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적신호 켜진 롯데쇼핑
신용등급 적신호 켜진 롯데쇼핑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4-01 10:28
  • 승인 2013.04.01 10:28
  • 호수 987
  • 2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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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구식경영으로 지배구조 망친다

성과·실적 부진, 각종 논란 가중 
부채 문제 있어도 해결의지 없어

[일요서울|강휘호 기자]롯데쇼핑(대표이사 신헌)의 국제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신격호 롯데 총괄 회장의 행보 또한 구설수에 올랐다. 신 회장 본인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경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약화된 재무지표, 해외사업 수익성 부진, 사업 안정성 문제 등 롯데를 향한 물음표가 끊임없이 따라다니고 있다. 그러나 정작 롯데쇼핑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되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 부채 정리)마저 손을 놓고 있어 향후 기업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롯데쇼핑의 국제신용등급 하락은 막기 힘들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롯데쇼핑은 국제신용등급 ‘Baa1(무디스)’, ‘BBB+(피치)’를 유지하고 있으며 양사에서 모두 ‘부정적’ 전망을 받은 상태다. 그런데 이마저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측이다.

통상적으로 신용평가사는 신용등급 외에도 향후 추이를 가늠할 수 있도록 ‘긍정적(Posi
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 등 3단계로 이뤄진 전망을 덧붙인다. 이 중 부정적 전망은 강등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받았는데 갑자기 상향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기업의 펀더멘털이 급격하게 상승하더라도 전망을 ‘긍정적’으로 받는 데는 시간이 다소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반증하듯 롯데쇼핑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도 컨센서스(시장기대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박진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2월 부진 영향을 받은 1분기 영업이익은 3926억 원으로 컨센서스인 4384억 원보다 낮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퍼포먼스, 기초부터 흔들린다

계속되는 실적 악화로 롯데쇼핑은 기초적인 부분인 매출에서부터 사면초가에 몰렸다. 정부의 영업시간 규제로 매출 성장률이 둔화 위기에 몰렸고 해외 현지사업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롯데쇼핑 해외법인의 경우 지난해 1957억 원에 달하는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일각에서는 글로벌 유통업계가 중국 소비 확대 전망에 따라 현지화를 강행할 것으로 예측돼 롯데쇼핑이 더욱 고전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무디스는 “중기적으로 신용등급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차입금 축소 조치”라며 “향후 차입금을 축소하고 이익을 확대하지 못할 경우 현재 등급에 대한 하향조정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더욱이 롯데쇼핑은 지난해 7월 하이마트를 인수가액 1조2000억 원 상당으로 인수해 재무 부담이 아직도 남아 있는 상태다. 결국 롯데쇼핑의 재무 악화 원인은 롯데하이마트를 포함한 대규모 차입조달 투자, 임대비용 증가, 실적 성장률 둔화 등으로 나타난 셈이다. 이외에도 롯데쇼핑은 롯데마트 광주월드컵점 임대료 논란, 해외 백화점 매각 부진 등의 잡음 역시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 등기이사 6곳 맡아

롯데쇼핑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실적이나 성과적인 측면을 제외하고서도 존재했다. 지난달 22일 롯데쇼핑 주주총회를 통해 신격호 회장의 롯데쇼핑 등기이사 재선임이 확정되면서 지배구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주총이 열리기 전 분석자료를 통해 “신격호 회장은 90세 고령의 나이에도 롯데쇼핑, 롯데제과, 호텔롯데 등 6개 회사의 사내이사(또는 대표이사)와 대홍기획 등 6개 계열사의 기타비상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며 “따라서 과도한 겸직으로 이사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사내이사 5명 중 신격호 회장의 자녀인 신동빈 이사와 신영자 이사가 재직하고 있어 신격호 후보가 재선임될 경우 지배주주 일가가 전체 사내이사의 60%를 차지하게 된다. 지배주주 일가가 이사회 내 비중이 지나치게 높으면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는 지배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영향을 받을 위험성이 높아지며 이사회의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수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변호사는 “동일그룹 내 겸직이 많다는 것은 계열사 간 이해상충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며 “어느 한 쪽에서도 최선의 성과를 낼 수가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이는 실적이나 성과 같은 퍼포먼스적 문제가 아닌 지배구조상의 문제로 봐야한다. 대부분 기업에서 등기이사 재선임 결정을 내릴 때 안정성을 이유로 들지만 한 사람이 없다고 그룹이 돌아가지 않는 자체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신격호 회장의 롯데쇼핑 경영 참여에 대해 “본인이 있어야 한다는 예전 경영방식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롯데쇼핑은 총체적인 난국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대응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신용등급 하락에 대한 대비는 할 것 같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해외법인의 상황도 조금 더 지켜 볼 예정이다”라는 미비한 답변만 되풀이했다. 재무지표 회복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히는 대규모 디레버리징과 관련해서도 “아직 회사 측에서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격호 회장의 등기이사 재선임에 따른 우려 역시 “회사 사정이 좋지 못하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이라며 “신 회장의 연임이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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