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출마 대가 ‘뭔가’확약 받았나
불출마 대가 ‘뭔가’확약 받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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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5-03-04 09:00
  • 승인 2005.03.0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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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일 전당대회를 앞둔 열린우리당이 본격적인 당권 경쟁에 진입했다. 지난 2월20일 문희상·신기남 의원의 공식 출마선언과 24일 후보추천을 시작으로 당내 주요 그룹의 합종연횡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주 초를 고비로 경선 구도가 한층 선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열린우리당 안팎에서는 당의장 경선과 관련, 초반 ‘김’이 빠졌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당권 도전 여부를 놓고 고심해온 김혁규 의원이 지난 2월18일 경선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대세론’을 일으킨 문희상 의원과 지지기반이 겹쳐 판세를 예측할 수 없을 것이라는 당내 무성했던 관측도 이제는 꼬리를 감추고 있다. 애초 문 의원과의 한판 승부가 예견됐던 김 의원. 과연 그가 불출마를 선언한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한나라당 탈당과 참여정부 2기 국무총리 불발 이후 재도약을 준비해왔던 김 의원에게 이번 전당대회는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다.

당내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첫 시험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불출마를 선언했다. 일단 당 안팎에서는 친노직계 그룹의 후보 난립이 김 의원에게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참여정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 의원의 초반 세몰이, 염동연·한명숙 의원 등의 각개 약진은 김 의원이 불출마 의지를 굳히는 데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의 경우 친노직계라는 점에서 일정 부분 김 의원과 지지기반이 겹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또한 여권 내에서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기류가 분명해진 것 역시 김 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김 의원은 총선 직후 불거진 열린우리당의 ‘실용’이냐 ‘개혁’이냐의 갈등에서 실용에 무게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 경제특보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던 게 사실이다. 이러한 당의 정체성과 정책기조를 둘러싼 노선투쟁에서도 김 의원은 문 의원과 겹치는 사태를 빚었다.

문 의원은 지난 20일 당의장 경선 출마를 선언하며 “개혁의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개혁의 원칙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고, 소모적 개혁이 아닌 생산적 개혁이어야 한다”며 실용노선을 강조했다. 이처럼 민선 3기 경남도지사, 열린우리당 영남권 대표성, 참여정부 2기 총리 지명자로서 열린우리당 당권 경쟁에 나선 첫 무대인만큼 김 의원이 이번 전당대회에서 그에 걸맞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경우의 ‘예상 후폭풍’이 불출마 선언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이번 전당대회가 ‘1인2표제’로 치러져 ‘김-문’의 전략적 연대 모색이 가능할 것이라는 애초의 관측이 무색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즉, ‘대망론’을 키워온 ‘김-문’의 입장에서 당의장이냐 상임중앙위원이냐의 갈림길에서의 ‘연대’는 성립할 수 없다는 것. 때문에 일련의 교통정리를 통해 ‘문희상-출마, 김혁규-불출마’라는 구도가 등장했을 것이라는 게 열린우리당 안팎의 분석이다. 김 의원의 문 의원 지지는 결국 ‘김혁규-문희상 빅딜’이라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대세론’으로 초반 기세를 선점한 문 의원은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따른 최대의 수혜자로 꼽힌다. 2월 초까지 전국적인 세몰이를 통해 당의장 도전에 전열을 다져온 김 의원의 전국적 조직표가 문 의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와 관련, 당 주변에서는 김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앞서 청와대 독대가 이뤄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자연스레 불출마를 선언한 김 의원의 향후 정치적 목표가 무엇인가에 시선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물론 화려한 김 의원의 경력에 어울리는 또 다른 자리나 역할을 맡을 것이란 게 당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물론 그 자리는 참여정부 3기 총리다. 김 의원의 한나라당 탈당 이전부터 노 대통령과의 청와대 독대 자리에서 ‘차기 총리’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비록 몇 개월 전 한나라당의 반대와 열린우리당 일각의 반대로 인해 노심(盧心)이 결국 이해찬 현총리로 선회했지만, 노 대통령이 김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겠다는 뜻을 굳히고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거듭 자신의 뜻을 전했다는 일련의 사실은 김 의원의 정치적 선택의 청사진을 더욱 분명히 해주고 있다.<김정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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