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김대운 대기자] 1980년대 후반 노태우 정부시절 추진됐던 제1기 신도시 200만호 주택 건설사업은 성남(분당), 안양(평촌), 고양(일산) 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졌다.
당시에는 대규모 주택사업 추진에 따라 시멘트, 철근, 모래 등 골재의 품귀로 중국에서 질 낮은 포대 시멘트 수입, 염분이 함유된 바다모래 사용 등 주거의 품질보다 양적 공급확대가 주요 정책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초고층 아파트의 등장, 첨단 시스템을 갖춘 주거환경, 무인경비에 이은 주차장 확보, 단지 내 생태조경 등등 공동주택 건설기준이 눈부시게 발전했다.
주거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음에도 1기 신도시 공동주택 입주자들은 리모델링 외에 주변 환경 변화에 순응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1기 신도시 공동주택입주민들이 적립해 온 장기수선비용이나 특별수선충당금의 비용으로는 주차장 부족이나 노후시설의 대대적 수선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특히 당시에는 내진 설계도 없이 주택이 공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1기 신도시는 외부 환경 개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부 건물에 대한 점검이 중요한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20년이 넘은 콘크리트 구조물은 물리적인 노후화가 진행되는 시점이어서 리모델링을 통해야만 건물 노후화를 상당부문 지연시킬 수 있어 주민들의 리모델링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작금의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중·장기적인 공동주택 리모델링 계획이 없었다.
주민들도 건물 내부 전용 공간에 대한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 등에는 적극적 투자의지를 보였지만 건물의 구조보강이나 내구성 향상에는 소극적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정부도 공동주택의 대규모 리모델링에 대해 부동산 정책측면으로 접근해 투기 억제 대책의 일환으로 만 접근해왔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주민 이주가 필요한 대규모 리모델링 사업에 대해 재건축 사업 이상의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펴 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대규모 주민 이주에 따른 재건축이 아니라면 건물 노후화를 예방할 수 있는 리모델링 사업을 펼쳐야 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리모델링은 그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기회를 놓쳐버리면 과다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공동주택의 슬럼화 현상은 불을 보듯 뻔하게 진행된다.
이런 때에 정부가 부동산시장 정상화 대책의 하나로 공동주택 리모델링 사업의 수직증축을 허용하기로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1기 신도시 공동주택 입주민들에게는 가뭄에 단비같은 반가운 소식이다.
또 세부적으로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에 대해 구조 안정성검토를 의무화하고, 지자체별로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받도록 한다는 것은 지자체에게 지역실정에 맞는 리모델링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주겠다는 의미다.
이같은 중앙정부의 정책 변화에 지자체장의 눈물겨운 줄기찬 노력이 크게 한 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야말로 관련 시민들과 지방자치 단체장의 수적천석(水滴穿石: 물방울이 돌을 뚫듯이 작은 노력이라도 끊임없이 계속하면 큰 일을 이룰 수 있는 것)이요, 위민자 천자지이복(爲民者天者之而福:백성을 위하는 사람은 하늘이 복을 주는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이재명시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시장은 4월 2일 기자회견을 갖고 “2010년 취임 첫해 리모델링 민·관의 공동 T/F팀을 발족시킨 뒤 ‘성남형 리모델링 정책’을 만들어 냈으며 2011년 11월에는 1기 신도시 공동으로 국토해양부에 제도개선 입법을 건의해 ‘세대수 증가 및 일반분양 허용’이 가능한 주택법 일부 개정이라는 성과를 이끌어 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또 “2012년 3월에는 수직증축을 허용하고 안전진단 및 리모델링 기금 설치를 위한 근거 규정을 마련해 줄 것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으며, 전국 지자체 최초로 성남시차원에서 리모델링을 지원하고자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해놓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리모델링협회와 업무협약을 통해 민간 업무협력 방안까지 마련함으로서 성남형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 실행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고 밝힌 이시장의 그간 경주해 온 노력을 보면 1기 신도시 여느 지자체장보다 앞서 시민을 위한 선즉제인 후즉인제(先則制人 後則人制 :무슨 일이든 남보다 빨리하면 남을 제압하고 나중에 하면 남에게 제압을 당한다.史記 항우본기)의 사고(思考)였던 것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
성남시는 15년 이상된 공동주택이 164개 단지 10만3912가구로 분당구의 경우 전체 75%에 달하는 122개 단지 8만6399가구가 몰려 있다.
이 시장은 “공동주택이 노후화되면서 녹물과 누수, 주차공간 부족으로 삶의 질 저하, 주거환경 악화로 인한 지역경제 위축, 주거매력도 하락, 도시지역 슬럼화방지 등의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1단계로 리모델링 지원 기금 마련을 위해 10년간 5000억 원을 조성하고 2단계로 재건축연한이 도래할 때까지 총 1조 원의 기금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을 설치해 지원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금 관리·운영 조례 제정’을 통해 일반회계에서 500억원/년 리모델링 기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실현불가능 한 얘기가 아니다.
또 분당지구 단위계획구역을 리모델링 지구로 전환 지정하여 체계적인 도시재생을 지원할 것이며, 그중 즉시 사업추진이 가능한 단지를 선별하여 ‘성남형 리모델링 시범사업지구’ 로 선정한 뒤 리모델링 기금을 우선 지원하고 시 차원에서 법적 행정적 지원을 해 나가고 이를 위해 리모델링 전담기구인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시장 직속 기관으로 설치한 뒤 민간전문가를 영입해 사업추진을 돕고 단지별 맞춤형 리모델링 시행방안을 연구개발토록 운영해 분당구 명품도시의 명성회복을 통한 ‘분당 르네상스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밝혔다.
불혹(不惑)의 나이인 40주년을 맞는 성남시의 계사년.
분당 르네상스 시대 초석을 열어갈 이 시장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면서 시의회도 시발전을 위한 수레바퀴 역할을 해야함으로 적극 협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시장이 염두에 둘 부문을 한 가지 소개하고자 한다.
후목분장(朽木糞牆)의 뜻을 아로새길 것을 부탁하고자 한다.
후목분장(朽木糞牆)은 ‘썩은 나무에 조각하거나 부패한 벽토에 흙칠을 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다’ 라는 뜻으로 썩어빠진 정신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무리 꾸짖거나 가르쳐도 희망이 없으므로 열정과 의지를 갖춘 정확하고 명석한 두뇌의 인재를 써야 한다는 뜻으로 논어(論語)공야장편에 나오는 얘기다.
리모델링 전담기구인 ‘성남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지원센터’를 시장 직속 기관으로 한 뒤 민간 전문가를 두겠다고 밝혔기에 이 시장이 후세인들에게 성남 역사에 길이 기억되는 명승(名承)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dwk0123@ilyoseoul.co.kr
김대운 대기자 dwk0123@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