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건국가’로 경제를?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다’. 60년전 인도의 네루가 한 말이다. 간디에 이어 인도의 초석을 다진 훌륭한 지도자였다. 통치권자에게는 국정철학이 있어야 하고 시장에게는 시정철학이 중요하다. 4대강 사업이 문제가 되는 것은 처음부터 그 전제와 방향이 잘못 되었다는 점이다. 국정철학의 문제이기도 하다.
‘토건국가’로는 경제를 일으킬 수 없다는 점이 이미 증명이 되고 각국이 방향을 틀고 있는데도, 이명박 정부는 출범하면서부터 경제를 일으키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토건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문제가 제기 되었다. 그린벨트 풀어가며 대대적으로 아파트 짓고 신도시 건설하고, 4대강, 경인운하 등 하는 것 보면 시대 지난 토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토건국가란 일반적으로 ‘불필요한 토건사업을 국가차원에서 계속 시행해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국토를 파괴하며 환경을 훼손하는 기형적인 개발국가 모델’이다. 호주의 맥코맥 교수가 일본사회를 분석하는데 사용한 개념이다. 그는 “권력의 재생산과 이윤의 분배과정에서 건설행위를 통해 대규모의 나눠먹기 체계가 형성되는 국가”가 토건 국가라고 했다. 이 체계는 정부가 담합된 건설회사에 공사를 발주하고, 건설회사들은 수익의 일부를 정·관·재계의 카르텔로, 일본 자민당의 독주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재계의 담합 부패구조가 대표적 사례다.
우리나라에서도 4대강 사업을 통해 그런 짓 했는지는 앞으로 밝혀져야 하겠지만 이들 사업 자체만으로도 가히 토건국가라 불릴 만하다. ‘경제개혁연대’에서 OECD 30개 회원국 자료를 기초로해서 분석한 보고서에 보면 회원국중 한국이 부가가치와 건설투자 측면에서 GDP 대비 건설업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즉 1995년부터 2006년까지 12년 동안 건설업 부가가치의 비중 평균치가 한국은 8.8%로 회원국 평균치인 5.48% 보다 1.6배나 높았다. GDP대비 건설업 부가가치 비중이 8%를 넘는 국가는 우리나라와 스페인 두 나라에 불과하며, 이른바 토건국가로 불리는 일본의 7.3%보다도 높았다. 또 1995~ 2000년에 비해 2001~2006년에 건설업 비중이 크게 증가한 나라들은 거의 예외 없이 심각한 금융위기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봐야 한다.
바로 이 기간중에 건설투자 비중이 크게 증가한 호주·캐나다·아이슬란드·아일랜드·스페인·영국·미국 등이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단지 건설업 비중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토건국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불요불급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해 국가재정을 낭비하고 국토환경을 파괴한다면 이는 토건국가라 할 수 있다.
불요불급한 토건사업
일자리 창출도 4대강 사업으로는 별로 기대할 것이 못된다. 정부에서는 당시 4대강 사업으로 34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40조 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한국은행의 산업연관표에 의하면 정부가 매년 7조4000억 원을 건설투자가 아닌 교육이나 복지에 투입하면 3배나 더 많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했다. 2005년 현재 취업유발계수를 보면 사회복지가 29.9, 교육이 22.8, 보건. 의료 16.9인데 비해 건설업은 16.6이었다. 교육과 복지에 투자하는 일은 일자리 창출효과도 높지만,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큰 장점이 있다.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의 뉴딜정책도 70%가 복지분야 였던 것이다. 4대강사업은 대형장비가 투입되는 작업이고, 또 고용도 한시적인 단순노동이고 저임금이다. 여성과 고령일자리가 거의 없다. 외국인 싸구려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뿐이다. 2008년 국회 예산정책처에서도 ‘건설업을 통해 창출된 일자리의 82%가 남성이며, 68.5%가 단순노무이기 때문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글쎄 이 부분은 앞으로 관광선이 떠 다니고 강변에 여러 가지 위락시설이 들어서고 나면 일자리가 늘어날지 모르겠지만 그건 양질의 물 확보와 공급 그리고 홍수예방이라는 당초 사업목적과는 멀어지는 것이다.
흔히 뉴딜이라고 하는데 1990년대 일본이나 통일 후 독일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서 1930년대 미국이 뉴딜정책으로 대공황을 극복했다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공황극복은 뉴딜사업 보다는 전쟁에 의해 이루어졌음이 이미 경제사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더욱이 당시 루주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사업은 미국사회에 만연해 있던 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고, 그 주요 방법 중의 하나가 전후복구의 상황 속에서 SOC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하는 녹색뉴딜사업은 이미 말이 녹색이고 일자리이지 뉴딜사업의 핵심적인 가치와는 동 떨어진 것이었다.
뉴딜사업 가치와 안맞아
기본적으로 4대강 사업이 녹색산업이냐가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9년 4월초 런던에서 열렸던 G20 금융정상회의를 언급하며,“각국이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부양 사업으로 한국의 4대강 살리기가 최고의 잘된 계획이라고 평가했다. 이것이 바로 경제도 살리면서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녹색성장의 대표적인 것”이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같은 해 5월 6일 경인운하 사업 현장에서는“온 세계는 대한민국의 4대강 살리기에 높은 평가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리고 UNEP(유엔환경계획)에서 한국의 녹색성장 정책을 세계 녹색경제정책의 모범사례로 평가하고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중있게 소개했다는 사실도 빼놓지 않았고, 그래서 대통령은 확고하게 “4대강사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그의 신념을 강조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UNDP에서 그러한 견해를 밝힌 경위와 방법이 어떠하냐 하는 것과,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일은 우리가 더 잘 안다는 사실이다.
4대강 사업이 녹색산업의 대표적인 것은 고사하고 도대체 녹색산업이 맞느냐고 국회에서 따졌지만 정부 여당의 상황이 나의 말에 귀 기울일 입장이 아니었다. 누가 뭐라고 하던 이미 사업은 확정되고 진행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흔히 우리는 나무를 심어 푸르게 하면 곧 ‘녹색’이라고 하는데, 녹색산업은 환경을 파괴해 온 인간이 앞으로 생존해 갈 수 있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즉 녹색산업은 기후변화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과 관련된 첨단융합산업, 녹색기술산업,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다. 2009년 7월 G8 확대정상회의에서 이탈리아가 Smart Grid(지능형 전력망) 기술 선도국가로 선정되었는데, 이 기술은 친환경 지능형 전력망으로 그린에너지의 핵심영역이다.
이 기술로 에너지 소비 평균 6%, 온실가스 4.6%를 감축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태양광 에너지, 독일의 에너지 효율정책, 브라질의 바이오에너지 정책이 각각 우수 녹색산업으로 선정되었다. 그렇다면 4대강 토목사업이 녹색산업에 맞느냐 부터 따져봐야 하지 않겠는가. 4대강 사업은 오히려 녹색성장과 반대로 가는 정책으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대부분의 전문가들의 견해였다. <계속>
<정리=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