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가 화폐개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지난 13일 흘러나오면서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혔다. 비록 기획재정부가 “화폐개혁은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못을 박아 상황을 일단락 짓기는 했지만 그 파급력은 상상이상이었다.
가장 먼저 금융시장이 요동쳤고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의견이 대립했다. 특히 아무런 사전 통보 없이 화폐개혁설을 전해들은 국민들은 혼란 속에서 하루를 보내야 했다. 항간의 소문만으로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화폐개혁은 과연 실현 가능한 범위에 있는 것인가.
이번에 논란이 된 화폐개혁(redenomination,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액면을 절하하는 화폐단위 변경을 뜻한다. 즉 화폐가치의 변동 없이 화폐의 액면 단위만 바꾸는 것이다. 이 같은 화폐개혁의 장점으로는 ▲세원기반 확보에 따른 지하경제 양성화 ▲원화의 위상 제고 ▲경기부양 ▲재무제표 등 장부기장 간편화 등이 거론됐다. 경제상황 역시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부양책을 써야할 처지이기 때문에 화폐개혁에 우호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화폐개혁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게 대립했다. 이들은 일본 엔화와 원화가 1대 10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원화 위상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경제부양 효과는 미미할 뿐더러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오히려 초(初)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폭락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울러 과거에 같은 이유로 화폐개혁이 추진된 바 있다는 점도 재조명됐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0년대 중후반과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0년대 중반에도 한국은행의 주도로 화폐 개혁이 추진됐으나 경제혼란을 우려해 실현하지는 못했다. 자금의 해외도피나 물가폭등, 경제불안심리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막심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한편 대표적인 화폐개혁 성공 국가로 터키의 사례가 거론됐다. 터키는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소비자물가가 연평균 50%씩 상승했다. 이에 터키정부는 1981년부터 20년간 평균 2년에 한 번씩 새 고액권을 발행하며 물가를 잡아 나갔다. 결국 2009년 ‘터키리라’까지 도입한 터키는 화폐단위를 100만분의 1로 줄여 물가상승률을 한자리 수로 낮춘 바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