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최대 사업 ‘바빌론의 저주’ 될 수도
MB정부 최대 사업 ‘바빌론의 저주’ 될 수도
  • 오병호 프리랜서
  • 입력 2013-04-08 14:31
  • 승인 2013.04.08 14:31
  • 호수 988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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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제2월드 허가 사정 준비 MB실세 로비스트 의혹 증폭

 [일요서울 ㅣ 오병호 프리랜서] 박근혜 정부 들어 기업사정이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최근 검찰 주변에서는 기업 수사에 대한 여러 전망과 추측이 나돌고 있다. 재계에서도 “곧 모 기업이 수사를 받을 것”이라거나 특정 기업이 전 정권 비리와 관련해 내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지난 2월부터는 롯데에 대한 여러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 뿐 아니라 공정위와 국세청 등 사정기관 전반에 걸쳐 롯데그룹에 대한 조사가 있을 수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정치권에서는 “사정기관에서 MB정권의 수혜 기업들에 칼을 겨누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동시에 몇몇 기업이 언급되고 있다. 유력시 되는 기업 중 하나가 바로 롯데다. 롯데는 MB정부에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기업으로 꼽힌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롯데타워 건설허가를 받아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선을 앞둔 지난 10월경부터 정치권에서는 롯데 타워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 롯데타워 인허가 과정에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했으며, 정권이 바뀌면 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 제2롯데월드

최근 기업사정과 관련된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기업 살생부까지 거론되고 있다. 대체로 기업들은 숨죽이고 있는 분위기지만 범롯데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하다. 사정기관에서 흘러나오는 여러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다.

검찰과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사정기관의 칼날이 롯데, 푸르밀, 농심 등을 겨누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여러 위기를 넘겨온 롯데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이 들린다. 청와대가 롯데 사정을 기획하고 하명할 것이라는 소문이 정치권에 파다하다.

롯데타워 신축허가는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매 정부에서 거부돼 왔던 사업이다. 롯데는 허가를 받기 위해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상당한 로비와 설득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군사적인 이유로 허가는 문턱에서 좌절됐다.

고층빌딩 전설과 징크스

고층빌딩과 관련된 세계 공통의 징크스가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500m 이상의 고층빌딩을 지으면 주변이나 해당 국가가 경제위기에 놓이는 징크스에 시달리게 된다는 말이 있다. 이를 두고 ‘바빌론의 저주’라고 한다. 잠실 신천동에 짓고 있는 제 2롯데월드는 세계 최고층 높이인 123층으로 첨탑포함 555m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 빌딩 건설을 놓고 징크스가 현실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무엇보다 이 건물 신축 사업은 여러 면에서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에서는 지난 정부의 핵심 비리 의혹 가운데 하나로 롯데월드 제2 타워를 꼽고 있다. 현실적으로 허가를 내 줄 수 없는데도 허가가 났다는 게 그 이유다.

이에 2011년 11월 경 제2롯데월드 신축 반대 소송을 냈다. 하지만 최근 소송은 원고측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 부장판사)는 지난 22일 김모씨 등 7명이 “잠실 제2롯데월드 신축 허가를 취소해달라”며 송파구청을 상대로 낸 건축허가사항 변경허가처분 취소소송(2011구합38292)에서 각하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행정처분의 직접 상대방이 아닌 제3자가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낼 때는 개별적이고 직접적인 이익이 있어야 한다"며 "김씨 등이 침해당한다고 주장하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은 공익보호의 결과를 국민이 공통적으로 가지는 일반적이고 간접적인 이익이기 때문에 행정소송을 낼 법률상 이익이 없다"고 밝혔다.

또 "김씨 등의 주소는 인천과 부산 등으로 환경영향평가 대상 지역 주민이 아니기 때문에 환경피해를 받거나 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김씨 등은 롯데건설이 송파구에 건설 중인 123층 규모의 롯데월드타워에 대해 “성남전술항공기지에 진출입하는 전술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주고, 건물과 전술항공기가 충돌할 위험이 있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소송의 결과는 김씨 등이 신축 건물과 관련된 직접 당사자이거나 직접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송의 이유가 없다는 취지에서 내려진 판단이다. 따라서 직접 관계된 원고가 정식으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 롯데월드 부지

반대의 이유와 허가의 이유

롯데월드타워와 관련해 제기되는 문제를 살펴보면 이렇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2만6500평의 부지에 건설 중인 2015년 완공 예정의 초고층빌딩이다. 사업비만 약 3조5000억 원이 투입되는 잠실 초고층 복합단지는 230실 규모의 초특급 관광호텔과 최고급 백화점, 쇼핑몰 및 각종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으로 구성되며,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또한 상시고용 2만 명의 일자리 창출효과, 연 400만 명의 공사인력 투입과, 연간 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와 국가 경쟁력 발전 등 다양한 경제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경제·관광 요소 등 다양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아시아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어 주변지역 상권에도 상당한 경제효과를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특히 공군은 강한 반발을 하고 있다. 바로 성남비행장 때문이다.

성남비행장은 김포비행장과 함께 유사시 북한으로 향하는 서부전선 최북단에 위치한 비행장이다. 또 유사시 대통령, 정부요인 탈출을 비롯해 서부지역 항공교통을 유지하는데 중추적인 시설이므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MB정부는 허가를 내 주면서 활주로 구조를 조금 바꾸면 별 문제는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활주로를 약간 옆으로 비틀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군은 이 주장에 대해서도 어림없는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활주로를 3도 기울이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안전 확보가 어렵다. 기상악화를 비롯한 돌발 상황에서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주변 어느 정도 영역은 고도제한이 불가피하다. 높이가 555m 나 되는 거대한 마천루가 비행장 진입로상에 세워진다면 비행장 이용에 큰 지장과 위험이 발생한다. 위치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높이를 200미터 정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2 롯데월드가 생김으로서 발생되는 문제는 크게 성남비행장이 갖는 전략적 측면, 그리고 이용에 있어서 생기는 직접적인 기능적 측면 둘로 나눠볼 수 있다. MB정부 실세들을 비롯해 찬성론자들은 타워건설로 비행이 아예 불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들었다. 말하자면 고도제한은 위험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것이다.

권력 눈치 말 바꾼 국방부

미국연방항공청의 경고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당시 한국 건교부(현 국토부) 항공안전본부는 제2 롯데 초고층 신축 허용 가능성 검토를 위해 항공 선진국인 미국연방항공청(AFS-420 소속) 항공 안전 특별 전문가 3명을 초빙했다. 이들은 2003년 10월23일 한국 군용기에 탑승해 성남공항 ㅅ자형 활주로 중 주 활주로(서편)를 이륙해 제2 롯데월드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같은 활주로로 착륙하는 절차(ILS RWY20)를 밟았다.

성남공군비행장 서편 활주로를 통해 비행 실험한 미국연방항공청은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미국연방항공청 전문가들의 현지 실사 후 보고서를 작성했다. 그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성남공항 서편 주 활주로를 북쪽 방향에서 남쪽으로 착륙하는 군용기의 비정밀 접근(VOR/DME RWY 20) 과정에서 최종 접근 코스는 건축 예정인 제2 롯데월드 빌딩을 포함하게 된다. 활주로에서부터 호텔까지 짧은 거리는 착륙 때 현재의 ‘최저 강하고도’까지 강하를 허용하기 위한 단계 강하 픽스(Step Down Fix)의 설정을 불가능하게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절차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초고층 호텔이 착륙 시 안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려면 항공기 접근 각도를 현행보다 5도 가량 틀어야 한다.”

이 대목은 국방부가 내놓은 ‘(서편 활주로는 그대로 두고) 동편 활주로 3도 변경으로 충분히 안전하다’는 주장이 권력자들과 기업의 ‘위험한 장난’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미국의 전문 기술진은 항공기가 이륙할 때 장애물 회피 구역을 벗어나 비교적 안전하다는 서편 활주로에 대해서조차 착륙 각도를 변경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편 활주로(190도)는 서편 주 활주로(200도)보다 10도나 제2롯데 초고층 방향으로 기울어 있으니 그 위험성이 훨씬 높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국방부는 ‘서편 주 활주로는 현재 상태로 그냥 두고 동편 보조 활주로만 3도가량 손대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문제는 국방부의 이 같은 주장이 과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 펼쳤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라는 데 있다. 국방부는 지금까지 타워건설을 결사반대했으나 MB정부 들어 권력자들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는 국방부가 개별 기업인 롯데를 돕기 위해 얼마나 무리수를 쓰고 있는지를 그대로 대변한다.

또 미국 항공 안전 자문단의 보고서에는 제2 롯데가 들어서면 현재 국방부가 가만 둬도 안전하다며 활주로 각도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서편 주 활주로조차 착륙 항공기의 일직선 운용은 불가능하고, 25도 이상 선회해 들어와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현직 공군 전투기 조종사들을 통해서도 드러난 바 있다.

불가능을 가능케 한 힘

한 조종사는 “착륙 시 최종 접근 경로를 25도 이상 오프셋해야 한다면 구름을 뚫고 내려올 때 활주로 연결선과 맞추기가 어려워 사고 위험이 높다. 그 위험을 피하려다 보면 조종사는 마지막 착륙 과정에서 포기하고 급상승해 선회 비행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해 충돌 위험 또한 높다”라고 염려했다.

결국 항공 선진국인 미국연방항공청이 참여정부 당시 성남공항과 제2 롯데 신축 부지 사이를 직접 비행해보고 내린 결론은 ‘항공 안전을 위협하는 인공적인 위험시설물’이라는 것이다. 현재 200도 각도인 서편 활주로조차 제2 롯데가 들어설 경우 비정밀 착륙 시 비행안전에 위험하므로 5도 이상 틀어 접근해 들어와야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측 조사 결론이다.

그러나 MB 정부 들어 국방부는 별다른 전문 기관 조사나 항공 안전 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서편 활주로는 그냥 둔 채, 현재 각도 190도인 동편 활주로를 3도 틀어 193도로 바꾸면 제2 롯데월드를 신축하더라도 다른 계기 장비를 보강하므로 성남공항의 비행 안전이 보장된다고 주장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제2 롯데월드 신축을 적극 추진했던 이종석 전 차장은 ‘노무현 정권이 제2 롯데월드 건설을 포기해야만 했던 이유’를 소상히 밝혔다.

2003년 말부터 2004년 초 사이에 노 대통령은 매주 열리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때마다 고용 문제를 고민하면서 제2 롯데월드 초고층 신축을 허용하면 일자리 2만8000개가 창출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종석 전 차장은 대통령 뜻을 적극 받들어 롯데에 초고층 건물을 짓도록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이고 군용 공항에 관한 문제이므로 민간 전문가 대신 공군 기술전문 장교 2명을 불러 초고층 건축 허용이 가능한 쪽으로 모든 기술을 검토하게 했다.

하지만 그들은 종합 검토한 결과 국가 안보 문제와 항공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보고했고, 그대로 대통령께 보고를 올렸다. 노 대통령은 ‘무척 아쉽지만 중대 국가 안보가 걸리니 초고층 허용은 접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오병호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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