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를 좋아하는 30대 여성들이 모이면 무슨 얘기를 할까? 요즘 화제는 단연 ‘수애’다. SBS 드라마 ‘야왕’에 등장하는 수애의 의상, 가방, 액세서리, 헤어스타일...그녀의 모든 것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후줄근한 츄리닝을 입어도 예쁘고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오피스 룩도 그녀만의 스타일로 멋지게 소화한다. 수애는 어느새 30대 여성의 ‘워너비’ 패셔니스타가 되었다.
‘리틀 정윤희’, ‘드레수애’ 별명만 들어도 알 수 있듯이 그녀는 항상 우아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인식된다.
어떤 면에서 하나의 특출한 이미지는 수애라는 배우를 대중에게 각인하는 ‘무기’가 될 수 있지만 반면에 다양한 역할을 연기하는 데는 장애물이 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본인 스스로도 ‘청순가련한 비련의 여주인공’ 이미지를 깨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시청자들은 그 어떤 역할 속에서도 청순가련한 모습을 발견해버리니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청순한 외모의 수애는 실제로 내면에 다양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가녀린 외모 덕분에 왠지 연약한 소녀였을 것 같은 그녀이지만 학창시절엔 운동을 좋아해서 육상부 선수로 뛰었다. 그뿐 아니다. 고등학생 때에는 너무 착하게 보이는 인상이 싫어서 눈썹을 밀어버린 적도 있다. 졸업 후에는 친구 네 명과 함께 가수로 데뷔하겠다고 그룹을 결성하기도 했다.
과거의 몇몇 행적만으로 한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저 청순하고 우아한 이미지만으로 그녀를 설명할 수 없다는 것도 확실해졌다. 가수가 되려고 준비하는 중에 기획사에서 연기자가 되어보는 게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고 배우로 데뷔한 것이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천의 얼굴’로 불리는 배우 수애가 “배우는 오직 연기로 말할 뿐”이라며 자신의 연기 철학을 밝혔다. 최근 화제를 모으는 ‘악녀 캐릭터’ 여론에 대한 일종의 심경 고백인 셈.
드라마 ‘야왕’에서 악녀 주다해로 출연, 데뷔 이후 가장 독한 캐릭터를 맡아 실감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수애는 시청률 상승의 일등공신으로 꼽히지만 극중 주다해의 행동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미움 받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 여동생’도 아니고 ‘국민 첫사랑’도 아니고 본의 아니게 ‘국민 악녀’가 되었으니 이미지를 중시하는 젊은 여배우로서 견디기 힘든 부담일 텐데도 수애는 흔들림 없이 의연한 자세로 촬영에 임하고 있다. 틈만 나면 대본을 들고 ‘열공’하며 때로는 백합처럼 환한 미소로 촬영장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
캐릭터에 철저히 빠져들어 소름 끼치도록 리얼함을 펼치는 그녀의 연기 패턴은 철저한 자기 동화와 캐릭터 빙의의 결과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는 수애의 또 다른 모습들을 감상할 일만 남았다.
배지혜 기자 wisdom05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