‘아미에’·‘르송’ 등으로 매출확대를 노리고 있다. 패션내의로 승부, 몇 년새 급성장한 좋은사람들도 남성속옷시장에서 벗어나 고급 여성란제리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좋은사람들 관계자는 “속옷시장에서 업종의 경계는 무너진 상태다. 살아남기 위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공략이 필수적이다”라며 “내년부터 고급 여성란제리 브랜드를 출시, 틈새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메리야스업체들의 ‘여성란제리 시장’공략에 맞서, 란제리 업체들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우선 여성란제리 전문기업인 비비안의 남성 속옷시장 공략이 눈에 띈다.남영L&F는 최근 남성 속옷 브랜드 젠토프(Gentoff)를 출시하고 남성속옷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회사측은 ‘젠토프’를 세련된 디자인과 현대적인 컬러감각을 지닌 고급 속옷 브랜드로 20∼40대 젊은 남성들에게 확실하게 어필한다는 전략이다. 남영L&F측은 “지난 90년대초부터 여성 속옷 매장에서 소량 판매했던 남성 속옷이 최근 매출 급성장세를 보여 독자 브랜드로 출시했다”며 “고급 소재와 차별화된 디자인을 제공하여 남성 속옷시장을 대표할 수 있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이와 같이 각 업체들이 다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 뛰어드는 형국이 벌어지면서, 업체간 신경전이 뜨겁게 일고 있다. 속옷업체 한 관계자는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무조건 신규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잘못된 상도덕. 하지만 이미 소비자들에게 브랜드가 각인된 만큼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타업체의 시장진출에 대해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정하성  haha7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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