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 짓밟는 홈플러스 합정점 직접 가보니
상생 짓밟는 홈플러스 합정점 직접 가보니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3-03-26 11:24
  • 승인 2013.03.26 11:24
  • 호수 986
  • 4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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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은 ‘북적북적’ 재래시장은 ‘썰렁’

▲ 홈플러스 합정점을 찾은 소비자 <ⓒ 일요서울 유수정 기자>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개점이 지연됐던 홈플러스 합정점이 지난 14일 오픈했다. 망원시장과 망원동월드컵시장 상인들이 지난해 3월 중소기업청에 사업조정을 신청하고 입점 철회 농성을 벌인지 약 1년 여 만이다. 그러나 당초 논의됐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망원점 폐점, 광고 및 할인판매 자제 등 상생 협의가 지켜지지 않아 중소상인들과의 대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판매제한 15개 품목 협약이 실질적으로 상인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제품으로 구성돼 홈플러스의 생색내기였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우여곡절 끝 오픈한 홈플러스 ‘문제투성이’
협의안 무시한 영업에 소상인들 ‘뿔났다’

[일요서울]이 찾은 홈플러스 합정점은 당초 예상했던 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매장에는 ‘10년 전 전단가격 그대로’, ‘오픈기념 초특가’, ‘1+1’ 등 할인을 내보이는 안내 문구들이 줄을 이었다. 이에 소비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장바구니 채우기에 여념이 없었다.

실제로 해당 매장에서는 수제 떡갈비와 돈가스 등이 선착순 할인 판매로 개당 1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또 삼겹살과 목심도 100g당 790원이라는 초특가에 판매됐다. 특히 각각 500원씩 판매된 치약과 칫솔 제품에 많은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해당 제품들은 한정판매로 진행된 만큼 구매를 위해 고객 간 쟁탈전이 일어나는 등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 망원동에 거주하는 김모(29)씨는 “주변 시장을 무시한 지나친 할인판매에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의 꼼수 영업 상인들 울상

홈플러스가 미끼상품과 할인행사 등으로 꼼수 영업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지난달 27일 결정된 양측의 합의안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할인행사 등 주변 상권을 위협하는 행위를 자제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장 후의 모습은 당초 약속과는 상반됐다.

오픈 초특가 상품 및 50% 할인 세일이 줄을 이은 것은 물론 대표적인 품목들이 최저가로 판매되고 있는 탓에 매장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또 기념품을 자제하기로 했던 협의와는 달리 오픈 당일 고객들에게 기념 떡 등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변 시장 안 건물까지도 홍보 전단지가 배포됐으며 홈플러스 멤버십 고객에게 합정점 할인행사 문자 메시지를 전송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판매 제한 품목으로 결정된 떡볶이 대신 떡볶이 국물을 묻힌 튀김을 판매하는 등 협의안을 교묘하게 비킨 영업을 펼쳤다.

이와 반대로 홈플러스 합정점과 불과 1km 남짓밖에 차이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하고 있는 망원시장은 ‘매일 5000명에 가까운 고객들이 찾아 지역주민과 함께 발전해왔다’는 홍보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한산했다. 이 같은 상황에 망원시장과 망원월드컵시장의 상인들은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망원시장에서 야채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판매 제한 품목 자체가 평소 잘 안 팔리는 제품이라 시장 상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구판장을 운영 중인 상인 역시 “홈플러스 월드컵점도 모자라 합정점까지 생겼으니 애당초 경쟁조차 되지 않던 게임인 셈”이라며 걱정을 내비췄다.

▲ 홈플러스 합정점의 할인행사에 발길이 끊긴 망원시장 <ⓒ 일요서울 유수정 기자>

애초부터 상생은 없었나

상인들이 사과·배·삼겹살 등 실질적으로 시장 경제에 도움이 될 만한 제품을 판매제한 품목으로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홈플러스는 해당 제품들을 수용하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주변 상인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마포구청 관계자는 “법에 위촉되는 사항이 없기 때문에 제지를 가할 수는 없다”면서 “시장 상인들의 피해를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만큼 구 차원에서도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상생을 도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홈플러스 측의 신속하지 못한 처리와 애매한 입장 표명 역시 문제다.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은 “대형마트가 상인들의 요구사항을 수용한 사례는 처음이기 때문에 최초의 의미 있는 합의였다”면서도 “그러나 홈플러스 측의 애매한 반응에 상인 입장에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합의였다”고 입장을 전했다. 또 “주변 상인과 상생하지 않는 독점적 영업은 지역 경제를 죽이는 일”이라며 “망원역 부근 익스프레스 폐점 및 광고 자제 등 합의된 내용을 하루 빨리 시행해 지역 상인과의 상생을 도모해야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홈플러스 익스프레스(SSM) 망원점은 폐점이 결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영향 없이 운영되고 있었다. 해당 점포의 직원은 “본사로부터 정확한 내용이 전달된 바 없어 한동안 운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논란에 홈플러스 측은 “할인행사 등을 자제하기로 했을 뿐이지 안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며 무책임한 반응을 보였다. 업체 관계자는 “현재 합의된 품목에 대해서는 판매하지 않고 있지만 제한 품목을 언급할 수 없다”며 “앞으로 진행되는 상생협의체는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입장을 표했다.

한편 홈플러스 합정점 측에 문의한 결과 판매제한 품목은 ▲떡볶이 ▲순대 ▲오징어 ▲아귀 ▲임연수 ▲코다리 ▲소고기 한우 국거리 ▲우족 ▲등뼈 ▲알타리 ▲망고 ▲밤 ▲대추 ▲석류 ▲건고추 등 총 15개 제품이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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