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이사장 퇴진 요구 봇물
건국대 이사장 퇴진 요구 봇물
  • 최은서기자
  • 입력 2013-04-15 10:14
  • 승인 2013.04.15 10:14
  • 호수 989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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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희 버티기에 구성원들 ‘부글부글’
▲ 뉴시스

‘장및빛 전망’ 스타시티 사업이 ‘돈 먹는 하마’로
“정치적 인맥 통해 자리 보전·이익추구” 주장도

[일요서울|최은서 기자]건국대가 이사장 사퇴 문제를 놓고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럽다. 김진규 총장 퇴진 사안으로 한동안 홍역을 앓았던 건국대가 이번에는 김경희 이사장으로 불씨가 옮겨진 것. 건국대학교 교수협의회, 노동조합, 동문교수협의회, 설립자 자녀 모임, 총학생회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김경희 이사장의 사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는 “제기되고 있는 많은 의혹들에 대해 상세히 밝히고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비대위는 지난달 31일 교육부에 학교법인 운영과 재산 일반에 대한 특별감사와 김 이사장의 이사 취임승인 취소를 신청했다. [일요서울]은 비대위의 ‘특별 감사 신청서’를 통해 김 이사장 관련 의혹들을 들추어 봤다.

김경희 건국대 이사장이 수많은 의혹의 중심에 놓였다. 건국대의 ‘명문사학’ 도약의 꿈을 담은 프로젝트였던 스타시티 사업이 김 이사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 이사장은 부임 직후 2002년 3만 평에 이르는 대학 교육용 부지를 상업시설로 용도 변경해 스타시티 사업을 시작했다. 건국대 측은 이 사업 전망을 ‘장및빛’으로 낙관했다. 건국대 측은 스타시티 건설이 완료되면 매년 300억 원의 수익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이 수익 중 최소 200억 원은 2008년부터 대학에 전출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김 이사장도 “이 사업이 마무리되는 2008년부터는 임대수입 등으로 매년 300억 원 이상이 재단에 유입 된다”며 “건대는 이를 바탕으로 2011년까지 3대 사학이 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규모 적자로 고전

그러나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스타시티(건국AMC, 더 클래식 500)사업은 매년 감가상각비를 포함해 약 200~300여 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특히 김 이사장이 ‘수익사업’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더 클래식 500’의 경우 대규모 적자로 고전하고 있다. 더 클래식 500의 사업계획은 500가구의 입소보증금 6000여 억 원과 휘트니스 회원권 보증금, 클래식 내 상가 임대보증금 1000억 원을 포함해 총 7000억 원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당기순손실 236억 원을 기록하고 말았다. 비대위에 따르면 건국대 법인의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결산보고서 및 2012년 예산서에 의하면 건국대 법인이 현재 운영하고 있는 4곳의 수익산업체(건국AMC, 더 클래식 500, 건국유업·건국햄, 건국빌딩)는 매년 합계 약 30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입었다.

문제는 스타시티 사업의 부채가 건국대 법인의 목줄까지 죄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마다 적자가 누적돼 2015년에는 부채비율이 1000%에 이르는 등 자본이 잠식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비대위측은 건국법인의 재정 상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고 건국 법인 자체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재정상황의 악화는 교육환경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비대위는 또 김 이사장이 스타시티의 펜트하우스를 2007년부터 2012년 말까지 개인적 용도로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펜트하우스는 327㎡(약 100평) 규모로 시가가 42억 원에 달하며 관리비 등 약 1억 원 상당을 학교법인이 지급하도록 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불륜설에 학력논란까지

김 이사장을 둘러싸고 경영부실 문제 뿐 아니라 개인적 치부라고 할 수 있는 ‘불륜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건국대 비대위가 교과부에 낸 감사신청서에도 김 이사장의 불륜 의혹에 대해 상세히 적혀있다.

비대위는 김 이사장이 3명의 유부남과 내연관계를 맺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에서도 김 이사장의 불륜 의혹을 놓고 일대 소란이 일기도 했다. 건국대 내에서 한 여성이 “김 이사장에게 남편을 빼앗겼다”고 주장하며 학교정문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또 학교 구성원들에게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유인물을 편지의 형태로 알리기까지 했다. 당시 이여성은 퇴거불응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뒤 벌금 200만 원을 물었다. 비대위는 “김 이사장 뿐 아니라 학교 법인 자체의 명예를 크게 훼손시킨 것이다. 김 이사장의 각종 비위행위는 복잡한 남자관계에서 주로 기인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이사장이 내연남과의 관계 때문에 교수를 부당임용하고, 판공비 횡령, 학교 소유의 수익용 기본재산 부당사용, 모 기업에 일감몰아주기 등이 빚어졌다는 주장이다. 

이 뿐 아니라 학력논란까지 빚어졌다. 김 이사장은 한양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를 졸업했다고 했으나 정규학생이 아닌 청강생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마운트 세인트 메리 칼리지는 편입허가만 받았을 뿐 실제 다닌 적 없으며, 로스앤젤리스 시티 대학은 비인가 대학이었다. 또 캘리포니아 코스트 대학은 등록 후 다니지 않아 제적됐다.

노조 관계자는 “대학 수장인 김 이사장이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경영능력이 무능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법인 측은 관련의혹을 부인하며 “모든 의혹은 소명해서 명명백백히 밝힐 것이다. 최대한 교육부에 성실히 답변할 것이고 문제가 있다면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앞서 건국대는 지난 3월 박희태 전 국회의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을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임용했다. 이에 따른 학내 반발이 상당했다. 이른바 ‘돈 봉투 사건’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박 전 국회의장을 임명한 것은 적절치 못한 처사라는 지적이었다. 임용기간은 1년 단위로 최대 5년이다.

석좌교수 임용 논란

두 인사의 임용을 두고 일각에서는 여러 말들이 무성했다. ‘건국대가 정치적 인맥을 통해 이익 추구를 하려고 하는 것’ ‘김 이사장이 자신을 두고 여러 의혹들이 불거지자 의혹을 차단하고 자기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 박 전 국회의장과 안 전 대법관을 임용한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건국대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 이사장과 관련된 의혹 파장 등을) 막아달라고 했을 것이다. 김 이사장은 인맥이 굉장히 넓다. 정치권 등에 연줄이 많은 것으로 안다. 외부의 힘을 빌어 내부에서 불거지는 것들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르나 내부 구성원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란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건국대 법인의 한 관계자는 “총장 전결 사항으로 이사장 결재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최은서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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