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CJ대한통운의 주가가 CJ GLS와의 합병을 앞두고 용두사미 신세를 보이자 개미투자자들이 놀란 눈치다. 합병 소식을 밝힐 당시의 업계 기대감과 달리 최근 주가 상황이 부진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분 10%에 달하는 오버행(잠재 매물) 이슈에 주가가 발목 잡히는 모습”이라며 “합병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는 2분기 이후에나 반영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병 소식에 덜컥 지분을 매입한 개미들은 2분기 이후까지 편안히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통 두 대기업의 합병 소식에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돼 상승세를 타기 마련인데, 벌써부터 부진하다면 과연 합병 이후에도 상승세를 기대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대우건설·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 가능성 높아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 합병 관련 비용 발목
지난 1월 7일 CJ대한통운은 CJ GLS와의 합병 계획을 밝혔다. CJ그룹의 물류 계열사인 두 기업의 자산규모는 약 5조 5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합병 소식에 업계에서는 향후 물류사업 성장은 물론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증폭됐다.
CJ대한통운은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자동차·철강·건설 등 산업재 부문에서, CJ GLS는 SCM컨설팅·소비재·전기전자 및 글로벌 물류사업 부문에서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CJ대한통운은 택배를 비롯해 국내 육상운송 및 해운항만 1위, CJ GLS는 국내 내수물류 1위를 점하고 있다. 여기에 CJ대한통운이 3월 군포와 대전 터미널 완공으로 처리 물량을 320만개 수준으로 늘리면서 물류 처리 능력 향상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현재 CJ대한통운과 CJ GLS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20.6%와 15.8%이다. 한국 통합물류 협회 자료에 따라 지난해 CJ대한통운과 CJ GLS를 포함한 상위 5개 업체의 택배시장 점유율이 71.1%인 점을 감안한다면, CJ대한통운과 CJ GLS가 공식 출범하게 될 경우 상위 택배시장 점유율의 반을 차지하게 된다.
이처럼 CJ대한통운과 CJ GLS와의 합병 후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자 이를 반증이라도 하듯 다음 날인 8일, CJ대한통운의 주가는 전일대비 5.12% 상승한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는 “기존 택배 시장 빅4 체제에서 시장점유율 1위 기업 CJ대한통운과 2위 기업 CJ GLS간 합병에 따른 규모의 경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CJ대한통운의 주당순자산가치(BPS)가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가 부진 여전… 이유 따로 있나
그러나 최근 CJ대한통운의 주가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합병 시너지 기대감이 오래가지 못하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CJ대한통운 주가는 계속 하락 중이다. CJ GLS와 합병 기대감으로 지난 1월 20%가량 올랐으나 지난달 4.17% 하락했고, 지난 6일 5.8% 급락한 데 이어 지난 15일에도 2.42% 하락해 10만1000원에 마감했다.
이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지분 10%에 달하는 오버행(잠재 매물) 이슈에 주가가 발목을 잡히면서 CJ대한통운 주가가 당분간 조정 국면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은 앞서 CJ대한통운 지분을 기초로 발행한 교환사채(EB) 만기가 이달 말 돌아온다. 사채 상환을 위해 보유중인 CJ대한통운 지분을 처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매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주가 약세 배경이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대우건설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 중인 CJ대한통운 지분율은 각각 5.33%와 4.99로 총 10.3%에 달한다.
앞서 서울보증보험도 보유 중이던 CJ대한통운 지분 1.31%(30만주)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했다. 업계는 서울보증보험이 이달 대우건설과 아시아나 항공 보유지분이 시장에 쏟아질 것을 예상하고 보유지분을 매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CJ대한통운 주가 하락은 기관투자가 매도 물량을 주도하고 있다. 기관은 지난달 28일 이후부터 지난 15일까지 11일 단 하루를 제외하고 시장에 물량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조병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4월 초 합병 법인이 출범하고 대우건설 아시아나항공 지분 매각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주가가 강한 상승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다”며 “합병에 따른 실질적인 효과는 2분기 이후부터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지난해 4분기 부진한 실적 여파로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보았다. 지난해 4분기 합병과 관련된 일회성 비용이 약 110억 원과 대한통운부산컨테이너터미널(KBCT·옛 신선대 부두)의 실적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악화되면서 영업이익이 부진했고, 올 1분기까지 CJ GLS와의 합병 관련 비용이 실적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이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CJ대한통운의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38.6% 감소한 183억 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를 하회했다”며 “단기적으로 실적 모멘텀이 둔화되는 구간이어서 주가 조정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중장기 관점에서 글로벌 물류 업체로 도약할 전망이기 때문에 투자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지속되는 하락세는 불안하다는 입장이다. 합병 소식에 곧장 지분을 매입하긴 했으나 주식에 반영된 기대감이 생각보다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물론 정식 출범된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출범을 며칠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저런 이유로 계속해 하락한다면 과연 출범 이후에도 크게 뛸 지 의문”이라며 “대우건설과 아시아나 항공 지분 매각이 이루어지면 또 얼마나 하락될지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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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