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섹시’가 우리 문화의 ‘대세’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 연예, 마케팅과 광고, 영화 등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감성 역시 ‘섹시’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 이제 섹시는 단순히 ‘섹스’의 형용사형이 아니라 그 자체로 세련되고 매력적인 코드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섹시’라는 말 자체가 ‘섹스’를 연상시키는 만큼, 자녀 교육에도 좋지 않을뿐더러, 물질만능주의와 육체에 대한 지나친 집착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같은 경향이 일반인들의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이 아니라 광고와 미디어가 만들어낸 일종의 ‘판타지’에 불과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섹시’는 지금의 대중문화를 이끌어 가는 강력한 트렌드이며, 이같은 경향은 향에도 강화됐으면 강화됐지 결코 약화되지는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직장여성 김모양(27)은 자신의 외모 가꾸기에 한창이다. 이제 직장생활을 한지 3~4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섹시한 여성’에게 이 사회가 주는 프리미엄에 대해서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섹시하다는 것은 단순히 섹스를 연상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의 가장 첨단화된 트렌드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매력적인 것이 호응을 받지 못하는 때가 있었던가. 과거에는 늘 아름답고 예쁜 것들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아왔고, 지금의 섹시 트렌드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단지 단어만 달라졌을 뿐이지, 그 본질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 같은 젊은 사람들이 세련된 최첨단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섹시는 최첨단 라이프 스타일?
이는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중년이 되어도 ‘뚱뚱한 아저씨’의 이미지를 거부하고 ‘꽃중년’의 모습으로 나름의 섹시함을 추구하는 남성들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40대 초반의 직장인인 김모씨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이제 40대 초반을 지나기 시작하면 아저씨라고 이야기를 들어도 무방하다. 하지만 요즘이 어디 그런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늘어났고, 이제는 더 이상 나이의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에게 섹시란 ‘젊게 사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건강하고 긍정적으로, 그리고 남들이 보기에도 멋있게 살아가고 싶은 것은 누구에게나 있는 욕구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나는 섹시하게 늙어가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사실 최근 ‘섹시’란 말은 원래의 의미보다는 상당히 순화된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음란하고 문란한 모습’을 연상시키는 것이 바로 ‘섹시’라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까지도 이러한 이미지 때문에 섹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대적인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는 법.
또한 매체에서 보여 지는 섹시의 수위도 과거와는 상당히 많이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과거에는 연예인의 ‘누드화보’가 섹시의 중심을 이뤄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섹스’라 강하게 결부되어 있는 것이 섹시의 이미지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누드 화보를 찍는 연예인들도 없고 그렇게 찍었다고 해도 돈도 되지는 않는다. 이제는 보다 아슬아슬하고 세련되게, 그리고 좀 더 고급스럽게 몸을 보여주고,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상상하는 섹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점점 더 고급스러운 섹시미 연출
따라서 매스 미디어에서 보여 지는 엄청난 양의 ‘섹시 이미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거부할 수 없는 강렬한 메시지를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돌 가수들이나 중년의 나이에도 여전히 예쁜 여배우들을 비롯해 각종 광고에서 보여 지는 섹시한 이미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경탄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도 이러한 섹시 코드를 전면적으로 내세운 작품들이 적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미인도>와 <쌍화점>과 같은 작품들이다. 또한 최근에도 이러한 섹시를 내세운 작품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에 대해서 거부감을 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섹시 문화코드 자체가 일종의 물질 만능주의에서 기인하고 있으며, ‘몸’에 대한 지나친 집착으로 정신 문화의 쇠퇴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해석하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사회의 ‘섹시’는 얼마든지 돈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얼굴과 몸은 성형을 하면 되면, 피부는 돈을 들여 마사지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의 몸매를 충분히, 그러나 아름답게 드러내주는 옷 역시 돈을 들이면 누구나 구입을 할 수 있다. 결국 섹시라는 문화적 현상 뒤에는 대중에 대한 자본의 ‘맹폭’이 도사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한 문화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현대 사회에서 문화는 결국 자본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가장 앞서서 문화를 전파하는 것도 기업이고, 그것을 광고와 매스미디어에 노출시키고 트렌드를 만드는 것도 결국에는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본과 문화가 결합되어 만들어내는 섹시 트렌드는 소비문화를 양산하고 이를 통해 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거둬들이고 있다. 여기에 대중들은 허수아비처럼 ‘섹시’를 따라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무엇보다 아직 문화에 대한 견해와 판단력이 부족한 청소년들이 이러한 섹시 문화에 물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걱정하는 어른들도 적지 않다. 또한 청소년 시절에 머리에 박힌 섹시에 대한 이미지가 성인이 되어서도 그대로 간다는 점에서, 향후 섹시 코드는 대한민국의 중심 문화코드가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거기다가 일단 ‘돈이 되는’ 마케팅이 섹시 마케팅이다 보니 기업들도 이를 포기할 가능성이 쉽지 않다. 그런만큼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섹시 코드에 열광하는 날도 그리 멀지는 않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서준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