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백상시네마는 “김남숙씨는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우리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며 명예훼손 및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준비중이다. 백상시네마의 맞고소로 법정공방 2라운드에 접어든 이들의 대립이 쉽게 잠잠해질 것 같지는 않다. 일단 70년대 광주 빈민의 우상으로 떠올랐던 고흥숙의 일대기를 골자로한 영화 <형>에서 김씨가 문제삼는 부분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극중에는 주인공 고흥숙(고주원)의 애인으로 장영신(김규리)이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다음은 영화 <형>의 한 장면을 설명한 내용.‘70년대 광주. 여고생들로 구성된 칠공주파와 잔다크파가 시내 중심가인 충장로에서 격돌한다. 피가 튀고 살이 터지는 치열한 싸움에 잔다크파와 친분이 있는 고교생 조직 K-서클이 지원을 나오고 칠공주파의 영신은 치마가 찢기는 수모 끝에 험한 꼴을 당하기 직전이다. 이때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난 흥숙. K-서클의 두목인 두수는 흥숙의 날렵한 주먹 앞에 형편없이 박살이 난다. 도발적이지만 순수한 여성 영신과 흥숙의 첫 대면이다.’김씨는 바로 여기서 7공주파 보스로 등장하는 장영신이라는 인물이 자신의 자전적 소설 ‘암흑세계에 핀 꽃’의 내용에 근거한 캐릭터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남숙씨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7공주라는 이름 뿐 아니라 해당 주인공의 노출신도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형’은 그런식의 왜곡으로 내 명예를 훼손하고 있고 인격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그쪽(백상시네마)에서는 학교클럽 등에서 ‘7공주파’라는 명칭이 널리 사용돼왔기 때문에 나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공공연하게 7공주파 보스는 김남숙이라고 알려졌다. 내 아픔도 아픔이지만 이제 며느리를 봐야할 나이인데, 나중에 그 영화를 보거나 언론을 통해 기사를 접하는 내 주변사람들의 시선도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는 “내가 7공주 생활을 15년 했다. 그때 우리 어머니는 얼마나 마음이 아팠겠나? 나는 그 한 때문에 어려운 환경에 있는 노인들을 도우며 새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7공주파를 거론한 것도 모자라 노출신까지 섞어가며 사실을 왜곡해 영화를 만들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나”라며 강하게 항의했다.
김씨는 영화 속에서 장영신이 강하고 터프하지만 지고지순한 면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것도 자신의 소설속 내용과 매우 흡사하다고 주장했다. 70년대 강원도 강릉지역을 거점으로 했던 여자 폭력조직 ‘7공주파’ 두목을 지낸 김씨는 4년여 가까이 청소년상담소장으로 활동해 오고 있으며 강릉지역 무의탁 노인 돕기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마지막으로 “내가 아파 봤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을 위해 조금의 힘이나마 보태고 싶어 노력하며 살고 있다. 그런데, 7공주파라는 이름으로 사실에서도 더 왜곡된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를 보며 남들은 나를 떠올릴 것 아닌가?”라며 “내 명예를 회복할 때까지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반면, 백상시네마측은 이에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우리의 영화를 조폭영화로 몰아붙이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이다. 현재 변호사를 선임해 상의 중이다. 조만간 우리도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백상시네마 관계자는 “<형>은 분명히 70년대 광주 빈민들의 우상이었던 고흥숙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여기서 고흥숙의 애인인 장영신이 칠공주파 보스로 등장하긴 하나 이는 조폭 보스의 개념이 아닌 일반 여고의 서클 정도의 의미다”라고 설명했다.아울러 그는 “그럼에도 김남숙씨는 우리가 자신의 책 내용을 도용했다고 말하고 있다. 솔직히 7공주파는 한때 전국 곳곳에 있는 여학교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명칭 아니었나? 뿐만 아니라 극의 여주인공 장영신이 김남숙씨임을 암시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자기 나름대로 끼워 맞추며 문제를 만들고 있는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반박의 수위를 높였다. 또, 그는 “영화의 촬영이 8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김씨는 우리에게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 법적대리인과 상의해 조만간 소장을 제출할 것이다. 법적으로 끝까지 대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효순 boom26@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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