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노조 “황두연 문제부터 해결해야”
현대증권(사장 김신) 홍콩법인이 1억 달러 규모의 증자를 확정하면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현대그룹 경영 부당 개입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황두연 ISMG 대표이사의 이름이 또 다시 거론돼 노사 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현대증권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증권 홍콩법인을 둘러싼 우려는 좋지 못한 시장상황과 낮은 기대감이 배경을 이루고 있다. 현대증권은 지난 15일 홍콩 현지법인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 1억주(1109억 원 규모)를 배정받는다고 공시했다. 해당 회사는 현대증권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현대증권 측은 “홍콩 현지법인의 채권 영업과 트레이딩 기능을 강화하려는 목적으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며 “이를 계기로 홍콩법인을 아시아시장의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하고 투자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회사 노조를 비롯한 일각에서는 삼성증권이 홍콩법인을 대폭 축소하는 등 증권사들의 해외사업 성과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현대증권의 이번 결정이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더군다나 이들의 주장은 현대증권이 지난해 3분기 700억 원에 가까운 순손실을 내고도 1000억 원 규모의 해외 자산운용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터라 힘을 얻고 있다. 자금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무리하게 해외사업을 밀어붙일 경우 추가 증자에 대한 우려로 인한 추가적인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증권 자체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앞서 현대증권은 현대저축은행 인수 후 잇따라 증자를 감행해 NCR (영업용순자본비율)이 대폭 하락한 상태다.
NCR은 영업용 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것으로 증권사들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현대증권의 NCR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411% 수준이다. 지난해 3월 847%까지 올라갔던 영업용순자본비율은 601%(6월), 560% (9월),411%(12월)로 하락세를 거듭해왔다. 반면 여타 대형사들은 지난해 내내 500~700%대 영업용순자본비율을 유지해왔다.
금융당국에선 NCR가 150% 미만일 때 경영개선 권고 등을 내리지만 증권사가 주식워런트증권 상장, 유동성 공급자, 전문 딜러 등의 업무를 하기 위해선 NCR 250%를 충족해야 한다. 대형증권사들의 경우는 400%를 데드라인으로 바라본다.
물론 내부적으로 현금화하는 작업 등을 통해 건전성지표를 맞출 것이라는 예상이지만 2011년 인수한 현대저축은행에 벌써 2500억 원을 증자 한 바 있어 회사로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한 대형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모든 주식시장이 좋지 않은 시기라 사업성에 큰 기대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1억 달러 규모는 홍콩법인의 기반을 닦는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NCR이 하락하는 것에는 아무래도 영향이 있을 것이다”며 “400%대의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가 거래 증권사로 선정하는 데 제외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현대증권 노동조합 역시 “증자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자금력이 좋지 못한 현재 상황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다”라고 말했다.
노사 갈등 악화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이번 홍콩법인 증자건은 시끄러운 노사갈등에 또 한 번 부채질을 할 모양새다. 현대증권 사측과 노조 측은 서로 강경한 입장을 나타내기만 할 뿐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더욱이 사업성을 떠나서도 현대증권을 향한 시선은 좋지가 않다. 모든 우려를 무시한 채 이번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황두연 ISMG 대표이사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황두연 대표는 현재 현대그룹의 경영권에 대한 부당 개입과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더불어 현대증권 노동조합은 지난해 11월부터 현대그룹의 숨은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황 대표가 홍콩법인을 통해 싱가포르 자산운용사를 설립·인수 한 뒤 자문 명목으로 수수료를 챙기려 했다는 주장을 피력해왔다. 또 현대상선이 선박 펀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황 대표가 한 발언 등 회사 경영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민경윤 현대증권 노조위원장은 이번 홍콩법인 증자와 관련해서도 “절대 불가한 결정이다. 녹취록이 버젓이 나와 있지 않나. 황두연 일가가 추진하는 홍콩법인에 대해서 계속 고소·고발할 것이다”라며 “홍콩법인 증자 과정에서 황두연의 개입은 분명하게 없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더욱이 노조 측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으니 절대 물러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노사 간 의견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증권의 ‘나 몰라라’식 태도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조차 찾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사측은 “현대증권 노조는 황두연 대표가 현대상선 등 계열사의 경영에 부당 개입해 이득을 챙겨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사실 노조의 주장은 우리조차 처음 듣는 이야기가 많다”며 “일단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노조 주장은 사실과는 너무 다른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대우증권이나 우리투자증권 등 국내사 홍콩법인의 경우 작년 초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추가 했다”며 “다만 현대는 시기가 조금 늦춰진 것이며 이번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확보, 팬아시아 마켓리더로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노조의 강경한 입장에 대해선 “노조와 사측은 어떠한 교류도 없다”며 “노조가 정확히 무슨 입장인지에 대해서도 확실히 알지 못하고 있다”고 대답을 회피했다.
한편 현대증권은 현재 홍콩법인 증자를 결정짓고 금융위원회의 허가만을 남겨놓고 있다. 금융위의 허가만 떨어지면 안팎의 우려는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대증권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금융위에서도 곧 결정이 나지 않겠나. 홍콩법인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