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장차관·군장성 보안상 2G폰 고수
스마트폰은 ‘감시장치’
한국은 IT강국이다. 휴대폰, 노트북의 인터넷 사용은 무선데이터 통신망을 통해 유무선 지역 어느 곳에서나 가능하다. 인터넷 속도 또한 전 세계 최고다. 하지만 해킹 등의 사이버 피해에 쉽게 노출되어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이동통신’은 사용자가 단말기를 통해 음성, 영상, 데이터를 이동간에도 통신할 수 있는 체계다. 2G, 3G, 현재 4G LTE까지 통신기술이 발전해 있다. 2G 방식은 크게 북미 방식인 CDMA와 유럽 방식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 방식으로 나뉜다. CDMA는 동일한 주파수와 동일한 시간에 가입자마다 별도의 코드를 할당하는 방식이다. GSM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TDMA(시분할 다중 접속) 방식이다. 2G의 두 가지 방식은 음성통화와 문자를 보내는 수준으로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CDMA 방식이 TDMA를 사용하는 GSM 방식보다 보안에 강하다는 것이다.
한편, 3G는 음성 뿐 아니라 영상, 데이터 주고받기가 가능한 방식이다. 흔히 스마트폰이라 부르는 4G는 손안의 작은 PC라고 할 만큼 3G의 기능은 물론 빠른 속도의 인터넷 사용이 가능해졌다. 스마트폰의 편리한 점이 때로는 문제점이 될 수 있다. 바로 앱이나 메일, 문자 등을 통해 사용자의 스마트폰에 몰래 침입하는 멀웨어(malware)다. 멀웨어란 “악성 소프트웨어(malicious software)”에서 나온 용어로 컴퓨터나 소프트웨어에 해를 끼칠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다. 사용자가 가는 곳 어디에나 따라다니는 스마트폰은 최적의 사용자 ‘감시 장치’가 될 수 있다.
2009년 배우 전지현의 휴대폰 복제 사건, 그동안 꾸준히 있어온 국가기관 및 기업의 사이버 범죄, 음성통화 도감청, 문자메시지 도청, 해킹 등 스마트폰과 인터넷 환경이 위험에 노출돼 있다. 지난해 대선 기간에 불거졌던 국정원 직원의 불법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서 “국정원 직원이 사용한 USB와 휴대폰을 중요 증거물품으로 제출하라”는 경찰의 요구에 “국정원 직원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었다.
스마트폰 사용은 개인·가정용으로 가능
국정원 뿐만 아니다. 청와대, 장차관급, 군 장성, 국정원 국장급 이상 고위관료 등의 국내 중요 기관에서는 스마트폰 대신 2G폰을 사용한다. 국정원 직원 A씨에게 현재 국정원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현직에 있는 국정원 직원 A씨는 “국정원 직원은 공식적으로 3G폰을 휴대할 수 없게 되어 있다”며 “스마트폰은 제 3자에 의한 도감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안이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 우리 기관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제한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점차 2G폰이 사라질 수 있다는 말에 “기술적인 보완이 있다면 언젠가는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 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개인이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정책적인 판단이 있은 후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또 다른 국정원 직원 B씨는 “개인적으로 집에서는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청와대나 국정원 출입시에는 보안상의 이유로 회사에서 지급된 2G폰만을 휴대할 수 있다. 2G폰은 음성, 문자의 도감청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청와대도 마찬가지라고 들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월 28일부터 청와대 수석과 비서관들의 업무용 휴대폰 번호가 ‘017’에서 ‘010’으로 바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010으로 표준화하면서 기술 보안 조치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98년 김대중 정부 때 직원들에게 업무용 휴대폰을 지급하면서 ‘017’ 번호를 택했다. 이른바 ‘청와대폰’으로 불리는 017폰은 이명박 정부까지 15년간 바뀌지 않고 이어져 왔다. 구체적인 이유는 한 번도 공개되지 않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당시 017 국번이 도·감청 등 보안 측면에서 낫다는 판단을 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청와대는 휴대폰 단말기를 스마트폰으로 바꿀지 여부도 함께 고민했지만 결국 기존의 2G폰을 택했다. 스마트폰을 쓸 경우 청와대의 업무 관련 자료가 외부로 쉽게 유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휴대폰 문자를 통해 해킹 프로그램이 침투해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까지 다 감시할 수 있다는 일부 해커들의 주장도 한몫했다.
휴대폰 문자 해킹 가능하다?
청와대나 국방부, 군, 국정원 등이 사용하는 휴대폰은 ‘특수망’으로 분류된다. 이 기관들은 별도의 식별 번호를 갖고 있다. 010 다음에 오는 4개 번호에 기관마다 고유한 특정 4자리 숫자가 부여된다. 이 번호에는 해당 기관의 전용 유선 회선망에 대한 접근권이 주어진다. 군은 900번으로 시작하는 전용 유선 회선을 갖고 있는데 일반 휴대폰으로는 여기에 전화를 걸 수 없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훈련이나 작전을 나가 있는 동안 외부에서는 군전용 휴대폰으로만 전용회선에 전화를 걸 수 있다”며 “청와대나 다른 권력기관도 휴대폰에 이런 기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번호들 역시 일반 휴대폰처럼 3G망도 쓰고 스마트폰도 쓸 수 있다. 하지만 내부 전용회선 접근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특수망’과 ‘일반망’으로 나뉜다.
그러나 망 자체의 보안성은 2G망보다 3G망이 뛰어나다는 것이 통신업계의 정설이다. 한 통신 전문가는 “과거 군에서 2G폰을 쓴 것은 보안상의 이유보다 2G망의 전파가 3G보다 멀리 가다보니 신호가 약해 통화 품질이 떨어지는 ‘음영 지역’이 적었기 때문”이라며 “굳이 보안상의 이유로 2G를 고집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