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건입수] LG식 정경유착 ‘논란’
[문건입수] LG식 정경유착 ‘논란’
  • 박수진 기자
  • 입력 2013-03-19 09:04
  • 승인 2013.03.19 09:04
  • 호수 985
  • 2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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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무, 朴정부서 ‘재기’ 노리나

[일요서울│박수진 기자]박근혜 대통령 주변에 LG와 인맥을 맺고 있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LG와 박 정부 사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013 대선후보 경선 캠프 인사들에 이어 이번에 임명된 변추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모두 LG그룹 관련 인사들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에서 롯데가 빛을 발휘했듯이 LG그룹 역시 박 정부를 통해 재기를 꿈꾸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진영 장관의 경우,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수임한 전체 사건 중 77%에 달하는 사건들이 LG그룹 관계 회사로부터 의뢰받아 변호해 온 것으로 드러나 앞으로 LG와 관련해 편파행정을 펼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마저 증폭됐다. 여기에 올해 신년사에서 구본무 회장이 다른 그룹과 달리 20조 원 투자라는 통 큰 계획을 발표해 의구심에 힘을 실었다는 분석이다.

진영 복지부장관, 의원-변호사 겸직 중 LG그룹 수임만 77%
김성주 민주통합당 의원 “특정 기업 의식한 편파행정 가능”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회의원과 변호사 겸직기간 중 LG기업 사건을 집중 수임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6일 진 장관의 인사청문회에서 김성주 민주통합당 의원은 진 장관이 17대 국회의원이면서도 변호사를 겸직했던 2004년부터 2007년 사이 총 38건 중 94%에 달하는 36건 모두 LG그룹 사건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진 장관이 맡은 사건은 엘지화학 19건, 엘지건설 6건, 엘지화재해상보험 6건, 한화증권 1건, 지에스건설 3건, 엘지전자 2건, 한국토지신탁 1건 등으로 3년 간 벌어들인 수입만 무려 2억6491만 원”이라며 “대부분 민사소송, 물품대금, 구상금, 추심금, 손해배상 등의 사건을 변호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재직 중 변호사를 겸직하면서 특정 대기업 사건을 변호한 것이 과연 국회의원으로서 올바른 처신으로 볼 수 있냐”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진 장관은 청문회에서 “당시에 변호사를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쭉 같이하던 후배들과 관계가 있어 금방 정리가 안 됐다”고 해명했다.

현재 국회의원이 변호사를 겸직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돼 있다. 하지만 변호인 명단에 국회의원 이름을 올려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비난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18대 국회는 변호사 겸직을 금하는 법안이 제출됐지만 18대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의원들의 겸직 논란은 다시 불거졌고 지난 1월 겸직을 완전히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돼 국회 운영위원회에 계류 중에 있다.

진 장관, LG전문변호사?

김 의원에 따르면 진 장관의 변호사 경력은 LG와 함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75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1987년 2월부터 1994년 7월까지 LG그룹 상임법률고문으로서 재직했다. 이 기간에 이뤄진 수임 건수만 무려 77%(269건 중 208건)로 모두 LG그룹 계열사로부터 의뢰받았다.

게다가 [일요서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진 장관은 당시 LG인화원 고문이었던 이문호 전 LG그룹 부회장으로부터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300만 원, 2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았다. 이 전 부회장은 현재 천암연암대학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천암연암대학은 LG연암학원으로 1969년 LG그룹의 창업주 구인회 회장이 연암문화재단으로 설립해 1973년 구자경 명예회장이 세운 학교다.

앞서 이 전 부회장은 16대 대선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법률 특보와 개인 후원회 부국팀의 부회장을 맡았던 서정우 변호사에게 LG그룹 불법 정치자금 150억 원을 소개해준 인물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진 장관은 이 사건의 관련 변호를 맡았었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진 장관은 1997년 이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보좌역을 맡으며 실세 정치인이 됐다”며 “LG그룹이 정치적 보험 차원에서 사건을 몰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진 장관이 LG와의 특수한 관계로 의심되자 일각에서는 LG가 진 장관을 통해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보건복지부 소관 업무 중에는 의약품, 화장품, 샴푸 등 생활용품 등이 포함돼 있는데 LG계열사인 LG생명과학과 LG생활건강이 관련분야다 보니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것.

김 의원은 “보건복지부가 의약품, 화장품 등 안전관리 업무는 물론 제약 산업 육성,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 등 당면한 과제들이 많은데 특정 기업을 의식한 편파행정이 아니라 공정하고 특혜 없는 보건복지 행정을 펼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LG그룹 측은 “오래되고 규모가 작아서 일일이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변호사 수임 건은 사소하고 통상적인 건들로 금액도 아주 소액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것으로 특혜를 받을 리 없다”고 밝혔다.

또한 후원금 내역과 관련해서는 “후원금은 누구든 낼 수 있는 것으로 후원금을 낸 사람은 꼭 뭘 봐줘야 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진 장관 외에도 많은 LG그룹 관련 인사들이 박 정부 주변에 포진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추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경우 LG애드(현 HS애드) 국장 출신으로 인수위원회 비서실 홍보팀장을 맡았었다. 유현석 경희대 교수는 박근혜 대선후보 경선 캠프 홍보팀장을 역임했으며, 박 당선인과는 2007년 대선 경선 때부터 동고동락한 사이로 유명하다. 박근혜 대선후보 경선 캠프에서 홍보제작단장으로 지낸 故 허유근 전 LG애드 상무와 지난해 12월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故 김우동 전 선대위 홍보팀장도 LG애드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soojina6027@ilyoseoul.co.kr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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