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공화국, 불법시술 그 후
성형공화국, 불법시술 그 후
  • 이광수 기자
  • 입력 2013-03-18 10:48
  • 승인 2013.03.18 10:48
  • 호수 985
  • 2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풍기 아줌마’의 마르지 않는 눈물

“과거로 돌아가도 수술 하겠다”

외모지상주의 세태에 ‘경종’

[일요서울|이광수기자] 성형이라는 단어는 어느새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려, 인구 수 대비 성형수술 세계 1위를 기록하게 됐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뿐만 아니라 취업준비생들도 10명 중 3명이 성형을 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8년 전 방송을 통해 처음 알려진 한혜경(일명 ‘선풍기 아줌마’)씨의 모습은 ‘성형 세태’에 경종을 울렸다. 한씨는 가수의 꿈을 키워 올 정도로 미모의 소유자였지만 불법시술에 빠지면서 인생이 180도 바뀌었다. 얼굴이 선풍기처럼 부풀어 올랐고 눈코입이 일그러졌다. 사람들의 시선에 집안에만 틀어박혀 지내면서 ‘환청’까지 시달리는 등 얼굴과 마음 모두 망가져갔다. [일요서울]은 한씨를 직접 만나 성형 중독으로 인생 전체가 흔들리게 된 그녀의 인생에 대해 들어봤다.

국제성형 의학회의 보고에 따르면 인구 대비 성형 수술 횟수 비교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 보고서에서 한국은 지난 2011년 인구 1000명 당 성형수술 시술 횟수가 13건을 넘은 것으로 집계돼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리스와 이탈리아가 각각 2위와 3위, 그리고 미국이 4위를 차지했다. 성형수술 절대량에서는 미국이 311만 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브라질과 중국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65만 건으로 7위를 차지했다. 상위 25개국의 전체 성형수술 횟수에서는 주름살 제거와 얼굴윤곽 교정 등 비수술적 시술이 절반을 차지했으며, 보톡스 시술은 300만 건으로 집계됐다. 또 지방제거 시술이 19.9%를 차지해 가장 대중적인 성형수술로 꼽혔으며, 가슴 확대와 눈밑지방 제거 시술도 각각 18.9%와 11%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브라질에서는 엉덩이 임플란트 시술이, 아시아에서는 코 성형 비율이 높았다. 이렇듯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어일 고 있는 ‘성형’이 하나의 유행으로 전락해 버린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 까 하루에 7000원 번다
수유 4동. 이름보다는 별명이 익숙한 ‘선풍기 아줌마’, 안타까운 몰골로 대한민국을 경악해 했던 그녀를 만났다. 2004년을 기점으로 한혜경 씨의 사연이 수면위로 올라와 성형중독과 더불어 불법시술에 경종을 울렸다. 그로부터 9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반 지하에 살고 있는 그녀는 은행을 까는 부업을 하고 있었다. 방 안에선 은행 냄새가 코끝을 자극시켰다. “하루에 8kg의 은행을 까야 비로소 7000원을 번다. 일을 하고 싶지만, 내 몸이 성치 않다. 최근에는 환청까지 들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기구한 자신의 사연을 무덤덤하게 설명했다. “81년 내 나이 21살 때 일본 땅에 건너가 스탠드바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리곤 한국에 돌아와 지인의 소개로 평소에 콤플렉스였던 이마 주름을 불법시술 받았다. 첫 시술은 성공적이었고, 주변 반응도 좋았다. 그것이 화근이 될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며 중독까지 이르게 했던 시발점을 집어줬다.
“일본 땅을 자주 왕래 하던 나는 관광비자가 만료 되면서부터 일본에 계속 머물게 되었다. 첫 시술부터 온 기대감인지 모르지만, 일본에서도 불법시술 경로를 물어 시술을 받아 왔다. 그때부터 성형중독증상이 보였던 것 같다.”
이어 “불법시술의 문제점은 시간이 흘러야 드러난다. 때문에 나는 10여 년 이란 시간이 흘러서야 부작용을 피부로 느꼈고,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흉측해진 모습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나는 시술을 계속 했다. 끝내는 직접 얼굴에 공업용 콩기름을 주입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한혜경 씨의 얼굴은 일반인의 서너 배 가까이 커졌고, 눈, 코, 입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졌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질 않았다. 날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죽을 만큼 싫었다. 매일 매일 집에만 있다고 한번 생각해봐라 집에서 하루 종일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됐을까’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와 원망밖에 안 든다. 그런 생각을 잊기 위해 잠을 청하지만 잠도 잘 안 온다. 억지로 잠을 청하다 보니 머리를 비롯한 온몸이 다 아팠다.”

늙기 싫었다. 젊어지고 싶었다

우열곡절 끝에 1998년 한국 땅으로 돌아온 한혜경 씨. 그녀를 본 가족들은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내 모습을 본 언니와 형부는 그 자리로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가 치료를 받게 했다. 하지만 상태는 심각했다. 내 얼굴은 너무나 커져 차마 볼 자신이 없을 정도였다. 그때부터 ‘선풍기 아줌마’로 불리기 시작했다. 길거리에 나서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린 학생들은 나랑 사진 찍기를 원했다. 그때는 몰랐는데 흉측한 모습이 그들에겐 구경거리가 된 것이다. 하지만 그 학생들 제보 덕분에 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때문에 수술도 받게 되었고 예전보다는 많이 호전될 수 있었다”며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을 설명했다. “주변 사람들이 방송 후 돈을 많이 받았다는 추측들이 나를 감쌌다. 허나 실질적으로 출연료가 전부였다”며 매 달 30여만원씩 지급되는 국가보조금으로 생계를 유지한다고 덧붙였다.한씨는 3년 동안 직장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계속되는 환청 때문에 제대로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됐다. “나는 나라에서 돈 안 받고, 일하고 싶다. 다만, 장애인 혜택이 있는 회사를 들어가고 싶다. 종종 병원에 가야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이해해주는 회사를 바란다”며 누구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스스로 역경을 딛고 일어날 의지를 보여줬다.어린 시절 한씨의 꿈은 가수였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가수가 될 수도 있었을 거라고 자신감을 비쳤지만,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그녀는 “잦은 수술로 인한 부작용으로 발음도 부정확하여 자신감을 잃게 됐다. 교회 분들이 성가대 활동을 제의 하셨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될까 염려스러워 섣불리 받아드릴 수 없었다”고 전했다.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시 성형수술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한씨는 한 치에 망설임도 없이 “과거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수술을 하겠다. 나는 늙기 싫다. 젊어지고 싶다. 그래서 시술을 자행한 것이다”라며 기자를 당혹케 했다. “성형을 원하는 이들에게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다.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반대하고 싶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이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라며 성형이 중독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강조했다. 얼굴크기가 예전보다 훨씬 작아지긴 했지만, 한혜경 씨는 너무 많은 수술의 후유증으로 눈 아래 피부가 당겨지면서 현재는 아예 눈을 감지 못한다. 그 때문에 눈물이 하염없이 흐른다. 또한, 아래쪽 근육이 딱딱하게 굳어져 입을 벌리기조차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이전보다 많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불법성형은 사회 곳곳에서 여전히 행해지고 있으며 의외로 어리고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이 불법성형을 받는 이유는 싸고 간단하게 그리고 쉽게 예뻐질 수 있다는 말에 속아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불법성형 부작용의 경우 보통 시술을 받은 후 빠르면 3년, 대부분 5년 후부터 점차적으로 이상 증후가 나타나게 되는데 삽입한 내용물이 돌처럼 굳어가며 석회화가 되고, 염증반응을 일으켜 피부에 궤양이 생기다가 혈류공급이 차단되어 심하게 되면 피부 괴사가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비의료기관에서 시술을 받았기 때문에 환자분들이 숨기려하고 병원의 눈치를 보며 차일피일 치료를 미루다가 중요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 다른 모든 수술도 마찬가지지만 특히나 이 불법성형수술 부작용의 경우 한시라도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당부했다.
일부 남성들은 “수도권 지역을 돌아다니면 비슷한 여성들이 눈에 띈다며, 지문이 왜 다 다르냐,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고 콤플렉스를 개성으로 승화시키자”라고 성형수술 공화국의 으름장을 놓았다.

 

이광수 기자 pizacu@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