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의 기자회견…LH공사의 만사휴의와 포두서찬에 대한 경고
이재명 성남시장의 기자회견…LH공사의 만사휴의와 포두서찬에 대한 경고
  • 김대운 기자
  • 입력 2013-04-12 18:43
  • 승인 2013.04.12 18: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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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김대운 기자] 이재명 성남시장이 11일 오전 11시30분 시청 온누리 홀에서 LH 공사의 책임있는 해결책을 요구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본시가지 재개발사업 정상화를 위한 추가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이 시장은 “성남시 2단계 재개발지역 주민과 분당 백현동일대 주민들이 사업지연으로 인해 오랫동안 많은 고통을 겪어왔다”고 전제한 뒤 “부동산 경기침체가 주된 원인이지만 공기업인 LH의 무책임한 사업 중단으로 인해 3년이 넘도록 많은 혼란과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LH공사를 강하게 비난했다.

이 시장은 또 “사업시행자인 LH는 성남시 도촌, 여수, 판교 등 택지개발을 통해 이익 만을 취하고 그 사업들이 모두 끝나고 나니 이제는 공적 책무는 저버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한 뒤 “LH가 시행사로서 사업을 성실하게 수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만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목소리 톤을 높혔다.

이 시장은 “본 시가지의 지지부진한 재개발사업을 정상화 시키고자 2011년 1월 용적율 완화 등 사업성 개선방안을 발표해 세대당 3∼5000만 원의 주민부담을 경감시킨 바 있고 매년 평균적으로 500억 원씩, 지난해까지 총 7106억 원의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기금을 조성해 주거환경 정비사업에 6025억 원을 지원하는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운 대규모 재정지원을 해왔음에도 시의 재개발사업은 표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고심 끝에 2단계 재개발사업지구에 대한 중대 결심을 하게 됐다”고 밝힌 후 “백현동 이주단지에 입주대상자들을 조기 입주시키고 그에 따른 손실을 주민이 부담하지 않도록 1320억 원의 정비기금을 무이자 융자해 3년간 지속된 공가(空家)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연간 130억 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LH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한편 권리자에게는 임대보증금 반환부담을 경감해 주겠다”고 밝혔다.

또 “미분양분은 고통분담차원에서 시와 LH가 모두 인수해 시가 매입한 주택은 임대주택 또는 재개발이주단지 등으로 활용하고 일정기간 환매권을 보장해서 주택가격 상승 시 주민들이 환매하여 일반 매각할 수 있게 해 주민부담이 최소화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LH는 인수물량을 매입임대주택, 장기임대주택 등 기타 공익적 목적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내 놓았다.

이 시장은 사업 중단시의 매몰비용 일부를 시가 분담함으로서 사업의 안정성을 확보해 주기 위해 사업중단 시 발생하는 선이주비용 약 47억 원, 소송결과에 따라 발생할 수도 있는 주거 이전비 약 270억 원을 LH공사가 부담스러워 하고 있는 부문이라며 이를 해소해 주겠다고 통 큰 양보를 했다.

이 시장은 이밖에 2단계 사업지구에는 중대형을 소형으로 변경하여 분양세대수를 늘리고, 지역난방 도입을 적극 지원하는 등 일반 분양률 제고조치와 관련법 개정 등의 재추진과 함께 국공유지 무상양도를 할 수 있도록 조치해 사업비 부담을 대폭 낮추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시장은 2단계 재개발사업 중단에는 사업시행자인 LH의 소극적인 태도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한 뒤 LH의 입장까지 배려한 우리시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00만 시민들과 함께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권리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 한다’는 법언(法言)까지 들면서 LH공사가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모습보다는 자신들의 경영상의 어려움과 입장만을 앞세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 시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LH공사의 태도는 만사휴의(萬事休矣)와 포두서찬(抱頭鼠竄)의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만사휴의(萬事休矣)는 모든 일이 끝났다, 어떻게 달리 해볼 도리가 없다는 뜻으로 같은 말로 도로무공(徒勞無功)도 있다.

송나라 역사서 중 형남고씨세가에 전해 오는 말이다.

당나라가 망하고 송(960∼1127) 나라가 일어날 때까지 53년 기간동안에 중원에는 서로 영토를 확장하고 왕권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시절이었고 중원의 아귀다툼 열 나라 중에 형남과 같은 보잘것없는 작은 나라도 있었는데 이 나라의 왕인 고종회가 아들 고보욱을 분별없이 귀여워했다.

고보욱은 상대방이 아무리 화난 얼굴로 날을 걸거나 쳐다보아도 싱글벙글 웃는 버릇이 있었다.

이같은 사실을 안 백성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탄식을 했다.

모든 일이 끝장났다.

과연 고보욱은 왕위에 오르자 나라 일은 팽개치고 사치와 방탕에 빠져 지냈고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 형남은 멸망하고 말았다.

이와함께 포두서찬은 무서워서 달아나는 쥐처럼 몰골사납게 얼른 숨는 것을 뜻하며 매우 낭패해 급히 도망칠 때 사용되는 고사 성어로 한서열전에 나오는 말이다.

LH공사가 혹시 성남 본시가지 재개발 사업에 대해 감탄고토(달면 삼키고 쓰면 밷는 것)의 현장으로 치부하며 포두서찬의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려되면서 마치 송나라 형남의 백성들이 탄식의 대상으로 삼은 고보욱이라는 인물이 교차되어 뇌리를 스쳐간다.

LH공사는 성남시 본시가지 시민들의 한 맺히고 응어리진 목소리가 집단으로 표출되기 전에 이재명 시장이 기자회견에서 통 큰 제안을 한 만큼 반드시 결자해지하는 성숙된 자세로 임해야 한다.

이것은 LH공사의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dwk0123@ilyoseoul.co.kr

김대운 기자 dwk0123@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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