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피플]오경종 금천경찰서 생활질서계장
[힐링피플]오경종 금천경찰서 생활질서계장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4-08 11:06
  • 승인 2013.04.08 11:06
  • 호수 988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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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사회에 봉사 바이러스가 퍼졌으면…”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금천경찰서에서 ‘실력파 중의 실력파’로 통하는 오경종 계장. 그의 형형한 눈빛과 단호한 말투는 24년차 베테랑 경찰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미루어 짐작하게 해준다. 그가 소속된 금천경찰서 생활질서계는 지난해 종합치안평가에서 구로서, 강남서에 이어 3위를 했다. 오 계장의 활약이 이 같은 성과를 견인하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이런 오 계장에게는 의외의 별명이 있다. 오래전 KBS 방송에서 ‘봉숭아 학당’이라는 코너에서 우리를 울고 웃기던 ‘오서방’이 바로 그것. 그는 ‘오서방’이라는 별명으로 이웃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10여 년 전부터 시작된 그의 선행은 지금까지 한결같이 뚝심있게 이어지고 있다.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한때 이곳에 살아있음으로 해서/ 단 한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 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성공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시의 일부분이다. 이 시처럼 성공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으로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일요서울]은 지금 이 순간에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 있는 ‘봉사왕’ 오경종 계장을 만나봤다.

봉사활동도 ‘중독’

오 계장은 구로·금천구 일대 주민들에게 유명인사다. 2002년부터 지금까지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 일대 주민들과 그와 같이 일하고 있는 경찰관들은 ‘진정한 민중의 지팡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주위의 칭찬에 어깨가 으쓱할 법도 하지만 오 계장은 한결같다. 그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대단치 않은 일”이라며 “나의 나눔보다 오히려 받는 것이 더 많다”고 허허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그의 봉사활동은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 서울 구일역 공무원임대아파트에 이사를 간 것이 계기가 됐다. 주민 모임 등에 활동적이던 아내를 따라 가입하게 된 ‘청년회’가 계기가 됐다. 적극적인 성격 탓에 청년회 가입 1년 만에 총무가 됐다. 당시 청년회는 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인 ‘브니엘의 집’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봉사활동 경험이 거의 없었던 오 계장은 첫 봉사활동에서 우왕좌왕, 허둥지둥 했다고 한다.

그는 “이 시설에 있는 지체 장애인들은 50대까지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정신연령은 유아수준이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하나도 감이 안 잡혔다. 청년회 총무이다 보니 빼도 박지도 못하게 시작한 이 봉사활동이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고 빙그레 웃었다. 오 계장은 “이 곳 사람들이 나를 친형처럼, 친아버지처럼 따른다. 천사 같은 모습에 나 자신도 동화됐다. 천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내 가족이 건강한 것에 감사하게 됐다. 그동안 나눔의 미덕을 모르고 살았던 내 자신의 모습이 부끄러워 많이 반성했다. 10여년 넘게 다니다 보니 마치 한 가족처럼 됐다. 가는 것이 기다려지곤 한다. 봉사활동도 ‘중독’이 되나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곳에 매달 2회 이상 방문해 혼자서는 몸을 가누기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의 목욕봉사와 산책도우미, 식사보조 등의 봉사를 늘 웃는 모습으로 즐겁게 해오고 있다. 또 후원금과 간식지원도 남모르게 하고 있다.


‘베풀고 살자’

그가 하는 봉사활동은 이 뿐 아니다. 자율방법대원 봉사활동, 새마을지도자 협의회 봉사활동, 깔끔이 청소 봉사단 봉사활동, 무료 공부방 봉사활동, 자원봉사센터 자원봉사단 활동, 구로사회복지관 급식봉사 등등 그의 봉사활동을 일일이 거론하려면 열 손가락이 모자르다. 이 지역 봉사활동 치고 그의 손이 닿지 않았던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

그는 “봉사활동 시작할 때 사람들이 경찰관이라는 신분에 거리감을 갖게 될까봐 직업을 숨겼다. 사실 처음엔 그저 몇 달만 해볼 생각으로 시작한 것이 11년을 이어오게 됐다. 봉사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만족하고 즐거웠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다 자기 만족이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면 못했을 것이다. 물질적으로 주는 것이 봉사인 줄 알았는데 마음을 열고 상대방을 보듬어주는 것이 진정한 봉사인 것 같다”라고 담담히 말했다. 물론 결국에는 자신이 경찰이라는 사실은 숨기지 않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웃에게 ‘경찰’이기 전에 도움이 필요한 누구에게든 손을 내미는 ‘오서방 아저씨’로 더 통한다. 커뮤니티 등에 닉네임으로 ‘오서방’으로 쓴 것이 그의 공식 별명이 되어버린 탓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의 봉사활동을 사람들이 호의적으로 바라본 것만은 아니다. 이 일대에서 그의 봉사활동이 소문나면서 오 계장은 갖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그의 봉사활동을 ‘구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봉사활동 하는 것 아니냐’는 색안경 낀 시선으로 바라봤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일일이 그런 시선들에 해명하지 않았다. ‘진심은 통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오 계장은 “경찰관은 내 천직인 것 같다. 정년퇴직까진 아직 한참 멀었고 다른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다른 사람에게 귀감이 되기 위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오 계장의 인생신조는 그의 인생과 닮아있다. 그는 “우리집 가훈은 ‘강물처럼 살자’다. 강물은 파도치지 않지만 깊이를 알 수 없다. 또 강물처럼 멈추지 말고 쉼 없이 흘러가자는 뜻이다. 내 생활신조는 ‘베풀고 살자’다. 내가 베풀어야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우리 가정이 지금 이만큼 행복하게 일궈나갈 수 있는 것도 복을 받은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유쾌하게 웃었다. ‘웃음’이 많은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그는 “봉사활동을 하다보니 인생이 밝아지고 얼굴이 펴졌다. 지금 너무 행복하다. 내가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아쉬움도 많이 느꼈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자원봉사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지 모했고, 자원봉사를 하고 싶어도 방법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참여도가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 계장은 끝으로 “요즘 인성교육이 중요하다고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인성교육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자원봉사가 좋은 인성교육인 것 같다. 봉사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가진 것을 나누면 더 큰 행복이 돌아온다. 온 사회에 봉사 바이러스가 퍼졌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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