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청춘이 기억하는 ‘한여름 밤의 꿈’, 뮤지컬 그리스
열여덟 청춘이 기억하는 ‘한여름 밤의 꿈’, 뮤지컬 그리스
  • 유수정 기자
  • 입력 2013-03-12 09:33
  • 승인 2013.03.12 09: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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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그리스 <사진출처 = 오디뮤지컬컴퍼니>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텔미 모어 텔미 모어” 2000년대 초 정우성과 고소영이 출연했던 청바지 CF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유명세를 탄 노래 ‘썸머 나잇(Summer Nights)’. 이는 각종 시상식과 TV프로그램 등에 단골 레퍼토리로 등장하며 뮤지컬 ‘그리스’를 모르는 사람도 한번쯤은 흥얼거려본 익숙한 노래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내용보다는 뮤지컬 넘버로 우리에게 더 친숙한 뮤지컬 ‘그리스’가 한국 공연 10주년을 맞았다.

이번 무대는 개막 10주년과 2000회 기념 돌파 등으로 더욱 뜻 깊게 마련된 자리다. 특히 2000회라는 공연 횟수는 중대형 작품에서는 유일무이한 기록이라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

10년 동안 꾸준히 공연된 ‘그리스’는 무려 40여 년간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이 널리 입증된 무대다. 1972년 짐 제이콥스와 워렌 캐시의 합작으로 탄생한 이 작품은 브로드웨이는 물론 아르헨티나, 오스트리아, 벨기에 등 20개 이상의 나라에서 각각의 스타일로 재정비돼 공연되고 있다.

신춘수 프로듀서 역시 이번 10주년 기념 무대를 위해 대본과 무대 구성, 의상 등을 완벽히 탈바꿈했다. 한마디로 한국적 정서와 트렌드를 반영해 더욱 완벽해진 연출로 돌아온 셈이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뮤지컬 넘버 ‘썸머 나잇(Summer Nights)’을 비롯해 ‘유아 더 원 댓 아이 원트(You're The One That I Want)’, ‘그리스 나이팅(Greased Lightning)’ 등을 편곡, 한층 신나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현대적 음악 스타일을 첨가하면서도 작품의 배경인 1950년대 분위기를 그대로 살려낸 편곡에 관객들은 절로 어깨를 들썩였다.

이와 함께 좀 더 ‘그리스’ 다운 무대를 만들기 위해 제작진과 머리를 맞댄 결과 완벽한 무대 세트가 완성됐다. 대형 LP판에 새겨진 그리스(Grease) 로고는 작품의 생동감을 생생히 전하기에 충분했으며 화려한 네온사인으로 반짝인 계단식 무대에는 그들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또 당시 미국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제임스 딘과 엘비스 프레슬리, 마릴린 먼로 등의 헤어와 메이크업을 연구해 캐릭터 각각의 매력을 더욱 살렸다. 의상 역시 현대적 유행과 과거 스타일을 접목, 새롭게 제작해 더욱 세련된 무대를 완성시켰다.

▲ 뮤지컬 그리스 <사진출처 = 오디뮤지컬컴퍼니>

이에 모자라 대대적인 대본 수정 작업까지 펼쳤다. 지금의 문화 코드를 반영한 새로운 대사의 개발과 기존 대사 수정 작업을 통해 새로운 웃음코드를 선사한 것이다. 이는 원작의 매력을 최대한 부각시키면서도 20~30대 젊은 세대들이 공감할 수 있을만한 내용을 투영해 ‘시대의 흐름에 발맞춘 연출’로 높이 평가되기도 했다.

특히 KBS ‘개그콘서트’ 3인방의 참여는 티켓파워를 높이면서도 작품의 완성도를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진행돼 더욱 눈길을 끌었다. 일부 작품들이 흥행을 목적으로 아이돌 가수를 주연으로 낙점, 검증되지 않은 실력과 부족한 연습 등에 뭇매를 맡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다.

개그맨 노우진과 이동윤, 유민상은 라디오 디제이(DJ) 빈스 폰테인 역을 맡아 극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그들만의 빈스를 만들어내기 위해 바쁜 스케줄에서도 적극적으로 연습에 참여, 강력한 웃음폭탄을 연구했다는 후문이다.

중·장년층에게는 젊은 시절의 향수를, 젊은 세대에는 짜릿한 한여름 밤의 꿈을 선사하는 뮤지컬 ‘그리스’는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만한 10대의 사랑과 우정에 대해 진솔하게 풀어냈다. 그래서인지 시대와 공간에 상관없이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낸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세상은 꿈과 환상이 가득한 동화 나라가 아니다. 바로 나 자신과 내 친구들의 이야기다. 이에 관객들은 극중 주인공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추억을 곱씹는다. 이것이 바로 10대 자녀와 부모가 함께 공연장을 찾을 수 있는 원동력인 셈이다.

이처럼 2003년 한국 초연을 시작으로 10년째 사랑받는 뮤지컬 ‘그리스’는 스타 등용문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바로 ‘그리스’ 출신 배우들이 현재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엄기준과 오만석은 각각 대니와 두디 역으로 2003년 초연에 참여한 바 있다. 매력적인 목소리로 대한민국 여심을 흔든 이선균도 2004년 대니 역을 맡았으며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우뚝 솟은 조정석 역시 ‘그리스’ 출신이다. 이와 함께 드라마 ‘각시탈’로 진가를 인정받은 주원도 ‘그리스’가 낳은 스타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이 자랑하는 뮤지컬 디바 김소현과 충무로가 주목하는 배우 조여정 역시 ‘그리스’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이외에도 지현우, 김산호, 김무열, 박혜경, 박정민 등이 ‘그리스’를 거쳐 갔다. 이것이 10년간 펼쳐진 2000회 이상의 공연이 무색하지 않은 이유이자 이번 작품에 참여한 신예 배우들이 더욱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아름답고도 순수한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이는 뮤지컬 ‘그리스’는 다음달 28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관객들을 맞이한다.

crystal07@ilyoseoul.co.kr

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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