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억’ 소리 나는 가격 “거품이야”
국무총리실 암행어사 파견해 감시
[일요서울|이광수 기자]미술시장은 올해부터 실행한 ‘미술품양도소득세’로 인해 불황을 겪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2008년에는 팝아트의 거장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인 '행복한 눈물' (시가 200억 원 추산)을 삼성 홍라희 여사가 구입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최근에는 서미갤러리가 일부 재벌들의 비자금 세탁 창구라는 의혹이 제기돼 미술계와 재계가 술렁였다. 이전부터 유명 미술작품들은 현금거래로 이뤄지는데다 암암리에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재벌가의 비자금 창구로 이용된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일요서울>은 고위층과 작가 간에 모종의 거래가 이뤄진다는 제보를 받고, 인사동 미술 전문가 A씨를 만나 실태를 들어봤다.
인사동은 현재 80여 개가 넘는 화랑이 자리 잡고 있으며, 골목 구석구석 볼거리들로 가득하다. 그러나 예전과는 달리 토속 음식점과 기념품 가게가 만연한 상업적인 관광 거리로 변하고, 이곳을 대표하던 대부분의 화랑들도 삼청동이나 통의동 혹은 홍대, 강남 지역으로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사동은 우리나라 미술 활동의 중심이자 전통에 대한 자부심으로 쉼 없이 전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해 실행 된 미술품 양도세가 미술시장의 불황에 근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미술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미술품 양도세는 지난 1990년 정부에 의해 법제화됐으나 ‘이제 겨우 걸음마단계에 돌입한 미술시장을 죽여선 안된다’는 여론에 밀려 시행이 여러 차례 미뤄졌다.
그러나 조세당국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며 조세형평성 차원에서도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미술계는 국내 미술시장의 취약성 등을 내세우며 맞서왔다. 양측이 지리한 공방을 거듭한 끝에 올해 이 법안은 시행에 들어갔다.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미술시장이 불황이 이어진다 하더라도 미술품 거래는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 그만큼 미술품에 대한 고위층의 관심이 집중 돼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인사동 미술시장에서는 고위층과 연관된 작가들을 소위 정치작가라고 말한다. 정치작가의 사실관계가 수면위로 들어나면 후폭풍이 클 것이라고 염려하던 A씨는 어렵게 정치작가에 대해 입을 열었다.
“소위 정치작가들은 고위층과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때문에 고위층 직속 부하들이 상사에게 잘 보여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상사가 원하는 작가. 곧 정치작가에게 작품을 사서 선물한다. 예를 들어 부하가 3억에 작품을 사들이면, 작가는 그 돈의 절반 이상을 고위층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다른 방식으로는 작가가 본인의 그림을 ‘액자 만들어 주는 곳’에 맡긴다. 그러면 그림을 찾아가는 사람은 고위층이 되는 것이다. 이런 방식들은 청탁을 할 때 많이 사용된다”며 정치작가와 고위층의 비밀리 거래방식을 폭로했다.
“이뿐 만이 아니다. 이들 사이에 조직폭력배가 연루되기도 한다. 그들은 고위층과 작가의 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며, 부득이한 경우(정치작가의 비리를 알아내려는 경우)직접 나서기 때문에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다”며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베일에 감춰진 미술시장 드러나야
A씨는 이러한 미술시장 관행이 오래전부터 계속 돼왔고, 이에 대한 조사 또한 이뤄지지만 빙산의 일각을 들추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실에서 공무원 비리를 캐내려고 인사동에 사람들을 파견하겠는가. 이쪽 사람들은 그들을 ‘암행어사’라고 표현한다. 이들은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미술 관련업자들과 술이나 밥을 먹으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면서까지 말해주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인사동에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 어느 날 보면 형사일 때도 있다. 그만큼 미술시장이 베일에 감춰 있고, 고위층들이 연루되어 있어 수면위로 들어나지 않는 것이다”라며 답답한 속내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해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실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다. 우리 직원이 나간건지, 다른 부처 감사실에서 나간건지, 시도 감사원들이 나갔는지 알 수 없다”며 여러 기관에 감사원들이 있어 활동 할 것 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작가들의 작품들은 억 단위가 넘는다. 이에 대해 A씨는 “정치작가 대부분은 미술학도출신이 아니다. 그들은 꾸준히 고위층과 끈을 이어가지만, 끈이 끊기면 인사동으로 나와 자신의 그림이 억에 팔렸다는 둥, 고위층이 소장하고 있다는 둥, 자신을 포장한다. 그러나 사실상 이런 ‘정치작가’에 그림의 가치는 백만 원도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치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억 단위로 거래 되다 보니 자신마저 착각해 버린다. 정말 본인의 작품이 대단하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의 작품은 상업갤러리나 인사동에서는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며 미술품만이 아닌 문화 전반적으로 이뤄지는 불법 거래가 하루속히 근절되길 바란다고 소원했다.
박스기사
미술품 양도세 때문에 ‘미술계 앓고 있어’
미술품 양도세 과세가 시행되면서 올해부터는 6000만원 이상의 작고 작가의 작품을 팔거나 구입할 경우 그 과정에서 발생되는 양도차익의 20%를 기타소득으로 물어야 한다. 양도가액에서 취득가액 등 필요경비를 공제한 양도차익(소득금액)에 대해 20% 세율로 원천징수하게 된다.
여기엔 해외작가도 포함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작가도 생존여부와 관계없이 과세대상이다."고 밝혔다. 지난 2010년 까지만 해도 해외 작가는 예외로 둬야 하는 일각의 주장에 무게가 실렸던 것과는 다른 결과다.
정부가 추산하는 세수 확보액은 년 간 20여억 원 내외. 미술계가 일찍이 예단 했듯 매우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거래실명제가 선행되지 않아 과세부과가 곤란하고, 따라서 공개경매시장의 거래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술품 취득 이후 10이상인 경우는 90%를, 취득가액이 불분명하거나 양도가액의 80%에 미달하는 경우 양도가액의 80%를 필요경비로 하는 등. 보유기간 등에 따라 미술품 가격 상당부분이 공제되어 실제 세수액은 더욱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광>
이광수 기자 pizacu@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