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유통망 확보 난항…타 기업 추격도 거세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기존 업체와의 싸움 불가피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한 우물 최씨 고집”만을 강조했던 광동제약(회장 최수부)이 제약업이 아닌 물 사업에 진출했다가 고충을 겪고 있다. 유통망 확보의 어려움은 물론 기존 물 생산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수세에 몰리는 모양새다. 급기야 매출하락이 불기피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레 흘러나온다. 일각에선 “최씨 고집이 물에 희석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평가다. 그야말로 창업주의 한 우물 정신이 훼손되고 제주 삼다수를 삼킨 승자의 저주가 드러워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광동제약은 1963년 설립된 초일류 제약그룹이다. 창업주 최수부 회장은 군 제대 후 보약 ‘경옥고’를 만들던 제약회사에 취직해 제약업계와 첫 인연을 맺었다. 이후 우황청심환 제조 허가를 받아 사업을 시작했고, 자수성가형 기업인으로 제약업계의 큰 어른으로 통한다.
1985년 경쟁사인 조선무약이 쌍화탕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시작된 ‘쌍화탕 전쟁’의 여파와 외환위기로 1998년 1차 부도를 맞는 등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최씨 고집’ 하나만을 내세우며 주변 악재 속 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는 TV광고에 직접 출연해 우황청심환에 들어가는 재료 하나까지 ‘최씨 고집’으로 직접 고른다고 말해 소비자들의 신뢰까지도 얻었다.
그러나 최근 물 사업이 그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추측이 물 시장 업계에 퍼지면서 최 회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예전 같지 못하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광동제약은 지난해 12월 15일부터 삼다수 유통을 시작했다. 제약업이 아닌 물 시장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인수 직후 주가가 연일 상승세를 탔을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기존 유통망을 통한 대대적인 물량공세가 예상돼 소비자들로 하여금 가격 인하를 예상케 했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유통 전문회사가 아닌 까닭에 경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동제약은 비타 500, 옥수수 수염차 등의 유통망이 있지만 음료와 생수 물류 부문의 유통과정이 다르기 때문에 유통망과 물류가 턱없이 부족하다.
회사는 현재 200여 개의 유통망을 확보하고, 이와는 별도로 삼다수 유통 대리점도 모집하고 있지만 아직은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에선 밀리고 있다.
점유율 하락 불가피
영업직원들이 동네 소매상에게 삼다수 유통사가 농심에서 광동으로 바뀐 내용을 제대로 공지하지 않아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일부 마찰을 빚었다.
한 소매상 대표는 “농심에 전화해서 물량확보 요청을 한 후에야 제조사가 바뀐 것을 알았다”며 “소매상에선 2ℓ 한 통씩도 팔기 때문에 소비가 되는 경우도 있었는데 물량 확보의 어려움으로 매출 타격도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유통 문제로 공급처를 늘리지 못하다 보니 삼다수의 점유율도 일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다수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까지 50%대였지만 최근 들어 50% 이하로 하락했다.
반면 제주 물 시장을 빼앗겼던 농심은 후발주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농심이 만드는 생수 ‘백두산 백산수’가 출시 100일을 맞은 지난달 28일 주요 대형 마트 판매비율이 3위에 올랐다.
국내에 나와 있는 생수 브랜드가 140여개인 점을 감안하면 급속한 성장세다. 특히 먹는 샘물 부문 부동의 1위인 ‘삼다수’의 고객을 ‘백산수’가 흡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농심에 따르면 대형 마트 A사의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월 중순~3월 중순 ‘백산수’의 점유율(가정용 2ℓ 기준)이 3위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1위는 ‘삼다수’, 2위는 A사의 자체 브랜드(PB) 생수였다. 2월 중순 4.0%였던 ‘백산수’의 점유율은 일주일 단위로 크게 뛰어 3월 중순엔 12.8%까지 치솟았다.
A사 PB 생수와의 격차는 8% 안팎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같은 기간 ‘삼다수’의 점유율은 50.2%에서 44.9%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농심 관계자는 “‘백산수’가 ‘삼다수’ 고객을 흡수하며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형 마트 B사의 ‘백산수’ 점유율(3월 1~17일)도 13.1%로, ‘삼다수’(34.6%), PB 샘물(18.5%)에 이어 3위로 집계됐다.
최씨 고집 水에 희석됐나
광동제약은 앞서 삼다수의 공급가격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유통비용으로 가격을 올릴 수 없는 상황이어서 진퇴양난에 빠진 셈이 되고 말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류 아웃소싱으로 인한 비용도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영업이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씨 고집이 한풀 꺾인 게 아니냐는 수군거림도 일부 들린다. 창업주 최 회장이 제약업이 아닌 타 제품에 발을 들이면서 오히려 회사가 역풍을 맞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제주개발공사 측은 “광동제약이 생수 시장 진입과정에서 일부 업체의 견제가 있어 쉽게 안착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농심과의 불공정계약 소송으로 유통망 확충이 어려워 점유율이 다소 떨어졌다”고 말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기존 농심이 삼다수를 공급하던 시장에 들어가야 하는데 초반이라 농심만큼 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유통망 확충을 통한 성장마련의 시간을 당길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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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