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후암미래연구소 대표는 사이버테러가 터지기 전인 지난 13일 “북한이 군사 도발의 형태로 전자기파(EMP) 폭탄을 이용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EMP 폭탄은 아니었지만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지난 20일 주요 방송사와 금융기관의 사내 전산망이 초토화됐다. 그의 영력 예지력이 이번에도 정확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 국방부, 국가정보원 등으로 구성된 정부 합동대응팀은 21일 “농협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중국 인터넷 주소(IP)를 통해 악성코드가 설치된 것을 확인했다”며 “동일 조직이 피해 기업 6곳을 공격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의 소행이라는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산망 테러에 외국 서버로 중국 차이나텔레콤을 이용해 악성코드가 유입된 점으로 미뤄 볼 때 북한의 소행으로 굳어지고 있다. 문제는 2차, 3차 후속 도발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차 대표는 “북한은 현재 도발의 명분을 차곡차곡 축적하고 있다. 중국도 등을 돌린 지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매우 높다”며 “국지적 도발이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한 지난 2월 12일 이후 중국은 한 달간 대북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 그간 북한은 원유 수급의 90%를 중국에 의존해왔다. 중국이 실제로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면 북한 경제는 사지에 내몰려 있는 상태다. 이는 곧 생존 동력원이 끊긴 북한 김정은 정권의 붕괴로 이어질 수는 있는 중대 조치인 셈이다.
북한은 작년 4월부터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 특별작전 행동 소조를 앞세워 전혀 예상치 못할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고 내비쳤다. 이 무렵부터 단계적으로 도발의 명분을 고조시켰다. 특히 혁명무력의 특별 행동이 곧 개시되면 3~4분 만에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방법으로 남측을 초토화할 것이라고 위협 했다.
이후 북한이 으름장을 놓았던 ‘특이한 수단과 방법’이 될 것이라는 도발 유형에 대해 국내외의 여러 해석이 분분했다.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와 관련해 당시 차 대표는 “서해5도를 겨냥한 포사격과 생화학테러, 사이버테러, 국지적 도발, EMP폭탄 등이 포함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중국의 대북 압력이 거셀 경우 한층 우려되는 것이 북한의 국지적 도발”이라며 “(이럴 경우) 전면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이버 테러로 차 대표는 당시 행동하는 문화신문 후아이엠을 통해 “중국의 대북 압력이 거셀 경우 북한은 곧바로 도발을 감행할 것”이라며 “특히 EMP폭탄을 이용한 도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EMP 폭탄이 터질 경우 강력한 전자기파를 발생한다. 공격 대상 지역의 전력과 통신망, 전자기기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한마디로 전력계통 및 전자기기들이 먹통돼 사회 기간망을 통째로 작동 불능상태로 빠뜨리는 무기이다.
EMP폭탄은 사이버테러의 파괴력보다 수백 수천 배 이상 강력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기 못지 않게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회 국정감사에서 매년 제기될 만큼 심각한 문젯거리다. 그럼에도 북한의 EMP탄 공격이나 핵폭발로 인한 고고도전자기펄스(HEMP)에 대한 우리 군당국의 방호는 사실상 속수무책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는 2011년 9월 국정감사에서 주요 군 시설에 대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현재 연구 중인 HEMP 방호 기술을 기반으로 EMP탄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기술을 단계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힌 것이 전부다.
이번 사이버테러가 북한의 소행일 가능성이 시간이 흐를수록 확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공격이 무력 도발로 이어질 경우 한반도 정세는 예단할 수 없는 최악의 국면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차 대표 역시 “전면전은 성능과 군사력 우위와 관계없이 한반도를 초토화할 건 뻔하다. 남북한의 공멸은 주변국가에게 국익의 기회가 된다. 국익 앞에선 적과 동지가 따로 없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불문율”이라고 전쟁 도발 가능성에 우려를 나타냈다.
아울러 “북한은 도발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말라고 했다. 북을 의도적으로 자극하여 모종의 사건을 덮기 위해 북풍을 유도하려고 한다는 의심하는 음모론자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살 필요는 없다”며 “북의 벼랑끝 전술에 어떠한 명분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