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없는 삼성증권 PS
4년째 없는 삼성증권 PS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3-19 09:20
  • 승인 2013.03.19 09:20
  • 호수 985
  • 3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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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르는 악재…김석 사장 효과 어디로

김석 삼성증권 사장 <사진=뉴시스>

삼성 금융계열사 중 홀로 성과급 못 받아
해외 법인 재기 여부가 흥망 가름할 듯

‘삼성 IB 베테랑’으로 불리던 김석 삼성증권 사장(사진)이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증권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있었던 그룹 내 초과이익분배금(PS) 잔치에서 금융계열사 중 유일하게 초대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했다. 삼성증권이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4년째 PS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선 놀랍지 않지만, 지난해 김석 사장 체제가 출범하면서 높아졌던 기대감이 한번에 무너져 자존심이 많이 다친 모양새다. 이에 김 사장은 대내외적으로 부쩍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며 자존심 회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김 사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11년 말, 삼성증권의 위기의식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삼성증권은 금융위기 이후 2009년과 2010년에 각각 3155억 원, 3389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2011년에는 이를 지키지 못한 채 2075억 원으로 영업이익이 떨어졌다.

특히 삼성증권 홍콩법인은 2010~2011년 사이 1000억 원대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당시 홍콩법인의 실패는 IB본부를 홍콩으로 옮기려던 삼성증권이 홍콩 현지 인력을 채용하면서 본부와 법인 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이 주요인으로 알려졌다.

또 증권시장이 전반적으로 불황이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삼성그룹 핵심 금융계열사라는 이름값에는 다소 못 미치는 성적표였다는 평이 뒤따랐다. 특히 이건희 삼성 회장이 그동안 삼성증권에 대해 “미래에 가장 중요한 회사다”라고 언급해온 터라 삼성증권은 더욱 눈치를 살펴야 했다.

이러한 시기에서 김 사장의 등장은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 내 재무담당 이사, 삼성증권 투자은행(IB)사업본부 부사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삼성그룹 내 ‘IB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룹 총수일가와의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진 김 사장이 삼성증권의 수장에 올랐다는 사실은 임직원들의 기대치도 한껏 높게 만들었다.

이후 김 사장은 영업 강화에 초점을 맞춰 리테일 부문을 강화해 위기를 타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금융자산 30억 원 이상인 초고액자산가들을 잡기위해 리테일본부 산하에 있던 담당 조직을 ‘SNI본부’로 격상, 분리해 자산관리부문을 강화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삼성증권의 재도약은 가시권에 들어온 듯 보였다.

하지만 김 사장의 이 같은 노력은 올해 삼성증권이 PS 대상에서 빠지면서 모두 물거품이 됐다. 이에 삼성증권 내부분위기는 다시 침체됐고 일각에서는 “취임 당시 하늘을 찔렀던 김 사장에 대한 기대치는 모두 거품이 아니냐”는 의견마저 흘러나왔다.

문제는 PS뿐만이 아니었다. 민병두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달 14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증권사 해외 투자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증권사가 해외 투자로 손실을 본 금액 1억5080만 달러(한화 약 1637억 원) 중 삼성증권의 손실액이 약 1억590만 달러(한화 약 115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18개 해외 투자 증권사 손실액의 70.2%를 차지하는 수치였다. 때문에 해외투자 손실이 가장 큰 삼성증권을 향해 “정부가 자본시장개정안까지 내고 실시 중인 한국형 투자은행 육성사업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확산됐고 삼성증권 위기설을 더욱 증폭시켰다.

갈 길 바쁜 김 사장, 예전 명성 되찾을까?

이로 인해 김석 체제 2기가 본격화된 올해 삼성증권이 어떤 방법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지가 주목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자산관리 등 전 부문 업계 1위 달성 여부가 관건이며, 내부적으로는 그룹 내 핵심 계열사의 위상이 걸려있다.

먼저 김 사장은 홍콩법인의 손실과 관련해 구조조정이라는 극단의 조치를 취했다. 직원 중 80% 가량이 감원대상에 올랐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증권이 볼 손실분은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지만 결국 해외 법인의 재기 여부가 삼성증권의 올해 흥망을 가름할 전망이다.
 
아울러 지난 13일 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은 이번 달 초 미국 출장을 통해 현지 법인 영업현황을 점검하고 주요 기관투자가 거래선을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는 김 사장의 이번 출장이 다음 해 사업전략을 최종 조율해야 하는 시점인 점을 감안해 “삼성증권의 지난해 IB부문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아 김 사장이 모종의 승부수를 띄우기 위해 미국 출장길에 오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 관계자는 “내년 사업전략은 이미 세부적인 수준까지 확정된 상황으로 김 사장의 출장과는 큰 연관이 없다”며 “올해 여러 가지 사업전략을 구성해 다시 한 번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또 침체됐던 내부분위기에 대해선 “아직까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지는 않다”며 “김 사장에 대한 거품설도 내부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밝힌 2013년 사업 전략을 살펴보면 ‘우수고객기반 확대 및 확보’가 주요 목표인 만큼 이번 미국 출장이 올해 사업목표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사장이 취임한 시기가 1년여 밖에 되지 않아 그에 대한 모든 평가를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점으로 김 사장의 리더십이 올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라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삼성증권의 2013년이 향후 이들의 행보를 결정지을 공산이 높아지고 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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