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LG생활건강(대표이사 차석용)이 야심차게 내 놓은 최고급 안티에이징 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 제네츄어 크림’이 가격 대비 미미한 효과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고 있다. 피부재생에 뛰어난 효능을 지닌 줄기세포 배양액의 첨가로 일반 저가 화장품보다는 좋은 성능을 보이고 있지만 지나치게 비싼 가격으로 초고가 화장품의 대열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남 지역 및 주요 백화점에서는 소위 ‘없어서 못 판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상위 1% 소비자들의 우월 심리를 악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LG생건 vs 식약청, 효능 놓고 입장 갈려
초고가 화장품, 결국 선택은 소비자의 몫
사례 1) 인천에 거주하는 이모(59)씨는 지난해 10월경 방문판매 컨설턴트의 권유로 ‘오휘 더 퍼스트 제네츄어 크림’을 구매했다. 한 병(77ml)에 75만 원 이라는 고가 라인의 제품이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으리란 생각에 덥석 결제했다. 당시 컨설턴트는 해당 제품에 주름 및 탄력 개선, 피부색 개선, 보습 효과 등이 있어 4주간만 사용하더라도 눈에 띄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효과는 미미했고 비싼 가격을 지불한 만큼의 효능은 볼 수 없었다.
사례 2) 서울에 거주하는 윤모(22)씨는 얼마 전 어머니의 선물을 사기 위해 강남 소재의 한 백화점을 찾았다. 윤씨의 어머니가 사용해 보고 싶다던 ‘오휘 더 퍼스트 제네츄어 크림’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줄기세포가 피부노화에 효과적인 반응을 일으킨다고 익히 들어왔던 터라 윤씨는 비싼 가격임에도 아무런 의심 없이 크림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얼마 후 전 성분을 확인해본 결과 크림에 함유된 성분은 줄기세포가 아닌 줄기세포 배양액이었다. 이에 윤씨는 환불을 요청하며 항의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줄기세포 자체가 함유된 화장품은 없다”는 말뿐이었다.
국내 초고가 화장품을 대표하는 LG생활건강의 ‘오휘 더 퍼스트 제네츄어 크림’이 가격 대비 낮은 효과로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중·장년층에게 꿈의 화장품으로 자리 잡았지만 일각에서는 우월 소비를 이용한 업체 측의 상술이라는 지적이다.
상위 1%의 소비 심리 노린 ‘초고가 화장품’
‘오휘 더 퍼스트 제네츄어 크림’은 CHA줄기세포연구센터로부터 독점적으로 공급받은 인체 줄기세포 배양액을 함유한 제품이다. 무려 75만 원에 달하는 초고가 화장품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월 출시 이후 꾸준한 판매율을 기록하고 있다.
신세계 강남점에 입점한 오휘 매장 직원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일주일에 3~4개씩은 꾸준히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직원은 “고가라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고객들이 구매를 하고 있다”면서 “한번 사용한 고객들은 꾸준히 사용하는 제품”이라고 말했다. 다른 매장 역시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원료의 특성상 제품이 한정적으로 생산되는 탓에 한번에 2개 이상 구매하는 고객도 있다고 소개했다.
앞서 LG생활건강 측은 지난해 10월 초 백화점 및 방판 고객을 대상으로 한 사전 예약판매에서 이미 3500여 개가 판매되는 등 소비자들에게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정청에서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지 못한 성분인 줄기세포가 단기간의 사용에도 피부 재생 등에 효과적인 반응을 일으킨다고 과장 광고됐다는 지적이다.
특히 해당 제품에 함유된 원료는 줄기세포 배양액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줄기세포가 들어있는 것처럼 혼동을 줬다고 꼬집었다. 줄기세포 배양액이란 줄기세포를 배양할 때 나오는 부산물로 배양에 필요한 영양물질과 세포를 배양할 때 나오는 분비물이 혼합된 원료다.
식약청 관계자는 “기능성 화장품은 일반 화장품과는 달리 식약청 차원의 심사가 진행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식약청에 접수된 사례 중 줄기세포 배양액의 효과를 입증한 실험 자료가 없다”고 전했다.
화장품의 효능 대비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는 지적 역시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해당 제품의 특별한 성분으로 인체 줄기세포 배양액(1260mg/100g)과 확정세포 배양액7 등이 있는데 이런 원료들의 가격이 제품의 가격에 영향을 끼친 듯 보인다”면서 “제품 가격은 개발비와 유통마진, 마케팅 비용 등이 모두 포함된 것이기 때문에 가격의 값어치를 하는지 아닌지는 결국 소비자의 주관적 평가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효과 입증됐지만 ‘글쎄’
이 같은 논란에 LG생활건강 측은 줄기세포 배양액의 피부 재생 효과는 이미 외부 임상실험 결과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업체 관계자는 “연구 결과 4주간의 사용으로 피부 진피밀도가 약 6% 향상하는 등 기존 크림 대비 탁월한 효능을 보였다”면서 “줄기세포 배양액과 고영양 세포배지 등의 핵심 성분이 함유됐기 때문에 차원이 다른 피부개선 효능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료를 제공한 CHA줄기세포연구센터 측은 “줄기세포 배양액 자체가 염증 손상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면서도 “우리는 원료만 제공했을 뿐 화장품의 효과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한편 최광호 초이스피부과 원장은 “줄기세포 배양액에는 피부 세포의 생장과 유지에 도움을 주는 단백질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개개인의 피부 상태에 따라 피부 흡수율에는 한계가 있다”며 “피부색 개선 및 탄력, 재생, 보습 등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서는 기능성 화장품에 의존하기보다는 충분한 수분 섭취와 자외선 차단제 사용 등이 더욱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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