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진골목은 긴골목의 경상도 사투리로 대구의 100년 역사를 간직한 곳이다. 조선시대에는 경상감영까지 가는 지름길이었으며, 해방 전후에는 대구 부유층이 모여 살던 곳이었다.
또 도심 개발과 함께 진골목을 메웠던 대저택들은 시멘트가 발린 현대식 건물로 개조돼 식당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남아 있는 일부 근대 저택을 통해 그나마 옛 풍경을 떠올릴 수 있는 정도다.
오는 6월부터 진골목은 도심의 딱딱함을 벗고 예스러움이 묻어나는 거리로 탈바꿈한다. 지저분해진 시멘트 담장은 고벽돌, 기와조각 등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재료들로 만들어진 새 옷으로 갈아입는다.
중구청은 기존의 벽돌 담장은 깨진 부분을 보수하고 물청소를 해 한결 깨끗해진 거리를 거닐 수 있다. 미도다방 벽면에는 LED 조명이 설치된 기와를 붙여 밤이 되면 어두웠던 진골목을 환하게 밝힌다.
특히 각양각색으로 설치됐던 상점 간판들은 옛 골목길에 어울리는 디자인으로 정비된다. 간판 위에는 한식 기와로 처마를 만들어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철제문은 대문 빗장, 국화 문양, 링고리 등으로 장식된 옛 고택의 나무문으로 교체해 진골목의 고풍스러움을 한층 더할 계획이다.
이밖에 무분별하게 설치됐던 LP 가스통과 에어컨 실외기도 가스보관함과 나무 상자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진골목 곳곳에 포토존과 벤치를 설치해 시민들이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쉼터가 마련된다. 오는 7월에는 기존의 전통 한옥을 보수한 게스트하우스가 문을 열어 옛 향수를 느끼며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
진골목 일대 상인들은 진골목 특화거리 조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30년 가까이 진골목에서 미도다방을 운영하고 있는 정인숙(62ㆍ여) 씨는 "특화거리가 조성돼 더 많은 관광객이 진골목으로 몰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홍백원을 운영하는 이화숙(82ㆍ여) 씨도 "민낯이었던 거리가 단장 후 바뀌게 될 모습이 궁금하다"며 "다만 특화거리 조성으로 가뜩이나 좁은 거리가 더욱 좁아지지 않을까 걱정이다"고 했다.
kkw53@ilyoseoul.co.kr
경북 김기원 기자 kkw53@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