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수 안보실장 견제설 ‘부상’
김장수 안보실장 견제설 ‘부상’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3-03-25 11:08
  • 승인 2013.03.25 11:08
  • 호수 986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관 국방장관 내정자 ‘버티고 버티다 사퇴 왜’

[일요서울|박형남 기자]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가 결국 자진사퇴했다. 버티기 작전까지 돌입했던 그도 청와대와 여야로부터 사퇴압박을 견뎌내지 못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이어 김 전 내정자까지 사퇴함으로서 새 정부의 인사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 전 내정자가 사퇴했지만 일부에서는 ‘김병관 버티기’ 뒤에 각종 ‘음모론’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 자진사퇴한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 <정대웅 기자>

“김병관 버텨라!” 이정현 수석-남재준-7인회 멤버 A씨가 주도?
김장수 안보실장 ‘김관진 연임 전 이성출 앉히기 위한 작업’ 해석도
김관진 유임으로 ‘김장수 키드 심기’ 실패… 파워는 여전히 막강

우선 ‘김병관 버티기’를 주도했던 측은 ‘김장수 안보실장을 견제하려 했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반면 김 실장은 ‘김병관 자진 사퇴론’을 설파, ‘김장수 키드’를 심어, 국방·안보 등을 장악하려 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정현 정무수석, 남재준 국가정보원 내정자 모두 ‘김장수 견제’를 위한 카드였다는 것이다. 그 동안 김 전 내정자가 버티기 작전에 돌입한 것 역시 이 연장선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전 내정자의 자진사퇴 전모를 알아봤다.

‘자진사퇴’하기 전 김병관 국방부장관 내정자는 지난 12일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당초 자진사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그는 “모든 개인적인 사심을 버리고 나라를 위해 헌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실 것을 간곡히 청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가의 안보가 어느 때보다 위중한 상황에서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서 대통령께서 저에게 중책을 맡겨주신 데 대해 감사히 생각한다”며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해명하면서 한편으로는 답답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그런 의혹들이 제기된 것 자체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러웠다. 앞으로 그런 의혹들이 생기지 않도록 저 자신을 철저히 관리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자진사퇴설을 일축했다.

김병관 버티기 내막 보이지 않는 손 작용

김 전 내정자의 이날 발언은 부실검증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고,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 임명강행 반대 여론이 들끓는 상황에서 그가 한번쯤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나온 불가피한 측면이었다는 분석이다.

청와대도 김 전 내정자에 대한 자진 사퇴론에 부정적 입장이었다. 김 전 내정자에 대한 의혹에 대해 해명함과 동시에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위협 등 안보위기를 감안해 김 전 내정자를 국방부장관으로 조속히 임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김 전 내정자에 대한 의혹들이 쏟아지면서 부정적 시각으로 바뀌었다. 미얀마 자원개발 특혜의혹을 샀던 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다가 들통 났다. 이로 인해 상황은 임명강행→유보→자진 사퇴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김 전 내정자가 ‘버티기’를 하다가 돌연 자진사퇴하기까지의 과정에서 김장수 안보실장과 이정현 정무수석,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 간의 권력견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김 전 내정자가 버티다가 돌연 사퇴한 것은 남 내정자, 이정현 정무수석, 그리고 7인회 멤버인 A씨 등이 김 전 내정자에게 사퇴하지 말아야 된다고 얘기하면서 김장수 실장과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남 내정자와 김 실장의 불화설이 나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김 실장은 육사 28기인 박흥렬 경호실장,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챙기는 대신 김 전 내정자에 대해서는 그 동안 비토해 왔다. 김 전 내정자가 참여정부와도 가깝게 지내는 등 ‘XX’같은 행동을 보여 왔던 것이 그 이유다. 더구나 김 전 내정자가 사퇴하게 되면 ‘김장수 키드’로 불리는 이성출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한민구 전 함참의장, 한기호 황진하 의원 등이 후임 국방부 장관 유력 후보로 거론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들 모두 김 실장과 아주 가까운 사이이자 이른바 ‘김장수 키드'로 불리는 인사들”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이 수석 등은 김 전 내정자에게 버티기 전략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김 전 내정자에 대한 자진사퇴론이 불거졌을 때도 청와대 핵심인사인 이 수석-A비서관-김 전 내정자가 자주 만났다는 얘기도 들린다. 더구나 ‘로비설’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김장수 견제용’으로 김 전 내정자 버티라는 지령을 내린 셈이다. 결국 김장수 키드로 불리는 이들이 국방부 장관 내정자로 임명되는 것을 막고, 김 실장을 견제하기 위함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장수 키드 심기 안보라인 장악하려

사실 양 세력 간의 권력 견제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이자 왕 수석으로 이 수석이 개입되면서 이러한 얘기가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수석이 인사에 참여하면서 김 실장을 견제하려했다는 게 여야의 해석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반 김장수 라인이 김 실장을 겨냥한 것은 단순히 ‘김장수 키드 심기’를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데 있다. 여기에는 안보 라인을 독식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권력견제 그림자가 스멀거리고 있다.

김 실장의 경우 안보실장으로 내정되면서 ‘김장수 키드’로 불리는 박흥렬 경호실장 등을 곁에 두면서 청와대 내부에서 집중적인 견제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대북정보 등을 모두 독식하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이 수석 등이 김 실장을 견제하기 위해 김 전 내정자들 통해 견제하려 했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내 전반적 기류는 김 전 내정자를 그대로 방치할 경우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새누리당과 청와대의 관계도 좀 서먹거림이 생길 것이고, 결국 새누리당에도 결코 좋지 않은 상황이 될 것이 분명하다”며 ‘김병관 자진사퇴’를 부추겼다.

그런데 여권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2인자를 두지 않는 점에서 이를 묵인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실 박 대통령은 친박 핵심이나 유력 정치인을 배제함으로써 ‘2인자는 없다’는 자신의 인사스타일을 유지했다는 평이다. 탈박(脫朴) 인사였던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 유일호 당선인 비서실장 모두 ‘실세’와는 거리가 있다. 더구나 4ㆍ11 총선 당시 권영세 전 상황살장 등은 자취를 감췄다. 경선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최경환 의원의 경우 대선 후보 비서실장을 맡았다가 자진 사퇴한 뒤 현재까지 거리를 두고 있다. 사실 박 대통령의 주변에 핵심인사들이 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다분히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박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김 전 내정자의 사퇴여론이 불거졌을 때도 박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김 실장 견제를 위한 연합군을 형성, 이를 관망하는 것이 박 대통령의 스타일이기도 하다. 이는 박 대통령의 통치스타일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정호성 제1비서관의 갈등설이 나도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

▲ 김관진 국방장관 <정대웅 기자>

김관진 유임 마무리 견제는 끝났지만…

어찌됐든 김 전 내정자가 자진사퇴하면서 양측 견제는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듯하다. 청와대는 김 전 내정자가 사퇴하자마자 김관진 장관을 유임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임 배경에 대해 김행 대변인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가 위급한 상황이라는 판단”이라며 “박 대통령께서는 투철한 안보관과 지도력을 인정받아 온 김관진 국방장관을 유임시킴으로써 안보 위기를 안정시키고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키는데 주력하고자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또 김 장관이 김 실장의 키드로 불리지만 국방개혁안에 대한 입장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 한 인사는 “김 전 내정자가 자진사퇴하면서 ‘김장수 견제’는 막을 내린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김 장관이 유임되면서 서로를 견제하면서 안보 등을 독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파워는 막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김 전 내정자는 “국방부장관 내정자로서 그 동안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하여 이 시간부로 국방부장관 후보자 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병관 전 내정자 카더라식 소문 살펴보니
육사동기 L씨 배후설부터 기무사 배후설까지

‘33가지 비리 의혹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 그러나 김 전 내정자에 대한 카더라식 소문이 무성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우선 김 전 내정자 육사 동기인 L씨 배후설이 나돌고 있다. 김 전 내정자의 육군 내 생활 문제 뿐 아니라 그 동안 도마 위에 올랐던 각종 의혹들이 L씨를 통해서 나왔다는 것이다. 특히 L씨와 김 전 내정자의 관계가 좋지 않았고, 김장수 안보실장의 키드라는 점에서 김 전 내정자에 대한 X파일을 여당이나 야당에 전달하지 않았느냐는 게 주된 골자다.
 
또 방사업체 배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인사청문회 당시 김 전 내정자가 외국 무기중개업체 유비엠텍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의 K2 전차 부품선정 과정에서 독일 파워팩을 도입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방사업체에선 김 전 내정자가 방사업체에 근무하면서 내부 비리 구조를 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바꿀 수 있다. 이에 위협감을 느낀 방사업체에서 김 전 내정자에 대한 안티성 제보를 했다는 말도 들린다. 이 외에도 기무사 배후설, 작전 배후설 등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국방위 소속 한 관계자는 모두 김 전 내정자의 경쟁자나 아니면 반대진영에서 흘렸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게 나돌았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모두 다 확인되지 않은 카더라식 소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