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팀장 : 시장님은 환경가족으로 유명하지요.
▲ 신 : 그렇습니다. 6명 모두가 환경가족입니다. 저의 쌍둥이 딸들이 환경을 전공했고 둘째 사위 역시 환경을 전공해 금년 초 서울대에서 환경박사를 받았지요. 그리고 큰 생질(큰 누나의 아들)이 환경부의 국장(이사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큰 생질은 제가 환경부에서 공보관으로 근무할 때 공보담당관(과장)으로 함께 근무하기도 했고 2년 전에는 제가 거쳤던 대구지방환경청장으로 근무했지요.
10년 사이에 외삼촌과 조카가 같은 보직을 받았습니다. 둘째 누이의 큰 딸은 환경부에서 사무관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어떻던 제가 30년 전 우연히 환경업무와 인연을 맺으면서 환경가족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저희들은 가족끼리 만나도 자연스럽게 환경 얘기를 나누지요. 환경가족이 된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 L팀장 : 시장님께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환경전문가인데 시장 재직 시에는 환경 얘기를 별로 안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신 : 제가 문경시장을 하면서 환경 얘기를 하지 않은 것은 환경 문제가 소중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환경 업무 소중하지요. 문경의 환경은 정말 깨끗하고 자랑스럽지요. 경쟁력도 있지요. 저 스스로 환경을 최고의 덕목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문경의 환경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문경은 지역의 인구 감소가 더욱 더 심각한 문제이지요. 지역의 경제 문제가 더욱더 큰 문제이지요. 농촌의 문제가 더욱 더 급한 문제이지요.
먹고 사는 문제가 당장 땅에 떨어진 오늘의 문제이지요. 그래서 저는 선거공약으로 환경문제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문경시장하면서도 환경문제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제가 환경 문제에 관심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환경문제보다 인구를 늘려야 했고, 지역의 먹고 사는 경제 문제를 우선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2. 개발이냐 보전이냐
▲ 신 : 2006년 말 마니카라는 종계장이 문경읍 새재 입구에 들어올 때 많은 지역민들이 반대를 했지요. 대규모 양계장으로 인한 냄새·악취를 우려했지요. 반대하는 현수막이 문경읍과 문경새재 입구에 걸리고 마니카 반대추진위원회까지 구성됐지요. 경찰 정보도 심상치 않다는 내용이었지요. 마니카 관계자를 시청으로 불러 사업계획의 설명을 들어보니 철저한 방진· 악취 방지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했어요.
- L팀장 : 종계장이라면 대규모 닭 사육장일 텐데 냄새가 많이 나는 공해시설이 아닌가요.
▲ 신 : 악취발생 시설임에는 틀림없지요. 하지만 악취방지시설을 설치하면 상당히 악취를 제거할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세상에 환경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시설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우리 자신도 매일 분뇨를 배출하고 온실가스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요. 상대적인 측면에서 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배출허용기준이라는 것을 환경법으로 정해 관리하지요.
- L팀장 : 마니카 종계장에 대해 결국 허가를 해 줬나요.
▲ 신 : 그렇습니다. 마니카 반대추진위원회 관계자와 최종적으로 만났습니다. 그리고 제 입장을 설명했습니다. 우리도 소를 키우고 돼지도 키우고 닭도 키우고 있습니다. 마니카는 사업계획 내용으로 충분한 악취방지 시설을 계획하고 있으므로 허가해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우리 문경은 환경도 지켜야 하지만, 인구를 늘리고 기업을 유치하고 개발을 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했어요. 저의 얘기를 진지하게 듣고 그분들도 저의 뜻에 동의를 해 주셨습니다.
- L팀장 : 그렇다면 우리 문경은 개발이 우선인가요. 보전이 우선인가요.
▲ 신 : 개발도 해야 됩니다. 환경도 지켜야 합니다. 그것이 선택의 문제라면 우리 문경은 차라리 개발을 선택해야 된다고 판단됩니다. 마니카 문제를 보면서 저는 우리 문경은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인구가 줄어들고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보전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어떤 환경 학자가 최대의 환경파괴는 전쟁이요, 전쟁 다음의 환경파괴 주범은 빈곤(poverty)이라고 했습니다. 경제적 여유가 있을 때 정화시설을 가동할 수가 있습니다. 제가 대구지방환경청장 때 구미공단에 현장점검을 가 보았습니다. 회사가 잘 돌아가는 공장들은 정화시설을 잘 가동했지만, 회사가 어려운 곳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우리 문경의 환경은 전국에서 최고입니다. 물이 전국에서 제일 깨끗하고 공기도 매우 맑습니다. 자연환경 생태계도 잘 보전돼 있지요. 깨끗한 공기·물·자연환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구를 늘리고 사람이 모이도록, 사람이 살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욱 시급합니다. 문경의 면적이 서울의 1.5배나 됩니다. 환경도 사람과 함께 조화를 이룰 때 빛이 납니다. 사람이 없는 숲은 밀림이고 집도 사람이 없다면 더 빨리 붕괴됩니다. 아름다운 우리의 산·물·강·공기 지켜야 합니다. 그러나 반으로 줄어든 인구를 늘리는 개발도 해야 합니다.
- L팀장 : 지금의 시점에서 우리 문경은 개발이 우선이라는 말씀이지요.
▲ 신 : 그렇게 생각합니다. 문경은 인구를 늘려야 되고 공장을 더 지어야 되고, 학교를 유치해야 되고 관광객들이 오도록 관광시설을 확충해야 되고, 필요하다면 골프장도 호텔도 리조트시설도 더 확충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사람이 오고, 사람이 모여서 경제가 돌아가도록 해야 합니다. 서울보다 1.5배나 큰 땅덩어리에 인구 10만도 안 되는 지역임을 깊이 인식해야 됩니다.
백두대간의 중심으로 빼어난 천혜의 자연환경은 더 없는 소중한 우리의 자산이지만 산만 바라보고 자연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사람과 자연,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어우러지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 문경은 사람 쪽으로 더욱 더 가까이 가야 합니다. 그 길은 아직 멀고도 멉니다.
3. 지나친 환경규제
- L팀장 : 지방에서 근무하다 보면 최근 들어 환경규제가 너무 강화돼 많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 신 : 무슨 말씀인지 이해가 돼요. 제가 환경부에 있을 때는 환경이 전부인 줄 알았고 환경은 모든 것에 우선되어야 할 절대가치를 갖는 기준이라고 생각했지요. 환경이라는 게 생명과 직결되고 환경이 온전치 못하면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심지어는 농업도 산업도 정상적으로 가동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환경부를 떠나 지방에서 현실행정·지방행정을 몸소 해보니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게 돼요. 환경이 전부가 아니라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을 피부로 느끼고, 환경도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서 삶과 함께 고려되고 삶과 함께 다루어야할 가치 기준이라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3~4년 전의 일입니다. 제가 민선 4기로 문경시장이 되어 기업유치를 하는 과정에서 사전 환경성 검토 때문에 저의 친정인 대구지방환경청과 업무협의를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태계(生態系)를 보전가치에 따라 등급을 매겨 생태계 식생도(植生圖)가 좋은 곳은 개발을 제한하도록 하는 조사가 있었어요.
이 때 대구환경청 후배들에게 제가 정말 큰 소리를 친 적이 있지요. 다소 주관적 판단이 가능한 식생도 문제로 지역의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는 공장의 입지가 적합· 부적합을 논할 때 환경청 후배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논쟁을 했지요. 이 때 환경이 갖는 양면성을 다시 한 번 실감했습니다. 환경이라는 것이 결코 우리의 삶과 동떨어지게 환경만을 고집하거나 환경의 가치만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환경만이 절대가치가 돼서는 안 됩니다. 환경부에 있을 때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환경영향평가·사전환경성검토도 개발부처와 많은 충돌이 있을 수 있지요. 그런데 요즈음 환경부·지방환경청을 포함해 환경분야의 공직자들의 자세가 때로는 너무 환경 그 자체만을 고집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환경부를 떠나 지방행정을 해보고 갑과 을의 입장이 바껴 조명해보니 그런 것을 실감합니다. 보다 합리적인 환경영향평가·사전환경성검토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환경부서의 공직자들도 국토해양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에 대해 보다 폭 넓은 전문적 이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숲을 보면서 나무를 봐야 한다는 뜻이지요.
<다음호에 계속>
신현국 ilyoseoul@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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