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2월25일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후 구성된 문희상(현 열린우리당 의원) 비서실장 체제는 이른바 대통령과의 ‘코드’가 인사의 골격이었으며, 실상 개혁성과 정무기능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었다. 참모진은 구여권(민주당 출신들) 인맥과 386세력, 민변, 측근그룹의 결합으로 구성됐다. 문희상 비서실장을 비롯해 유인태(정무수석), 문학진(전 정무 1비서관), 박재호(전 정무 2비서관) 등 구여권 인사들이 정무파트에 포진했다. 비서관급은 노 대통령의 측근그룹이 전면에 배치됐다.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최도술씨가 총무비서관, 이광재 의원은 국정상황실장, 민주당 후보시절 광주 경선 승리를 이끌었던 양길승씨가 제1부속실장, 서갑원 의원은 의전비서관으로 임명됐다. 여기에 이호철(민정비서관), 천호선(참여기획비서관) 등 386세대 측근들과 문재인(민정수석), 이석태(공직기강 비서관) 등 민변 출신도 참모진에 합류했다.이 진용은 문 실장이 2004년 4·15 총선을 앞두고 비서실장직을 떠날 때까지 세 차례의 조직개편이 단행됐다.
이 과정에서 참모진의 부침이 있었다. 예를들면 민주당 부대변인 출신인 김현미 당시 국내언론 1비서관(현 열린우리당 의원)은 1차 조직개편(2003년 5월7일)에서 국내언론 비서관으로, 2차 조직개편(2003년8월17일)에선 정무 2비서관으로 보직을 이동하며 청와대 내 핵심으로 등장했다. 또 윤태영 연설담당 비서관은 송경희 대변인이 경질된 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윤태영 대변인시대’를 열었고, 대선 당시 노무현 캠프에서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지낸 이병완 기획조정비서관은 홍보수석으로 승진했다. 이밖에도 정만호 정책상황비서관이 의전비서관으로, 천호선 참여기획비서관은 정무기획비서관으로, 서갑원 의전비서관은 정무 1비서관으로 각각 핵심 보직을 꿰찼다. 문희상 실장 체제하에서 청와대 브레인집단은 외부 수혈보다 내부 비서관급의 대폭보직이동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친노 386그룹은 노 대통령과 정치적‘코드’가 맞아떨어져 후일 참여정부의 새로운 파워그룹으로 세력을 키워나갔다. 문재인-이호철 라인으로 이어지는 민정수석실 투톱체제를 정점으로 ‘부산파‘ 실세 그룹도 이즈음 형성됐다. 이같은 1기의‘코드형’인사는 2004년 2월13일 김우식 연세대총장이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변화가 생겼다. 총선출마를 위해 문희상, 유인태, 이광재, 서갑원, 김현미, 박범계 등 많은 참모진들이 썰물처럼 청와대를 빠져나간 자리에 ‘김우식 군단’이 채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를 두고 세인들은 노 대통령의 친위그룹이 ‘코드’에서 ‘실무‘로 이동했다는 평을 했다. 이는 탄핵에 대한 헌재판결이 나온 후 이루어진 청와대 참모진용에 대한 4차 조직개편(2004년 5월16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사회정책수석에 이원덕 한국노동연구원장, 정책기획비서관에 권태신 재경부 국제업무정책관, 교육문화비서관에 최수태 전 경남 부교육감, 국정기록비서관에 정인화 전 경향신문 사회부 차장, 시민사회비서관에 황인성 한겨레통일문화재단 사무처장, 이주흠 외교부 3급 공무원이 연설팀 비서관급으로 기용되는 등 새 인물들이 대거 입성했다. 총리실의 기능강화와 분권형 국정운영 시스템이 도입돼 이뤄진 5차 조직개편(2004.12.22)에선 정책실의 기능이 경제정책 강화쪽으로 방향을 유턴하며 경제관료 출신들이 중용됐다. 사실상 친노 친위대 상당수가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문성을 가진 실무파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 셈. 또 1기부터 위세를 떨치던 정무 파트가 사라지면서 노 대통령은 정치형에서 관리형으로 참모진을 재구성했다.
특히 김 실장 체제가 들어선 이후 박봉흠 전 정책실장, 이정우 정책기획위원장, 김병준 정책실장 등 관료형 인사들이 전면에 등장했다. 이 배경에는‘경제활성화’가 참여정부의 키워드로 등장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들이 전면에 배치되면서 청와대 참모그룹 진용은 ‘개혁’에서 ‘실용’으로 확실히 얼굴이 바뀌었다.2기를 맞아 청와대 비서실 진용이 초기의 친노 중심에서 실용으로 바뀌면서 기존 친노그룹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그러나 건강을 이유로 사임했던 문 수석이 시민사회수석을 거쳐 다시 민정수석에 컴백한 부분은 노 대통령이 친노그룹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을 보여준 단면이기도 하다. 천호선(전 의전비서관)이 국정상황실장에, 윤태영 전 대변인이 제1부속실장에 승진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최근 노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부조력자 중 한 사람인 조기숙 이대 교수가 홍보수석에 발탁된 부분은 집권 3년을 맞은 청와대의 향후 친위부대의 구성방향과 어떤 연계성을 가질 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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