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 안철수 예비후보가 대선 진심캠프 구성원들에게 지원사격 요청 이메일을 보냈다. 지난 대선에서의 감사와 미안함을 전하고, 노원병에서의 새정치를 위한 각오의 말과 함께 노원병 지역구의 친구 추천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본격적으로 4파전 구도를 형성한 노원병에 지난달 25일 안철수 후보를 밀착취재 했다. 안 후보는 한창 주민 인사를 다니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고 일일이 지역 주민들을 만나 지지를 호소했다.
복작복작한 선거사무소
안철수 예비후보의 ‘주민 스킨십’ 일정은 매일 오전 6시 30분 노원병 주민들과의 출근 인사로 시작해 오후 8시 퇴근 인사로 끝난다. 거리에 나가 있던 안철수 후보를 만나기 전 선거사무소에 먼저 들렀다. 노원역 사거리, 안철수 후보의 선거사무소가 차려진 상가 건물 꼭대기에는 여느 선거사무소와 마찬가지로 안 후보의 사진이 걸려있다. 사무실은 안 후보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와 사진, 스크랩한 언론기사들로 꾸며져 있었다.
캠프의 아침은 진심캠프 및 포럼 출신 자원봉사자들의 회의로 시작됐다. 자원봉사자들은 안철수 후보에 대해 “대선과는 많이 달라졌다. 주민들 한 분 한 분의 손을 잡고, 무릎을 꿇고, 눈을 맞춤으로서 서민적인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며 새로운 출발 앞에 새로운 마음가짐이 안 후보의 달라진 점이라고 말했다. 한 자원봉사자는 “진심캠프에서도 자원봉사를 했고, 이번 재보선에서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며 “안 후보가 컴퓨터 바이러스를 잡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것처럼 기성정치에 뿌리박힌 나쁜 것들을 잡아서 치료해주길 기대한다”며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선거사무소에는 이석형 전 함평군수, 진심캠프에서 국민소통자문단 위원으로 활동했던 김관수 이사, 진심캠프에서 혁신기획팀장을 맡았던 김준성 복지국가 소사이어티 기획실장 등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눈에 띄었다.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안철수 후보는 내가 강연에서 항상 강조하고 있는 ‘창조경영’의 코드와 가장 맞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김관수 이사에게 민주당 무공천에 대한 소감을 묻자 “민주당 무공천 발표에 반가워하기도 그렇고..”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점심 시간이 지날 무렵 선거사무소에는 대학생 자원봉사 신청자들이 찾아왔다. 한 여대생은 “팬의 마음으로 싸인 받으러 왔다. 안철수 후보가 상계동 주민인사 나오는 것을 직접 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80대 어르신은 “상계동 토박이다. 안철수가 노원구 주민이 됐다고 해서 인사나 하려고 찾아왔다”며 얼굴을 못보고 돌아가는 것에 서운함을 전했다.
오후 1시를 조금 넘겨 선거사무소에 김성식 전 의원이 들어섰다. 김 전 의원은 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사무소를 방문하는 손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짧은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또한 사무소의 소소한 일들을 직접 챙기기도 했다. 잠시 혼자 앉아 있던 김 전 의원에게 낮은 투표율의 재보선을 위한 전략을 물었더니 “지인 찾기로 투표율을 높일 것이다”라고 대답했다.
민주당의 무공천 소식과 야권 연대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단일화를 언급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새 정치를 위한 선거 공학적인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초심과 변함없이 일관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답했다.
남은 기간 동안 보완해야 할 점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조직력을 보완해야 한다. 분산된 주민의 마음을 모으고 활동성 있게 더 많이 안팎으로 움직일 것이다. 지인 찾기 프로젝트로 좀 더 많은 주민을 만나는 것에 집중할 것 같다. 이미 많이 나온 얘기지만 ‘낮은 자세’로 주민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지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선거사무소를 나와 안철수 후보가 주민인사를 다니는 현장으로 나갔다.
“안철수 기(氣) 받자” 주민들 관심
3명의 수행원들과 상계2동 노원현대아파트 경로당을 방문한 뒤 기다리고 있던 취재진과 만났다. 당일 오전 민주당의 무공천 발표에 대한 의견과 민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이번 정치에서 새 정치의 씨앗을 뿌리겠다는 입장은 일관되고 변함없다. 다만 재보선의 투표율은 일반적으로 낮다. 따라서 쉽지 않은 선거라고 생각한다. 더욱 혼신의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겠다. 3월 11일 입국시 공항에서 말씀드린 입장과 동일하다. 같은 생각을 갖고 새로운 정치를 위해 뜻을 같이 하시는 분들과는 열린 마음으로 언제든지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다. 많은 분들이 새 정치를 위해 노력해주셨으면 한다”고 대답했다.
진보정의당 김지선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이번 선거에서 또 단일화를 앞세운다면 정치변화를 바라는 많은 국민들의 열망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인이 갖춰야 할 리더십에 대한 생각을 묻자 “지난 대선 토론회에서도 언급했던 내용이다. 정치인은 솔선수범과 문제해결의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부하에게 보고받아 해결하는 수직적 리더십이 아니라 수평적 리더십으로 의견을 수용하고 판단할 줄 아는 리더십”을 강조했다.
간단한 질의응답시간이 끝난 뒤 안 후보는 노원현대아파트 경로당 관리사무소에 들러 인사를 하고 발길을 옮겼다. “상계동으로 이사 왔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단지 내 주민 한 사람이라도 놓칠까 길 가던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잡으며 인사를 나눴다. 차를 타고 가던 주민들 중에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안철수 후보에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상계2동 동양엔파트로 향하던 길에 리모델링 중인 어린이집에 들렀다. 일 하던 인부 중 한사람은 지붕위에 올라가 있던 동료를 불러 “내려와서 안철수 기(氣) 받아서 아들 줘!”라며 동료 아들의 장래를 챙겼다. 안 후보는 어린이집 안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인사하고 사진을 찍었다. 나오는 길에 한 시민이 “나는 상계동 주민이 아니다. 경기도 광주에서 안철수 후보를 보러 일부러 올라왔다”며 “꼭 당선돼서 우리나라 정치에 좋은 기운을 불어넣어 주길 바란다”고 응원의 말을 전했다.
동양엔파트 단지의 경로당에 들어선 안철수 후보는 어르신들에게 큰절로 인사하고, 손을 잡으며 명함을 건넸다. 부녀회에서는 안 후보의 팬이라고 자청한 부녀회장과 회원들이 안 후보를 반겨주며 “상계동 주민이 된 것을 축하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녀회장은 “우리 아들도 안 후보의 팬”이라며 아들을 전화로 불러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인근 우성아파트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 한가했지만 안철수 후보는 노점을 비롯해 음식점, 부동산, 교회, 철물점, 문구점 등 문이 열려있는 가게마다 빠짐없이 들러 인사했다. 한명의 수행원만이 함께한 갑작스런 방문에 깜짝 놀라면서도 이내 밝게 맞아주었다. 길게는 5분 동안 담소를 나눠 수행원들을 기다리게도 했다. 주민들은 “TV에서 자주 봐서 그런지 친근하다”, “실물이 더 낫다” 등의 말을 해주거나 “다 같이 어려운 경제이지만 노원을 살기 좋은 동네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당부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오후 유세를 마치며 기자가 “예전에 학자, 기업인으로서의 안철수 후보 강연을 많이 들었는데 정치인으로서의 안철수는 의외였다”고 정치입문의 이유를 묻자, “내 강연을 들어주러 와줬다니 감사하다. 정치인으로의 안철수가 의외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자로 강연이나 할 걸 그랬나?”라고 멋쩍게 웃으며 “꽃샘추위로 날씨가 추운데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함께해준 분들께 감사하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지역 연고자 추천해주세요”
이날 안철수 후보의 일정은 상계역에서의 오후 퇴근 인사로 마무리 됐다. ‘주민 스킨십’을 하는 동안 수행원 중에는 안철수 후보와 인사를 나눈 뒤 돌아서는 주민들에게 직접 만나지 못한 지역 연고자들을 추천받기도 했다. 골목을 잰걸음으로 누비는 안 후보의 뒷모습은 그가 입은 감색 점퍼, 등산화와 같이 평범한 모습이었다. 평범한 그의 모습에 어떤 주민들은 안 후보를 멀리서 보고 “안철수씨 닮았다”며 서로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기자가 동행하며 본 안철수 후보는 ‘낮은 자세로 다시 시작하겠다’는 그의 말처럼 주민과 인사를 나누며 허리를 굽히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한편, 3월 2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조원씨앤아이에 따르면 노원병 지역구 주민 505명을 대상으로 ‘만일 오늘 노원병 재보선이 실시된다면 누구에게 투표 하겠나’는 질문에 응답자 중 38.1%가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에게, 37.4%가 무소속 안철수 예비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표본오차가 95% 신뢰수준에서 ±4.36%포인트라는 점을 고려하면 두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반면,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따르면 노원병 유권자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는 안철수 후보가 38.8%, 허준영 후보가 32.8%로 조사됐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7%포인트다. 역시 접전이 예상되는 여론조사였다.
여론조사와 실제 현장에서 본 주민의 반응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3주 간 어떻게 반응이 달라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과연 안철수 후보가 말했던 새 정치가 국민과 ‘소통’하는 정치, 당이 다르더라도 국가 중대사에 대해서는 서로 화합하고 뜻을 모으는 ‘통합’의 정치, 단순히 이념으로 다투는 것이 아니라 민생 문제를 실제로 해결하는 ‘문제해결’의 정치로 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안은혜 기자 iamgrac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