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한상대 전 검찰총장이 돌연 해외로 출국한 사실이 [일요서울] 취재 결과 밝혀졌다. 한 전 총장은 지난 3월 4째주경 뚜렷한 이유없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민주당 법사위 한 관계자가 전했다. 특히 한 전 총장이 떠난 시점이 경찰이 조사하고 있는 초호화 별장 성접대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는 가운데 검찰 고위인사가 포함돼 있다는 소문이 그럴듯하게 퍼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특히 한때 검찰총장 유력한 후보였다 추천명단에서 탈락한 김학의 전 법무차관 사퇴 직후로 알려져 그 출국 배경에 정가뿐만 아니라 검찰측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성접대 파문 작년 검란사태로 거슬러
초호화 별장 성접대 파문은 우연하게 검찰총장 인사 전후로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단초는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검란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광준 검사(51·20기·서울대 법대)가 여러개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대기업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내사를 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뒤 한 총장이 서둘러 특임검사를 임명한 것이 검찰내 논란이 됐다. 경찰로부터는 ‘수사를 가로 채갔다’고 비판받았고 검찰내부로부터 반대 의견이 터져나왔다.
이후 현직 검사가 구속되는 사태가 벌어지자 한 총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고 이후 사흘도 안돼 서울동부지검 전모 검사(30)가 검사실 등에서 여성 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졌다는 전대 미문의 ‘성추문 검사’ 사태가 터지고 대검은 감찰에 착수 했다. 이후 여론 조작 논란을 부른 서울남부지검 윤대해 검사의 문자까지 대형 사건이 연달아 터지면서 한 전 총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하부에서 일기 시작했다.
한 총장은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위해 ‘중수부 폐지’를 담은 검찰 개혁안을 꺼내들었고 이에 최재경 중수부장(17기·서울대법대)과 채동욱 대검차장(53·14기·서울대 법대) 등 대검 간부들은 한 총장에게 사퇴를 공식 건의했다. 부하 직원들의 반발에 화가 난 한 총장은 최 중수부장이 김광준 검사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향후 언론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묻는 내용)에 대한 조언이 검사의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를 들어 감찰을 실시했다.
급기야 중수부와 특수부 검사들을 중심으로 ‘사퇴론’에 힘이 쏠리면서 한 총장은 마지막 카드로 ‘검찰 개혁안 발표후 재신임 차원에서 사표를 제출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역시 후배 검사들의 반발로 무산되고 11월 30일 불명예 퇴진을 해야 했다. 여기서 잠시 한 전 총장의 이력을 보면 59년 생인 한 전 총장은 검찰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빅4’중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대기만성형’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상대 보복 反한상대 재보복?
하지만 2002년 대선 당시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의 ‘병풍 의혹’을 제기한 김대업씨를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 기소한 것이 사단이 돼 참여정부에서 검찰내 한직을 연연해야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고려대 출신으로 검찰내 고대 인맥의 좌장으로서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고검장,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자리까지 꿰찼다.
이명박 정권 임기말 터진 ‘검란’으로 물러난 한 전 총장은 그동안 조용하게 지냈다. 그러다 성접대 동영상 파문이 한창 이는 중 갑작스럽게 미국행을 택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내에선 정권이 바뀌면서 좌천돼 한직에 머물던 최재경 전 중수부장과 멤버들 그리고 차기 검찰총장을 노리는 검찰내 反한상대파들의 부상으로 도피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검찰내 제기되고 있다.
일단 반한상대파의 주요 등장 인물로는 최재경 전 중수부장(17기·서울대법대·현 전주지검장), 채동욱 대검차장(14기·서울대법대), 김학의 전법무부 차관(14기·서울대법대), 김진태(14기·서울대법대) 전 대검차장검사가 핵심 인물이다. 4명은 모두 서울대 선후배 사이고 최 전중수부장을 제외한 3명은 서울대 법대 선후배에다 사법연수원 동기생들로 ‘절친’이다. 또 공통점으로는 모두 중수부 폐지를 둘러싼 검찰 개혁안에 반대해 한 전 총장을 물러나도록 주도한 인사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강원도 원주 별장 성접대 파문이 벌어졌고 그 동영상속 인물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유력하게 지목됐다. 동영상 파일이 공개도 되기전 김 차관은 지난달 15일 ‘억울하지만 물러난다’며 직을 버렸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동기인 채동욱 대검차장이 검찰총장으로 내정되는 날이었다. 당초 검찰총장에 유력한 그였지만 막판 검찰총장추천위 명단에 오르지 못했고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남다른 신뢰로 법무부 차관에 올랐지만 6일만에 자진 사퇴하는 신세로 변했다.
검찰총장 후보에는 소병철 대구지검장(58년생·15기·서울대법대), 채동욱, 김진태 차장 검사가 올랐고 채동욱 대검 차장이 내정되면서 탈락한 연수원 동기인 김진태 대검 차장도 자연스럽게 사퇴 수순을 밟았다. 결국 서울대 법대 선후배에 연수원 동기인 3인중 채 대검차장이 검찰총장에 오르게 된 셈이다. 이러는 사이 한 전 총장은 김 전 차관이 사퇴직후 홀연히 미국으로 떠나면서 반한상대파의 득세로 인한 ‘정치적 보복’을 두려워 비밀스럽게 출국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한상대 제 2의 한상율 되나
한 전 총장의 출국관련 검찰측에서는 ‘당초 해외 일정이 있어 간 것이다’, ‘미국으로 간 것만 알지 행선지와 목적은 잘 모른다’는 입장을 보였다. 휴대폰도 꺼져 있어 전화 연결도 되지 않는 상황으로 과거 MB 정권이 들어선 이후 임기를 연장하려다 안돼 미국으로 도피한 한상율 전 국세청장과 같은 처지로 전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전 총장의 극비리 출국 시점이 성접대 동영상 주범인 윤모 건설업자와 유명 호텔 회장이자 고대 후배인 C씨와 ‘안면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한 전 총장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전히 정권이 바뀔때마다 벌어지는 사정기관장 자리를 둘러싼 ‘파워 게임’이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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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