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北, 울타리 없는 감옥”…강제북송, 인신매매까지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 정착금?지원금 줄여야
[일요서울 이광수 기자]“두려움 때문에 갖는 존경심만큼 비열한 것은 없다.”
북한의 세태를 한 마디로 꼬집어줄만한 ‘알베르 카뮈’의 격언이다.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은 세뇌를 통해 북한 주민의 자유를 박탈하고 있다. 세습은 북한주민들에게 두려움을 심어줘 복종하게 만들고 마침내 3대는 존경심이라는 감투를 쓰게 된다. 이러한 공산주의 국가는 이제 지구상에 하나 둘 사라지고 북한만이 유일무이한 국가가 되었다. 때문인지 북한주민들은 탈북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대한민국 땅을 밟는다. 그 수만도 2만 3000여 명에 육박했고, 지금도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일요서울]에서 탈북자들의 삶을 집중 조명해 봤다.
지난 1~2월 국내에 입국한 북한이탈주민(탈북자)이 2012년 같은 기간보다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10일 통일부 관계자에 따르면 올 2월말 현재 국내입국 탈북자 수는 206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입국한 탈북자 238명의 84.6% 수준에 그친다. 이런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7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1508명보다 적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입국 탈북자는 2001년 1000명 대를 돌파한 후 2006년부터 2011년까지 2000명 이상을 유지했다. 특히 2009년에는 2929명이 입국해 3000명에 근접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매년 1∼2월 국내로 들어오는 탈북자 수는 다른 달에 비해 적은 편”이라며 “지난해 초부터 시작된 탈북자의 국내입국 감소 추세가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탈북, 비극이거나 희극이거나
인천에 거주하는 탈북여성 A씨는 16년 전을 회상하며 입을 뗐다. “인터뷰 요청을 받은 후 주마등 같이 흘러간 시간을 되짚어 보았다. 북에 있을 당시 주변 사람들이 중국으로 탈북 했다 잡혀 다시 북송돼 강제수용소에서 엄청난 고문과 강도 높은 노동을 강요당하고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풀려나오곤 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탈북하는 그들을 보면서, 왜 저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 까지 탈북을 시도할까 라는 물음으로부터 내 호기심은 더 해졌다”며 탈북 과정에 시발점을 밝혔다.
그는 “그렇게 나의 탈북은 호기심을 동반한 일탈에 불과했지만, 그러기엔 너무나 큰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고립된 북한의 삶을 넘어 타국에 대한 희망에 힘을 실을 수 있다”며 철저하게 고립된 북한주민의 현 주소를 짚어 주었다.
이어 “거의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브로커들을 통해서 탈북을 한다. 허나 나 같은 경우는 좀 다르다. 브로커 없이 나 홀로 탈북을 성공했기 때문이다. 약 50m에 하나씩 잠복해서 국경을 감시하는 군인들의 눈을 피해 교대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두만강 얼음위에 올라 서 보니 이젠 탈북에 성공했다는 안도감이 들더라. 밤길을 한 20리 정도 걸어 들어가서 조선족인(탈북 당시 중국친척 아버지 사촌동생들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떠났다.) 아버지 친인척을 찾아 정착했다. 인신매매로 팔려가는 다른 탈북여성들 보다는 좀 순조로운 중국생활을 시작했다”라며 탈북자들을 토대로 이뤄지는 범죄사실에 대해 인지시켜줬다.
또 다른 탈북자, B씨는“1998년 당시 북한에서는 탈북여성들을 강제 송환해 함흥 오로군에 수용소를 만들어 가두었고 공개 총살을 진행했다. 이로 인해 두만강을 넘는 북한 여성들의 수가 적어지자 중국에는 인신매매꾼 보다도 더 한층 악랄한 납치꾼들이 생겨났다. 납치꾼들은 중국에 이미 팔려 와서 살고 있는 탈북여성들을 사람들이 곤히 잠자는 야밤에 납치 해다가 다시 길림이나 산둥성, 내몽고 등 먼 곳에 비싼 값으로 팔아먹는 놈들이었다”고 털어놨다. B씨는 “중국에서의 탈북자 강제 북송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진행 해 왔으며 북한 당국은 2300만 주민들을 울타리 없는 감옥에 가두어 인권과 자유를 박탈하고 인민들은 추위에 얼어 죽고 굶어 죽어도 아랑곳 않고 체제유지에만 몰두하고 있다. 제가 남한에서 살고 있는 지금도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금강산 관광객 사살사건 등으로 도발하며 시시각각 무고한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끝으로 “김정일이 죽으면 조금이라도 변화가 되어 북한주민들의 생활이 나아질 거라 기대했건만, 또 김정일이 죽으면 고향에 한 번 가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었건만 곧바로 3대 세습을 이어가고 있다. 오늘도 백성들의 안위에는 관심 없이 오직 체제유지에만 미쳐 폭정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체제가 남북한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날은 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이 왕인 것처럼 북한주민 위에 군림하는 북한체제’에 쓴 소리를 내 뱉었다.
마음가짐이 중요, 혜택 많다
탈북자A씨는 대한민국에 정착 당시를 회상하며 미소를 띄웠다. “하나원(기초정착 적응훈련기관)을 수료하고 처음 한국생활을 시작했을 때는 어려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처음 수료하고 배정받은 주거지동사무소로부터 기초생활수급자로서 생계비를 받게 되는 데 국민들의 내는 세금으로 받는 혜택인줄은 모르고 적다고 불평만 부렸다. 지금 생각하면 부끄러운 일이다. 탈북자에 대한 정부 혜택은 지난 6년 간의 정착지원을 볼 때 잘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자격증을 따면 장려금도 나온다. 또 회사에서 6개월 이상부터 취업 장려금을 주는 것을 미뤄볼 때 이러한 혜택들이 북한이탈주민들이 하루라도 빨리 남한사회에 적응하여 새로운 보금자리에 정착 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자고 하는 취지인 것 같다”라며 탈북자에 대한 정부 혜택에 대해 고마움을 내비췄다. “탈북자들 역시 이러한 답례에 보답하려 열심히 살아간다.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지만, 목숨 걸고 탈북 했던 그 당시의 결심이라면 여기서 정착 못할 이유가 없다. 허나 그때의 결심을 무시하고 살아가는 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변화에 따른 탈북자들의 강한의지를 다시금 보여주길 촉구했다.
탈북자에 대한 정부의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의료원이 직장은 있지만 형편이 어려운 북한 이탈 주민에게 의료비 감면 혜택을 준다. 서울의료원은 정식으로 취업해 의료급여 1종 대상자에서 건강보험 대상자로 전환됐지만 형편이 어려운 탈북자들이 비급여 분야 의료비를 감면받도록 지원한다고 밝혔다. 처음 국내에 들어온 탈북자는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로서 급여부문에서는 외래와 입원 진료 구분 없이 국비로 의료비 전액을 지원 받는다. 서울의료원은 여기에 MRI와 초음파 촬영 등 비급 여 진료까지 포함해 총 진료비 중 외래는 50%, 입원은 80%를 지원하고 있다. 이는 취업을 했거나 일정 소득이 있는 탈북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에 관하여 그녀는 다른 견해를 내세웠다.
“정착금과 지원금을 최대로 줄여야 합니다. 옛날 속담에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판다”는 말이 있다. 정착금과 지원금을 주니깐 지원금에만 매달리고 사는 탈북자들을 볼 땐 참 안됐다. 이런 혜택을 가급적으로 줄인다면 어떻게든 열심히 살아서 남한사회에서 보란 듯이 살겠다는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어려움을 감수한 탈북자들에게 북한에 거주할 당시의 생활을 상기시켜 삶의 원동력 줘야함을 강조했다.
이광수 기자 pizacu@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