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홍준철 기자]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사무처는 국회의원 입법활동을 지원하는 공무원 집단으로 ‘꽃보직’, ‘신의 직장’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3대 고시인 사시·행시·외시에 이어 4대 고시로 불리는 입법고시를 통과해야 등용이 가능하다. 한번 들어가기도 어렵지만 일단 들어가면 평생 직장으로 취업생들뿐만 아니라 공무원사회로부터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업무 강도도 그리 높지 않고 매우 안정적인 직장인데다 비교적 높은 보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반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공직 기강이 심각한 것으로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 결과 나타났다. 그 첫 번째 편으로 국회 도서관을 시작으로 국회예산정책처, 국회 입법조사처 그리고 마지막으로 국회 사무처의 공직기강 실태를 점검해봤다.

‘감시의 사각지대’ 국회 도서관
국회사무처 직원은 총 1700여 명에 달한다. 국회 한 해 예산만도 5000억 원이 넘을 정도로 막대한 국민 세금이 들어간다. 하지만 일부 국회 사무처 직원의 공직 기강이 해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의원 입법 보조 기관인 국회 사무처의 업무 특성상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일반 국민들에게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 진보정의당 강동원 국회의원의 자료 결과 나타났다.
국회 사무처 소속기관 중 하나인 국회 도서관의 경우 지난 2008년 이후 2012년까지 각종 비리와 부당 업무, 성실의무 위반(공무원이 국민의 공공이익을 위해 성실히 근무해야 할 의무) 등으로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들이 6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11년에는 국회의원들이 쓴 저서를 국회도서관에 기증하고 있는데 국회의원들의 기증 저서를 인터넷에 임의로 판매하다 발각 돼 관련 직원들이 무더기로 징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도서관 기능 9급 사서원 직원이 국회 도서관에 기증한 국회의원의 저서를 임의로 판매하다 형법상 업무상 횡령혐의로 적발돼 결국 해임됐다. 이 직원은 수사기관의 수사를 받아 법적 처분까지 받았는데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의 법 집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지휘책임을 물어 4명이 무더기 징계를 받았다. 상급자인 국회도서관 3급 고위공무원(부이사관) 2명이 기증도서 임의 판매 직원에 대한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각각 견책 조치(업무상 과오를 저지른 공무원에게 꾸짖고 타일러서 잘못을 뉘우치게 하는 경징계)를 받았다. 또한 작년에도 국가공무원법 제 73조의 휴직 기간중 복무의무를 위반한 사서 주사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린 사실도 드러났다.
한편 국회 보좌관 사회에서는 이는 ‘빙산의 일각’이자 ‘솜 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여야 보좌관은 ‘국회 보좌관은 물론이고 국회의원보다 파워가 세다’는 냉소적인 평가마저 나왔다. 야당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그동안 말을 안해서 그렇지 국회 사무처 직원들이 ‘갑’이라는 위치에서 행정부와 공기업 등 피감기관들을 마치 산하기관 다루듯이 해 원성이 적지 않았다”며 “고압적인 자세로 업무지시를 하고 청탁성 민원도 수두룩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2011년도 감사원 감사에서는 예산 낭비 사례도 발각된 바 있다. 국회사무처와 함께 국회도서관 직원 27명에게 업무수행경비 8320여만 원을 부당 지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업무수행경비는 국내 훈련기관에 1개월 이상 파견된 4급 이상 공무원들에게 교육기간 중 연구 및 자료수집 등의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
하지만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은 업무수행경비 지급대상이 아닌 공로연수자 등에 대해서 수개월간 많게는 1인당 700만 원이 넘는 돈을 지급해 오다 적발됐다. 국회사무처와 국회도서관은 교육·훈련기관에 들어가거나 정부산하단체나 연구기관에 파견돼 직책을 1개월 이상 수행할 수 없는 실·국·과장들에게는 지급돼서는 안 되는 월정직책급도 부당 지급했음이 드러났다. 부당 월정직책급은 모두 16명에게 5700여만 원이 지급됐다.
국회의장-사무총장 제식구 감싸기
현재 국회도서관은 국회 사무처 소속기관으로 국회도서관장은 차관급이다. 국회도서관은 황창화 도서관장으로 국회 보좌관과 국무총리 정무비서관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임명됐다. 국회 도서관의 경우 여의도 국회 경내에 위치해 있어 교통이 편리한데다 직장이 안정적이고 무엇보다 감독기관이 있어도 유명무실하다는 점에서 업무상 스트레스가 거의 없다. 1년에 한번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지만 감사원은 국회 피감기관으로 돼 있어 적극적인 감사가 이뤄지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다른 감시 기관으로는 국회 운영위가 존재하는데 견제와 감시를 한다고 하지만 국회 최고 수장인 국회의장이 금뱃지 출신에 다선 중진의원인데다 사무총장 자리 역시 전직 국회의원들의 전관예우 차원에서 채워져 ‘제식구 감싸기’가 비일비재한 형편이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국정감사 기간에 국회 운영위원소속 한 의원이 ‘제 2의원회관 건립관련 3차례 이상의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 단가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문제를 제기하려다 국회 사무처 관련 인사들의 온갖 회유와 압력으로 유야무야 넘어간 사례도 있다.
이에 대해 국회 운영위원 소속인 진보정의당 강동원 의원은 “국회 도서관에서 국회 의원의 저서까지 팔아먹는 국회 도서관 직원들이 있는 것에 놀랐다”며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부끄럽다”고 평했다. 강 의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하는 국회 도서관과 국회 사무처 직원들은 맡은 바 본분을 잊지 말고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며 “개혁의 사각지대로 지목받는 국회 사무처와 소속 기관들의 일대 개혁과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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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도서관은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2월 국회의원의 입법활동에 도움이 되는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개관했다. 당시는 3600권의 장서뿐이었지만 현재는 484만권의 책과 1억5000만 면 이상의 원문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국회도서관은 민주주의 발전과 맥을 함께하며 정치권의 풍향에 영향을 받았다. 5공화국 시절 국회사무처법이 개정되면서 도서관 기능이 대폭 축소돼 국회사무처의 보조기관으로 전락했고, 오늘날처럼 독립성을 갖게 된 건 1988년 민주화 이후다.
현재는 국회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입법자료를 제공하고 있으며, 1998년 구축한 전자도서관을 통해 전국 대학과 공공도서관 등 1400여 기관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1993년 일반인의 이용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뒤 이용자가 점차 늘어 방문이용자가 한해 약 100만명, 전자도서관 이용자 1752만 명을 기록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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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