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농구 서울 SK의 ‘수장’ 문경은 감독이 정규리그 우승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서울 SK는 지난 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전주 KCC와의 경기에서 73-66으로 승리, 41승9패를 기록했다. 이로써 SK는 남은 경기결과에 상관없이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1997년 창단한 SK가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99~2000시즌과 2001~2002시즌에 2위를 차지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 2011~2012 시즌 감독대행을 맡았던 문경은 감독은 정식감독 데뷔 첫 시즌부터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스타플레이어 출신 명장 탄생을 선언한 문 감독은 “감독대행 때부터 고생했던 것이 많이 생각난다”며 팀을 맡으면서 선수들에게 잔소리도 많이 하고 요구사항도 많았는데 잘 따라준 선수들에게 상당히 고맙다”고 전했다.
사실 SK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많은 비난을 받아왔다. 화려한 스타들로 전력을 구성하고도 성적은 중하위권에서 맴돌아 팬들의 조롱을 들어야 했다. 최근 5시즌 동안 순위는 5-8-7-7-9위 였다. 이에 대해 문 감독은 “명문 구단으로서 모래알 조직력을 바꿔보고 싶었다. 선수 구성이 좋은데도 잘 엮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차근차근 잘 변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몇 년 동안 성적이 나지 않았는데 올해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하나로 뭉쳤다”며 “하성민 사장님을 비롯해 구단에서 초짜 감독을 믿어줬다. 또 팬들의 염원이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문 감독과의 일문일답(一問一答)이다.
- 정규리그 우승 소감은.
▲ 매우 좋고 홀가분하다. 감독대행 때부터 고생했던 기억들이 떠오른다. 위기에서 팀을 맡으면서 선수들에게 잔소리, 요구사항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줘서 상당히 고맙게 생각한다. 스태프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 우승 원동력은.
▲ 세 가지로 우승을 차지한 것 같다. 몇 년 동안 성적이 나지 않고 위기였지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하나로 뭉쳤다. 초짜 감독을 믿어준 구단과 하성민 구단주에 감사하다. 여기에 우리 팬들의 염원까지 세 가지가 모여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은 것 같다.
- 정규리그를 보내면서 위기가 있었다면.
▲ 운이 좋은 시즌이었다. 위기보다는 부담감이 컸다. 슈터 출신 감독임에도 슈터들을 잘 살리지 못했다. 또 외국 용병 코트니 심스를 영입하면서 주위에서 ‘날개를 달았다’고 했을 때, 개인적인 부담이 매우 컸다. 운이 많이 따랐던 시즌이다.
- 구체적으로 운이 따른 사례가 있다면.
▲ 4라운드 마지막 경기와 5라운드 첫 경기가 동부와의 2연전이었는데 우리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길목이었다. 당시 김주성(동부)이 다치는 바람에 운이 따른 것 같다. 심스 영입도 그랬다. 비시즌에 혼혈선수를 뽑지 못했는데 김동우, 박상오가 온 것도 큰 행운이었다.
-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 아무래도 인천 전자랜드와 올 시즌 첫 번째 경기, 원주 동부와의 두 번째 경기가 기억에 남는다. 전자랜드전에서 1.2초 남기고 결승골을 허용해 패배했는데, 원주에 가서 반대로 이겼다. 1승1패로 시즌을 시작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SK의 우승인데.
▲ 명문 구단으로서 그동안 지적됐던 모래알 조직력을 바꿔보고 싶었다. 선수 구성이 좋은데도 잘 엮지 못한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차근차근 잘 변화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정규리그 우승이 지도자 문경은에게 어떤 의미인가.
▲ 나에게는 큰 행운이 온 것 같다. 젊은 감독으로서, 농구대잔치 오빠부대의 첫 감독으로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기록이 남아있는데.
▲ 지난 시즌 동부의 기록(44승)에 가능성이 있어 깨고 싶은 마음은 있다. 하지만 무리가 갈까봐 걱정이다. 홈에서만큼은 연승 기록을 잇고 있다. 홈 팬들을 위해서 욕심을 내보고 싶다.
- 얻은 소득과 교훈이 있다면.
▲ 우리들만의 팀워크와 선후배 체계가 생긴 것 같다. 김선형의 포인트가드 변신도 소득이라고 볼 수 있다. 신인급 선수들이 우승으로 자신감들을 많이 가졌으리라 믿는다.
- 문경은식 농구를 설명한다면.
▲ 본인이 잘 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적성농구라는 말이 있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줬다. 시즌 전에 SK의 예상순위가 6~7위로 나왔을 때, 선수들에게 상당히 미안했다. 선수들의 사기가 죽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초짜 감독을 잘 믿고 따라왔다. 너무나 고맙다.
- 최근 농구계 분위기가 좋지 않은데
▲ 주위가 어수선하다. 그래도 선수들의 땀에 대한 대가, 축하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 고마운 다른 팀 감독이 있다면.
▲ 지난 시즌 원정에 다니면서 많은 감독님들이 저녁도 사 주시고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 이상범 감독님, 유재학 감독님, 전창진 감독이 노하우도 가르쳐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셨다. 특히 전 감독님에게는 혼도 많이 났다. 김진 감독님도 선수 때, 스승이었는데 노하우를 많이 가르쳐주셨다.
- 우승에 제일 고마운 선수는 누구인가.
▲ 김선형, 최부경처럼 어린 선수들이 30~40분 이상씩 뛰면서 공헌도가 상당했다.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팀 컬러에 맞게 잘 도와준 것 같다. 애론 헤인즈는 득점력과 한국농구에 대한 이해도로 도움이 됐다. 김민수, 주희정이 조연 역할을 해 준 것도 고맙고 주장 이현준은 코칭스태프와의 가교 역할을 잘 해줬다.
- 지난 시즌 감독대행 데뷔전을 기억한다면.
▲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긴장을 안 하려고 해도 땀이 많이 나고 그랬다. 선수 때에는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데 감독은 여유가 없다. 1~2분도 너무 빨리 지나갔다. 올해를 2년차라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첫 해를 되짚으면서 지내겠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