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선거 집안싸움 ‘박빙’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선거 집안싸움 ‘박빙’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3-04-15 16:52
  • 승인 2013.04.15 16:52
  • 호수 989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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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원 총재,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왼쪽부터)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 선거를 앞두고 조정원(66) 현 총재에게 홍문종(58) 새누리당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종주국의 집안싸움으로 비화되고 있다.

조 총재는 최근 후보 등록 서류를 제출해 4번째 연임에 나섰고 홍 의원은 조 총재와의 단일화를 주장하며 후보 마감일인 12일 후보등록을 마쳤다.

이런 가운데 재독동포 박수남(66) 독일태권도협회장 겸 세계어린이태권도 연맹 총재도 출마를 선언했고 카말라딘 헤이다로프(52) 아제르바이잔 협회장도 예비후보로 거론되고 있어 치열한 격전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번 총재 선거의 뜨거운 감자는 조 총재와 홍 의원의 대결이다. 그간 수장 자리를 놓고 한국계 인사들끼리 맞붙은 적은 있지만 한국 국적의 후보자가 대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이 태권도와 인연이 없던 홍 의원이 도전장을 내면서 정치권의 개입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에 태권도계는 최악의 총재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홍 의원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단일화를 이루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총재는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입장을 내놔 양측이 상당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두 사람 모두 완주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즉 두 사람이 함께 입후보 한 뒤 내부 교통정리를 통해 둘 중 한명이 사퇴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는 것. 이에 7월 선거까지 양측의 기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정원, 10년 연맹 이끌어
조직력과 명분 우위

4선에 도전하는 조 총재는 2004년 6월 WTF 총재에 부임해 김운용 전 총재의 잔여 임기 1년을 채웠다. 2005년에는 박선재 이탈리아태권도협회장과 맞붙어 승리했고 2009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낫 인드라파나(태국) WTF 부총재와 대결을 펼쳐 연임에 성공했다.

10년 가까이 연맹을 이끌면서 조 총재는 탄탄한 조직을 바탕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재임기간 동안 WTF의 고강도 개혁과 변화를 모색해 한국인의 태권도에서 세계인의 태권도로 변화시키는 노력을 기울인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그는 그간 판정시비가 잦고 재미없는 스포츠라는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경기 규칙을 바꾸고 전자호구 및 즉석 비디오판독 시스템을 적극 도입해 유러피언 게임 등 주요 종합 대회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결과를 이끌어 냈다. 여기에 2020년 런던올림픽 핵심종목으로 남게 되면서 조 총재의 연임 명분도 확실해졌다.

이와 함께 조 총재는 세 차례 총재 선거를 거치면서 다져놓은 세계 태권도계의 인맥이 탄탄하다. 그는 재임 중 사무총장에 외국인을 임명하는 등 글로벌 스포츠로 지평을 넓혀왔고 “무도로서의 태권도는 원형질을 지켜야 하지만 스포츠로서의 태권도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재미있는 경기에 따른 유료관중 확대를 모색해왔다.

다만 조 총재는 국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는 점과 열악한 재정자립도, WTF 사무국 내에서 자신의 친정세력 구축을 위한 매끄럽지 못한 인사 잡음 등이 아킬레스 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WTF는 2008년 베이징 올릭픽 이후 변변한 글로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예산 대부분을 올림픽 TV방영권 수익 분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올해 12월에 출범을 앞두고 있는 세계정상급 선수들만 참가하는 ‘월드 그랑프리 대회’를 서두르는 이유도 재정 확충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속내가 담겨 있다.

홍문종, 여당 정치인
스폰서 유치 나서

후발주자로서 승부수를 던진 홍 의원은 여당의 유력 정치인으로서 스폰서 유치에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밝힐 수 없지만 국내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스폰서 쉽을 해준다는 약속까지 받아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홍 의원은 또 4년 임기 동안 1억 달러(약 1130억 원) 규모의 발전기금을 조성하고 TV 노출도를 높이기 위해 해외 유수 방송사들과 중계권 협약을 단계적으로 성사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해 조 총재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

이와 더불어 태권도의 국내 초등학교 정규 필수과목 채택, 서울에 WTF 본부 건물 신축, 대륙별 태권도 전문학교 설립 등의 공약도 내걸었다.

홍 의원의 공약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소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3선의 정치경력과 ‘친박 실세’로 알려진 만큼 WTF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얻어낼 수 있는 능력과 정치적 역량은 조 총재를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홍 의원 역시 정치인이 국제연맹 총재 선거에 도전함으로 인해 정치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할 스포츠의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조 총재와의 단일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시도하고 있다는 점도 그에게는 부담스러운 점이다. 이는 다양한 채널을 통한 단일화가 자칫 정치적 압력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거 경험이 풍부한 정치인이라도 국제연맹 총재 선거에서는 다년간 쌓아놓은 인맥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홍 의원의 약점으로 꼽힌다.

올림픽 종목 잔류
성과 이뤘지만…

이처럼 WTF 총재 자리를 놓고 종주국의 집안싸움으로 비쳐지면서 태권도계는 득실을 놓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태권도는 조 총재의 공으로 ‘핵심종목 잔류’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뤘지만 정치인인 홍 의원의 도전은 ‘정치 불개입’을 헌장에 못 박은 IOC 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또 핵심종목에서 밀려난 레슬링이 재진입을 위해 사활을 걸고 로비전을 펼치고 있어 태권도로서는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실제 IOC내부에서는 레슬링의 부활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즉 집행위원회(EB)의 결정이 9월 IOC 총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태권도는 EB 4차 투표에서 살아남았기 때문에 14명의 집행위원 중 최대 5명이 태권도 퇴출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점에서 이번에 선출되는 총재가 핵심종목 잔류를 위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내분으로 인해 자칫 외국인 후보에게 총재직을 어부지리로 넘겨주는 것은 물론 핵심종목 탈락의 빌미를 제공해 줄 수 있다며 각별한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한편 WTF는 오는 7월 14일 멕시코 푸에블라에서 열리는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에서 4년 임기의 총재를 선출한다. IOC 위원인 이반 디보스 WTF 부총재를 위원장으로 한 선거관리위원회는 후보자들이 제출한 서류를 검토한 뒤 투표에 참가할 회원국과 집행위원들에게 다음달 13일 이전에 등록 후보 명단 등 관련 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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