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바글 ‘바퀴베네’ 알바생들 ‘등골빼네’
바글바글 ‘바퀴베네’ 알바생들 ‘등골빼네’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3-04-02 09:42
  • 승인 2013.04.02 09:42
  • 호수 987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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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점 ‘카페베네’ 추락하나

 

▲ 알바연대가 지난달 28일 카페베네 중곡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펼치고 있다 <ⓒ 일요서울 유수정 기자>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론칭 4년 만에 전국 840여 곳을 오픈하고 7배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기록을 만들어낸 카페베네(대표이사 김선권)가 연일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36% 가량 감소하는가 하면 같은 기간 부채는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내부 사정은 말이 아니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과 대표이사 월급 반납 등 비상경영을 선포해 그 내막에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이밖에도 바퀴벌레 같은 번식력을 보인다며 ‘바퀴베네’라 불리는가 하면 아르바이트생과 점주들의 등골을 빼먹는 ‘악덕업체’라는 오명까지 얻은 상황이다.

카페베네 vs 알바연대 사실 여부 놓고 대립
무리한 사업 확장 후폭풍…주변상인 주목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곡동에 위치한 카페베네 본사 앞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표하는 이들의 처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알바연대의 프로젝트 ‘알바 5적 퇴치’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날 기자회견은 단기간에 급속도로 성장세를 보였던 카페베네의 숨겨졌던 이면이 낱낱이 공개된 자리였다.

이들은 점주의 등에 빨대를 꽂고 인테리어비, 설비판매비 등으로 배를 불리고 있는 카페베네 본사의 모습과 이와 똑같이 알바 노동자의 등에 빨대를 꽂고 주휴수당 미지급,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등을 일삼는 점주의 모습을 담은 피켓으로 모든 내용을 표현했다.

한 활동가는 팥빙수 8900원, 카라멜마끼아또 5300원 등 카페베네의 대표적인 제품명과 가격을 소개한 뒤 카페베네 평균 시급 4900원으로는 커피 한 잔도 마음껏 사먹지 못한다며 눈물짓는 모습의 퍼포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사전 본사 측과 합의되지 않은 관계로 예정 시간보다 조금 지연됐다. 그러나 그 어느 때보다 진중하게 진행된 행사에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발길을 멈추고 박수를 보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장을 순찰 중인 한 경찰 관계자는 “혹시 모를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현장에 참석했다”며 “아르바이트를 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이렇게까지 할까”라고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 알바연대가 지난달 28일 카페베네 중곡동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펼치고 있다 <ⓒ 일요서울 유수정 기자>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는 어디에…

이날 알바연대에 따르면 5인 이상 일하는 대다수 대형 카페베네 매장들은 1.5배 지급 의무가 있는 심야노동수당(밤 10시~아침 6시)을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채용한 뒤, 고용기간이 명시되거나 사전 합의되지 않은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수습기간이라는 명칭으로 법정 최저 시급의 90%(4380원)만 지급하는 매장도 있었다.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는데 4대 보험에 가입될 리는 전무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알바연대가 SNS와 제보를 통해 카페베네의 전국 72개 지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대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서울 명동, 강동, 신촌 등에 위치한 7개 지점에서 인력파견업체를 통해 아르바이트 노동자와 직원(점장, 바리스타, 매니저)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아르바이트 자체가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 형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마저도 인력 파견업체를 통해 근로계약 체결을 강요하는 등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이중 착취했다는 지적이다.

이들 매장은 ‘(주)스**’, ‘위드***’ 등과 같은 아웃소싱 전문 업체를 통해 아르바이트생을 채용해놓고 이들에게 본인을 고용한 사업장과 현재 근무 중인 사업장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방식으로 채용된 경우 근로기준법에서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다.

또 6개의 지점에서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에게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14시간 이하의 근무 스케줄을 만들어 일하도록 강요했다. 권문석 알바연대 대변인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가맹 점주들이 법을 교묘히 피해가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법안으로는 주 15시간 미만 노동은 주휴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 주휴수당이란 근로자가 주간 15시간 이상 약속된 날짜를 모두 근무하는 경우 유급휴일 1일에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법안이다.

특히 주휴수당 미지급 건의 경우 2011년 한차례 지적된 바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당시 카페베네는 본사 직영점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 및 퇴직자에게 미지급된 주휴수당을 모두 정산해 지급하는 조건으로 김선권 대표에게 걸린 고소를 취하한 바 있다.

이는 청년유니온(위원장 김영경) 측이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에 카페베네의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를 고발한 사태로, 가맹점에 주휴수당 지급을 권고하고 본사 교육을 적극 시행키로 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에 카페베네는 2년 뒤인 현재까지도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본업인 커피판매는 뒷전

이는 전국 840여 곳에 달하는 카페베네의 대다수 매장이 직영점이 아닌 가맹점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가맹 점주들이 본사의 악행에 최소한의 수익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를 지켜준다는 것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사업은 신규 개설 가맹비와 실내 인테리어 등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그러나 기존 가맹점에 원료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류수입이 지속적으로 유지돼야 안정적인 경영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하지만 카페베네의 경우 무조건적인 가맹점 늘리기와 무리한 인테리어 공사비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들 매출의 50% 이상이 인테리어 공사비 및 설비 판매로 이뤄져 있으며 이익률도 27%에 달한다. 반면 커피 판매에서는 오히려 적자를 보고 있어 끊임없이 신규 가맹점을 늘려야 사업이 유지되는 구조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인테리어 시공 이틀 만에 시멘트가 갈라지는 등의 부실공사가 줄을 잇고 있다. 또 이미 포화상태인 지점에도 불구하고 신규 매장을 끊임없이 오픈해 가맹점들의 상권 보호는 뒷전으로 미루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서울 신림동에는 불과 2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카페베네가 두 곳이나 자리하고 있다.

이에 카페베네는 “모든 내용은 객관적인 자료가 아닌 알바연대 측의 자체 조사 결과로 사실 확인이 안 된 사항”이라며 “정확히 파악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확인 중에 있다”고 입장을 표했다. 이어 “4대 보험 의무 가입 등은 가맹점 측에 강요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면서 “그렇게 되면 가맹 점주 입장에서는 또 다른 부담이 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페베네는 지난달 초 본사 직원의 10% 가량인 100여명을 매장으로 발령하는 등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중 70여명은 보직 변경을 원치 않아 퇴직금 및 위로금을 받고 자진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김선권 대표와 이사급 이상 임원진이 월급의 각각 100%, 30%에 달하는 금액을 회사에 반납한다는 소식이다.

이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외식업과 제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한 까닭에 블랙스미스와 마인츠돔이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이번 구조조정 대상의 대부분이 신규 점포 확장과 관련된 업무를 하던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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