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개발 ‘31조 원 사업’ 후폭풍 여전
용산개발 ‘31조 원 사업’ 후폭풍 여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3-18 10:48
  • 승인 2013.03.18 10:48
  • 호수 985
  • 3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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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돌렸다” 주민 “무슨 소리” 재반박

 

▲ <뉴시스>

민간출자사 결정까지는 가시밭길 예고 // 투자심리 위축…부동산 거품 빠질까

[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었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좌초위기에서 한숨 돌렸다. 코레일 측이 지난 15일 용산사업 정상화를 위한 긴급회의를 열어 2600억 원의 자금을 우선 투입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사업정상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용산개발 사업은 여전히 활화산으로 남아있다는 관측이다. 한 번 놀랐던 서부이촌동 주민과 책임 소재를 두고 떠넘기기에 급급했던 민간출자사들에 대한 불신론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여론악화에 따른 부동산 경기침체가 고스란히 지역주민의 몫이 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용산개발 사업이 제 궤도를 찾기 전까진 숱한 잡음이 예고된다. 

“전쟁이 난 후 그 곳은 쑥대밭이 된다. 황폐해지고 무너진 건물과 그에 따른 피해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경제적 피해보다 보이지 않는 무형피해가 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간도 오래 걸린다”
이는 최근 불거진 용산국제업무지구 좌초 위기를 지켜본 한 경제전문가의 말이다. 비록 코레일측이 부도 직전 2600억 원 투입을 결정하고, 민간출자사들의 이해를 통해 새로운 활로를 강구중이라지만 용산개발을 둘러싼 문제는 여전하다.

특히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에 대한 불신여론이 팽배하다. 서로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는 소식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두 기업에 대한 신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실제 롯데관광개발은 3거래일 연속 급락중이다. 지난 15일 오전 9시 56분 현재 롯데관광개발은 전일대비 610원(7.59%) 떨어진 7430원에 거래 중이다. 증권사별로 매도물량이 등장하고 있어 하락 추이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코레일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부도 직전 기사회생 소식이 호재로 작용해 주가 급락은 미비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이 “이번 사태로 운송사업에 타격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트위터 멘션을 보내고 있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코레일 측도 트위터를 통해 “용산개발과 철도 운송 사업은 별개”라고 강조했다. 현재 코레일의 신용등급은 AAA로 최상위 수준이지만 철도 운송 서비스의 공공성과 정부의 법적·제도적 지원 덕에 이루어진 등급임을 감안하면 신용 위험 부각으로 코레일 공사채 가격 하락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시에 대한 부정여론도 심각하다. 사태 초반 서울시가 “책임이 없다”며 한발 물러선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시는 이 사업이 민간사업자에 의한 개발사업이기 때문에 직접 나설 수 있는 부분이 없으며 현실적으로 당장 어떤 조치를 취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서울시에 대한 불만은 높아져 가는 상황이다.
시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계획을 수립하던 2009년 오세훈 시장 당시 이촌 2동의 한강변 아파트 단지 3곳을 개발대상에 포함할지를 두고 고심하다 결국 ‘한강르네상스’ 사업과 연계해 모두 철거한 뒤 통합개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주민들은 시가 개발계획을 내놓으면서 사업 좌초나 부작용은 고려하지 않은 채 장밋빛 희망만 심어준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경매로 넘어간 개발구역 내 아파트의 평균 채권액이 16억 원에 육박하지만 감정가가 11억 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차액만큼에 대한 빛이 서민의 몫으로 돌아갈 처지다.

인근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이 지역 아파트 물건이 유찰 없이 1회차에 낙찰돼도 소유주가 추가로 갚아야 할 빚이 평균 5억 원이 되는 것”이라며 “현재 다수의 물건이 유찰을 거듭해 최저가가 경매 청구액보다 낮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아파트 소유자들의 채무상환 부담과 함께 금융권의 미회수 채권시장의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참여했던 민간출자사들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소식도 주민들의 허탈함을 키웠다. 수 백억 원을 투입한 건설사들이 코레일의 긴급자금 수혈로 일부 자금을 돌려받게 되면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도 “용산개발사업 부도가 건설업에 일시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겠지만 제반 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며 “은행, 보험업종의 영향도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혀 주민들의 허탈함은 더욱 커졌다.
반면 정치권은 여전히 이번 사태와 관련 주민들의 보상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이 말을 고스란히 믿는 소비자들 또한 적다.

타지역 역세권 타격 예의주시
이번 파문으로 타지역 역세권 사업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역세권 개발에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코레일이 투자를 꺼리게 된다면 사업중단이 예고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동산 개발심리가 얼어붙어 오산 역세권과 대전 역세권 등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접촉했던 기업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기도 하다. 
한편 코레일이 발표한 긴급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코레일은 민간 출자사가 동의할 경우 전환사채 제3자 인수형식으로 2600억 원을 지원해 2013년까지의 금융비용·세금·사업비 등 최소 필요자금을 충당한다는 계획이지만 결국은 혈세 투입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부정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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