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전설, 강동희 구속 파문
추락한 전설, 강동희 구속 파문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3-25 11:42
  • 승인 2013.03.25 11:42
  • 호수 986
  • 5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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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승부조작… 팬들 배신감은 어쩌나?

▲ 지난 11일 오후 4시 10분께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이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경기 의정부 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 감독은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사진=뉴시스>

한국농구계의 ‘전설’로 추앙받던 강동희 前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 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스포츠계 전반에도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지검 형사5부(유혁 부장검사)는 지난 11일 강 전 감독을 프로농구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했다.

강 전 감독은 2011년 2~3월께 브로커 2명으로부터 4700만 원을 받고 4차례 승부를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를 받고 있다. 강 전 감독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검찰은 충분한 진술과 증언 등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프로농구 승부조작 파문으로 인해 프로야구·프로축구·프로배구 등 국내 4대 프로스포츠가 모두 승부조작의 오명을 쓰게 됐다.

특히 농구계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려하기만 했던 강 감독의 뜬금없는 추락에 농구계 전체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역대 승부조작 중 처음으로 현역 감독이 구속됐고, 더욱이 농구계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 출신 강동희였기 때문이다.

이에 한선교 KBL 총재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을 통해 “스포츠의 근본을 뒤흔드는 승부조작에 대해서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관용의 원칙하에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혐의가 확실하게 입증되면 강 감독은 KBL에서 영구제명된다. 

혐의 입증되면 KBL서 영구 제명키로

강 감독은 누군가에게 영웅이자 우상이었다. 짧은 목에 푸근하고 느릿한 인상이지만 코트에서는 단연 우월한 실력을 보였다. 그의 환상적인 패스는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특히 중앙대시절부터 기아자동차의 전성기를 이끈 ‘허동택(허재 KCC 감독-강동희-김유택 중앙대 감독) 트리오’는 한국 농구계의 대표 아이콘이었다.

 그 중 막내 강동희는 프로 원년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MVP)를 석권하며 ‘코트의 마법사’로 불렸다. 감독으로서 새 출발을 알린 강동희도 탄탄대로를 달렸다. 그는 지난 4년 남짓 동부 감독직을 역임하며 2011년과 2012년, 2회 연속 챔프전 진출을 이끌었다. 더불어 지난 시즌 동부는 정규리그 역대 최다승(44승)을 기록, 우승까지 거머쥐며 한국 농구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승부조작 파문을 일으킨 강 감독은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잃을 위기에 처했다. 승부조작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스포츠맨으로서 저지를 수 있는 최악의 범죄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특히 강 감독의 플레이를 보고 성장하며 한국농구에 열광했던 수많은 팬들에게는 벌써부터 배신감만이 남은 눈치다.
강 감독의 중앙대 시절부터 팬이었다고 밝힌 이모(28)씨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강 감독은 나의 우상이었다. 그런 그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것은 아직도 믿을 수 없고 믿고 싶지도 않다”며 “강 감독이 구속됐다는 기사를 읽고 하루종일 허탈한 기분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대다수의 팬들이 같은 반응이었다. 무엇보다 다른 ‘악동’ 선수들과 달리 성실하고 모범적인 이미지가 강했던 강 감독이 팬들이 느낀 배신감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이번 ‘강동희 스캔들’은 한국 농구 100년사에서 팬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사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감독이 벌인 승부조작은 뭘까?

강 감독의 승부조작 파문과 함께 변수가 많은 종목인 농구에서 어떻게 승부조작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감독 혼자의 의지로 승부를 조작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내자면 가능한 일이다.

감독은 상대와의 매치업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기용하거나 경기 흐름에 상관없이 잦은 교체로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의로 작전타임을 불러 우리 팀의 좋은 리듬을 깨거나 작전타임을 부르지 않아 상대방의 분위기를 살려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이번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불법 ‘사설토토’에서는 훨씬 더 쉬운 방법이 존재한다. 세분화된 베팅 종목이 있기 때문이다. 두 팀의 특정 선수들의 득점을 비교하는 ‘선수 맞대결’과 특정 쿼터의 승패를 알아맞히는 ‘쿼터승부’ 종목이 주방법이다.

이 방식에 의하면 감독이 의도적으로 베팅 대상으로 정해진 선수의 출전시간을 조절해 해당 선수의 득점을 낮출 수 있고, 특정 쿼터에서 수비적인 전술을 펼쳐 전체 승부에는 영향을 적게 주면서 ‘쿼터승부’ 베팅에 개입할 수 있다. 이 같은 방법의 문제는 승부에 영향을 적게 준다는 이유로 도덕불감증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 강 전 감독이 불법 ‘사설토토’ 앞에서 무릎을 꿇었을 가능성이 높다.

승부조작? 발본색원이 가장 중요

4대 스포츠 승부조작에서 유일하게 청정지역이라고 자부했던 KBL은 이번 승부조작 파문과 관련해 신인 드래프트와 FA제도 개선, 선수협의회 결성, 은퇴 선수들을 위한 기금 마련 및 코칭·심판 아카데미 설립 등을 방지책으로 들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존재하는 승부조작을 모두 발본색원한 후 예방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특히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인 스포츠계에서 아직까지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조차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로 그동안 스포츠계가 보여준 움직임을 살펴봐도 승부조작이 일어났을 때 해당 선수 및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내리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굳이 한 가지 보태자면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했던 ‘운동경기 전반 승부조작 금지법안’ 정도가 있었다.

더욱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다가 영구제명당한 선수들은 방황 끝에 자살, 부녀자 납치 사건 등의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확실한 선례로 재발을 막겠다는 목적과는 달리 부작용만 초래한 것이다.

결국 눈에 보이는 문제만 해결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이 승부조작을 지금까지 끌고 오게 만들었다. 

이와 관련해 황수연 대한체육회 부회장은 “문화체육부· 대한체육회 등에서 엄정하고 정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전두환 대통령 시절부터 체육계 비리는 엄정하게 다루어 졌다”고 말한 바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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