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물 부족국가가 아니다”
4대강 비판하면 반정부 세력?

건설교통부 시절 유엔기구인 ‘국제인구행동 연구소’(PAI)에서 국민 1인당 연간 ‘물이용 가능량’을 조사했는데, 한국은 1520톤 밖에 안 돼 리비아, 모로코, 오만, 이집트등과 더불어 물부족국가로 분류되었다. 여기서 ‘물이용 가능량’이란 빗물 중 하천유출수를 인구수로 나눈 것인데 1700톤 이상이면 ‘물 풍요국’, 1000~1700톤이면 ‘물 부족국’ 그리고 1000톤 미만이면 ‘물 기근국’으로 나누었다.
이것은 ‘팔켄마크의 분류법’이라고 소개 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 연구소는 유엔기구도 아니고 유엔의 지원을 받는 기구도 아니다. 미국의 한 민간사설연구소일 뿐이다. 그러다가 전후경위를 안 건교부는 2006년 9월 “국제 인구행동연구소에서 발표한 지수는 인구증가로 인한 물 부족을 경고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며, 수자원 개발과 이용에 관한 일반적인 지표라고 보기는 곤란하다”라고 국가기관 치고는 매우 부끄러운 해명을 했다.
그 이후부터 우리나라가 물 부족국가라는 말은 일체 자취를 감추었는데 어쩐 일인지 4대강사업이 대두되면서 국토부에서부터 되살아난 용어가 됐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는 ‘지구환경 보고서’에서 한국을 물 부족국가로 본 일이 없으며 도리어 ‘댐에 의한 생태계의 단절과 파괴 우려와, 강의 관리과정에 다양한 사회집단의 참여가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세계의 연간 강우량이 평균 880밀리미터인데 한국은 1245, 프랑스 867, 이탈리아 832, 중국 627, 네덜란드 778그리고 일본이 1718밀리미터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리비아나 오만등 사막의 나라와 한데 묶는 연구소도 문제지만 이런 민간연구소의 발표를 그대로 믿고 따르는 정부도 한심하다.
더 한심한 건 국회 상임위나 국정감사 때 이를 몇 차례나 지적해도 들을 때는 이해하는 것 같더니 계속해서 세미나나 토론회, 발표회 같은데서 한국은 ‘물 부족국가’임을 반복하는 것이었다. 아마 우리 정부는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을 것 같다.
과장된 홍수 피해·복구액
4대강 사업으로 보를 쌓으면 홍수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도 설득력이 없는 주장이다.
2009년 6월 ‘4대강 살리기’ 발표 시 정부는 “국가하천은 인근에 대도시가 위치하고 있어 수해가 발생하면 지방하천 보다 훨씬 더 큰 피해가 발생한다”고 했다. 또 4대강사업 보고대회 관련 보도자료에서는 “본류(국가하천)가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류(지방하천)를 먼저 정비할 경우 본류에 부담(홍수량 증가 등)이 간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런가.
2008년 소방방재협회가 내놓은 ‘하천등급별 호수 피해액 비율’을 보면 1999년 부터 2003년 까지 국가하천의 피해는 평균 3.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지방하천과 소하천에서 발생했다. 수량확보를 위해서도 그렇지만 홍수예방을 위해서도 4대강 본류보다 지류 및 소하천에 대한 정비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국토부는 2009년 6월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때, 연간 홍수피해액이 2조7000억 원 이고 여기에 복구비가 4조2000억 원이나 들어간다고 했다. 그래서 이 계획에서 홍수예방에 1조1000억 원을 투자하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정부는 무지하거나 속임수를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 연간 발생한 모든 피해액을 홍수에 의한 피해액으로 부풀린 것이다.
소방방재청의 ‘2007년 재해연보’에 의하면 1998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우리나라의 홍수를 비롯한 모든 자연재해 피해액이 연평균 2조2000억 원 이었다. 이중 4대강 수계에서 일어난 모든 피해(강풍에 의한 시설물 피해, 농작물 피해, 풍랑. 해일에 의한 선박. 항만시설 피해 등)는 1조2700억 원 이었다. 2002년부터 2006년까지 5년간 섬진강을 포함해서 5대강의 연간 홍수피해액과 복구액은 각각 1조5000억 원과 2조4000억 원으로, 전국 홍수피해와 복구액을 마치 4대강의 것으로 왜곡한 것이다.
이대통령은 2009년 6월 라디오 연설에서 “어차피 매년 7조원 정도의 돈이 홍수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다. 한 3년 투입할 돈 가지고 강을 살리면 예산의 몇 십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고 했는데, 모르는 소리다. 부풀렸을 뿐 아니라 홍수피해가 정비가 거의 이루어진 4대강 본류가 아니라 지방하천이나 소하천에서 주로 발생하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국토연구원이 2007년 발표한 ‘우리나라 수해특성 및 정책과제’에서 보면 “우리나라 홍수피해는 동해안. 남해안 연안에 집중, 4대강 사업 구역은 홍수지역과 큰 상관이 없다”고 밝혔다.
홍보에 올인한 기관장들
강력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밀어 붙였다. 전국에서 2000명 이상의 대학교수등 전문가들이 현장을 검증하고 반대활동을 폈고 환경단체는 물론 학계, 종교계, 의료계등 거의 전국민적인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체로 국민의 65% 이상이 반대하고 찬성은 30% 미만이어도 상관이 없었다. 국민이 몰라서 반대한다는 식이다.
찬성을 얻기 위해서는 사업수정이나 설득 보다는 일방적인 홍보에 의존하였다.
심지어 국토부장관은 “4대강사업은 이번에 통치권자가 정치적 결단으로 결심을 해서 추진하는 사업”이며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치적 공격세력이 있다”고도 했다. 즉 비판하는 세력은 마치 반정부 세력인양 몰아갔다.
2009년 6월부터 정부의 4대강 홍보는 체계적이고도 대대적으로 이루어졌다. 전국 기관장에 대한 교육이 대대적으로 이루어 졌고 관련 부처와 각 지방자치단체도 홍보예산을 추가하는 등 4대강 사업의 성패는 사업의 내용보다 대국민 홍보에 달려 있는 듯한 양상이었다. 모든 기관장들이 홍보교육에 동원됐으며 홍보요원이 되어야 했다.
한 예로 2009년 과천 수자원공사 건물에서 있던 4대강 홍보에 관한 기관장 교육에 기관장 285명중 280명이 참석했는데 여기에는 한국조폐공사 사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강원대 병원장, 대한 장애인 체육회 회장 등 관련이 있던 없던 2시간씩 교육을 받아야 했다. 홍보의 주된 내용은 4대강의 바닥을 파고 보를 설치해 양질의 물을 많이 확보하며 홍수를 예방하고 자전거길 등 레저시설을 늘려 국민건강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라경제를 일으키는 친환경 녹색사업임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우리나라는 물 부족국가이고 강물은 썩었고 홍수에 해마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고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그리고 진실을 숨기는 일도 많았다. 예컨대 4대강사업을 하고 나면 수질이 더 나빠질 것이라는 연구기관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수차례 나와도 이를 감추고 좋은 것만 채택한다든가, 외국 전문가나 기관에서 발표한 내용도 긍정부분만 발표 강조하는 등 일방적인 홍보에 국민은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2009년 6월 9일 국무회의시 국토부장관과 환경부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다. 4대강 예산에 수질개선사업비가 포함된 것을 보고 “숫자도 하나 못 맞추느냐. 예산이 더 커져 보이지 않느냐”, “홍보등 선제적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즉 예산을 분산시켜 눈을 가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예산을 본사업과 연계사업으로 나누어 소위 본사업의 예산을 적게 보이게 하려 했다. 그런가 하면 이대통령은 그해 4월 ‘4대강 살리기 합동보고대회’에서 “반대자 의견도, 또 반대를 위한 반대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강물이 흐르는 곳에 민심이 함께 흐른다”라고도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방점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 있는 것 같았다. <계속>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