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박근혜 대통령의 패션에 관련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박 대통령이 들었다 하면 품절이고 옷에 달았다 하면 판매 폭주 현상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해당 브랜드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디자인만 비슷해도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롯데백화점의 경우 관련 상품 특별 기획전 준비에 나서는 발빠름까지 보였다. 이처럼 여성 대통령이 불러일으킨 패션 열풍에 경제위기로 얼어붙은 소비심리가 풀리면서 관련 기업들은 때 아닌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新완판녀’로 등극한 박 대통령, 그녀의 패션에 열광하는 기업들을 들여다봤다.
박근혜 브로치·지갑, 가격 상관없이 판매량 급증
중저가 패션업계, 박 대통령 특수에 ‘열광’
브로치 액세서리는 박 대통령이 즐겨하는 스타일링 중 하나로 지난달 27일 청와대에서 첫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할 때 달았던 ‘진주알이 박힌 은색 꽃 모양 브로치’와 지난해 12월 1차 TV토론에서 선보였던 ‘자연석인 황옥 꽃 모양 브로치’, 2차 토론에서 달았던 ‘타원과 네모를 겹친 플라스틱 브로치’가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의 브로치들 중 상당수는 남대문시장 액세서리 도매상가인 우주상가에 입점한 ‘사리앙’ 제품으로 대부분 저가의 가격을 자랑한다. 업계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저가 제품을 애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브로치는 가격을 막론하고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온라인쇼핑몰 G마켓의 경우 올 들어 지난 14일까지 패션 브로치의 판매가 전년동기대비 131% 증가했다. 11번가 역시 박 대통령의 취임을 앞둔 지난 1월 1일부터 2월 26일까지 전년동기대비 약 10% 상승했다. 오스트리아 프리미엄 패션 주얼리 브랜드인 스와브로스키는 올 1~2월 매출이 전년대비 25% 늘었다.
백화점에서도 브로치를 찾는 고객들이 급증하면서 롯데백화점은 최근 액세서리 브랜드인 골든듀·몰리즈·젬크레인·샤링·루체인 등 봄 신상품 브로치 물량을 최대 30%가량 늘렸다. 여기에 이달 중 브로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액세서리전’도 기획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의 브로치는 어버이날 기간에 선물용으로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백화점 매장에서는 30대에서 5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의 여성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확실히 ‘대통령 특수’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의 지갑도 품절 사태를 빚으면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13일 박 대통령이 서울 양재동 농협 하나로클럽에서 과일과 채소를 사면서 꺼냈던 연보라색 지갑이 반나절 만에 동이 난 것이다. 이 지갑은 국내 누비공예품 업체인 ‘소산당’ 제품으로 4000원짜리 통장지갑이다. 저렴한 가격에 박 대통령이 들었다는 이유로 해당 지갑은 다음 날인 14일 ‘대통령 지갑’이라 불리며 대형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했다. 당일 소산당 홈페이지는 접속 폭주로 인해 일시 마비됐으며, 오후 1시쯤에는 ‘주문폭주로 전 품목 품절처리 됐습니다’라는 내용의 공지사항까지 올라왔다.
박 대통령이 사용 중인 모델은 2년 전 절판된 모델이지만 해당 제품이 매스컴에 오르내리자 지갑을 포함해 컵받침, 실내화, 필통 등 해당 브랜드의 모든 제품들이 품절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그 인기는 21일 현재까지도 이어져 홈페이지에는 재입고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이밖에도 당선인 시절에 즐겨 들던 가죽 가방이 국산 명품 브랜드 ‘호미가’ 제품으로 오인돼 해당 제품이 완판된 바 있다. 지난달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외교국방통일분과 국정과제토론회를 마치고 나온 박 대통령이 들고 있던 가방이 호미가 가방과 매우 흡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들었던 회색 가방은 타조 가죽을 사용해 가죽 표면이 올록볼록한 제품으로 국내 한 영세업체가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으로 밝혀졌다. 박 대통령의 명품 가방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박 대통령의 가방으로 지목된 명품백은 현재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으면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구두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선 과정에서 신었던 엘레강스 구두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이다. 하지만 해당 브랜드는 백화점에서 오래 전 없어진 국내 중저가 브랜드로 현재 구입할 수 없다.
이처럼 경제위기로 패션에 대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가운데 박 대통령과 관련된 패션 소품들이 인기를 끌자 업계에서는 박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이미 외국에선 영부인이나 유력 여성 정치인이 명품이 아닌 자국의 중저가 제품을 선택해 매출을 올려주는 일이 흔하다”며 “박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국내 제품을 자주 착용해 침체된 패션 산업에 활기를 불어넣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근혜 패션株’ 등장…조회공시 해프닝까지
박 대통령의 패션이 연일 화제가 되자 그 관심이 특정주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중소패션업체인 ‘인디에프’가 뚜렷한 실적호조나 투자계획이 없음에도 중소패션주로 부각되며 급등세를 보였다.
인디에프는 지난해 495원에 장을 마감했던 것과 달리 지난 5일에는 1110원으로 1000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14일에는 1440원으로 최고가를 돌파, 계속해 오름세를 이어갈 듯 보였지만 18일 가격 제한폭까지 하락하며 1220원에 거래를 마쳤다. 약 3개월 만에 무려 3배 가까이 급등한 셈이다.
이에 지난 4일 주가 급변으로 한국거래소가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이에 회사 측 역시 의아하다는 입장이다. 특별한 이슈가 없고 향후 잡힌 투자계획도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인디에프 관계자는 “대통령 의상과 우리 제품은 무관하며 협찬설도 사실이 아니다”라며 “올해는 매출을 늘리는 것이 최대 사업목표”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18일 오후 2시 43분 전일대비 12%대 하락하자 전문가들은 그간의 실적과 무관한 주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디에프는 지난해 내수 경기가 위축되면서 매출이 12.3%가량 줄어 2149억 원, 영업손실은 65억 원, 순손실은 91억 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개성공단의 저렴한 인건비가 원가절감에 기여하면서 전년대비 손실규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적자인 상황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적자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렇게 주가가 급등한 건 시세조정으로 의심이 된다”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