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유수정 기자]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가 연일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경쟁사인 롯데주류와 불거진 100억 소송을 비롯해 매출 감소와 브랜드 이미지 하락 등 업계 1위로서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그 이면에는 하이트진로 내부 갈등설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어 그 내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트진로 내부를 들여다본다.
업계 1위 옛말, 100억 소송 휘말려
매출 하락 이어 내부 갈등설까지
하이트진로는 2005년 하이트맥주가 소주생산업체 진로를 인수해 출범한 기업이다. 첫 합병 당시만 하더라도 소주와 맥주업계의 1위를 달리던 두 기업의 만남으로 주류업계를 평정하리라는 시선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하이트맥주’와 ‘참이슬’의 매출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오히려 경쟁사들에 밀려 십수년간 1위 자리를 고수하던 기업이 ‘업계 1위 탈환’이라는 문구를 사용해야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이는 기업 내부의 ‘하이트맨’과 ‘진로맨’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라는 소문까지 번졌다.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합병 할 당시 하이트 직원은 약 1600명이었다. 반면 진로 직원은 1900여 명에 달했다. 어떻게 보면 작은 조직이 큰 조직을 품어 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수박 겉핥기’식으로 진행된 무리한 합병이 조직원간의 화합을 모색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앞서 하이트진로는 2011년 하반기 ‘진로맨’들이 대거 이탈한 것은 물론 지난해 초부터 시작한 영업조직 통합도 제대로 된 성과를 보이지 못하는 등 내부적 문제가 있다고 자평했었다. 이는 양사 합병에 따라 진행된 영업통합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시행된 것은 물론 ‘신(新)인사제도’ 도입으로 직원들의 혼란을 가중시켰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진로 출신 대부분이 회사를 떠났으며 남은 직원들도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했다.
하이트맨 vs 진로맨 진로인사 솎아내기?
진로 출신 직원이 상대적으로 인사에 불이익을 당했다는 것은 그동안 업계에 공공연하게 들려온 사실이다. 여기에 이남수 대표이사까지 사임해 ‘진로맨’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이 대표는 지난 1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해 하이트진로는 박문덕, 김인규 대표 2인 이사체제로 변경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하이트 출신과 진로 출신의 밥그릇 싸움에서 ‘하이트맨’이 이겼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나돌았다.
내부 사정이 이렇다보니 외부로도 그 여파가 이어졌다. 최근 하이트진로는 100억 소송에 휘말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이와 함께 경쟁제품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로 이미 임원진 4명이 불구속 기소된 상태라 비난의 화살은 더욱 커졌다. 지난 5일 롯데주류는 소주 브랜드 ‘참이슬’의 제조 및 유통을 담당하는 하이트진로가 자사 브랜드 ‘처음처럼’을 악의적으로 비방해 손해를 끼친 혐의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그 규모가 무려 100억 원에 달해 업계 및 소비자들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롯데주류 측은 경쟁사 하이트진로의 허위사실 유포로 매월 0.5~0.7% 가량 증가세를 보이던 ‘처음처럼’의 시장점유율이 급감해 막대한 매출손실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또 자사 제품의 훼손된 이미지 복구를 위해 사용한 광고비 등을 추산할 경우 피해액은 1000억 원이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들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3월 한 인터넷방송에서 방영된 ‘처음처럼’ 비방 내용을 자사 제품 홍보에 악의적으로 이용했다. 방송이 허위사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 주재로 대책회의 및 대응지침을 만들고 영업사원을 통해 블로그와 SNS 등에 유포했다는 것이다. 또 음식점 및 유흥가 일대에서 6000만 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제작한 전단지와 판촉물 등을 배포하기도 했다.
무리한 영업 마케팅 원인은 ‘실적부진’
이에 롯데주류는 같은 해 5월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판촉 활동을 벌인 혐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하이트진로 측을 고소했다. 결국 검찰은 길고 긴 법정 싸움 끝에 지난 1월 하이트진로 황모 전무 등 임원 4명과 한국소비자TV 제작 관련자 2명을 불구속 기소하며 롯데주류의 손을 들어준 듯 보였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알칼리 환원수가 안전하다는 것은 롯데 측의 주장일 뿐”이라며 “실제로 학회에서는 아직도 전기분해한 알칼리 환원수의 안전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또 “기소된 직원들에 대한 법원 판결이 아직 최종적으로 나온 것도 아닌데 마치 유죄가 확정된 것 처럼 보도되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앞으로 남은 재판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업계는 물론 네티즌들까지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였다. 엄청난 규모의 소송에 전 국민의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한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관련 기사에는 백여 건에 달하는 댓글이 달리는가 하면 네티즌들은 SNS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퍼다 나르며 관심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네티즌은 “예전 OB 페놀사건 때도 그러더니 지금도 언론플레이 등을 통해 경쟁사를 비방하고 있다”면서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전기분해한 알칼리 환원수의 안전성여부 진위를 가려달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소송이 기업 간의 상생을 도모하지 못한 것이라 꼬집기도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과거에는 롯데가 ‘참이슬’에 대해 일본 자본설과 관련한 악성 루머를 퍼뜨려놓고 경쟁사로 인한 자사 매출 하락에는 소송을 걸었다”면서 “서로 상생해야지 두 업체가 상대방의 이미지를 깎아 내리면 소주 시장만 쇠퇴될 것”이라 걱정을 표했다.
한편 네거티브 마케팅을 악용한 사례의 대표적인 예로 자리할 이번 사건은 경쟁구도가 심화된 소주 시장점유율 쟁탈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진로는 1970년 국내 소주시장을 압도적으로 지배한 이래 43년째 1위 자리에서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 기존 제품과 차별화를 시도했던 ‘처음처럼’에 영향을 받으며 위태위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소주시장에 뛰어든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롯데주류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참이슬’은 지난해 수출 점유율 1위 자리를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이뿐만이 아니다. 대한민국 맥주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던 ‘하이트’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월 ‘맥주시장 점유율 변동 원인분석’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의 기호와 변화하는 영업환경 속에서 하이트진로가 수명 주기상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1996년부터 14년간 맥주시장을 장악했던 하이트진로가 2011년 ‘카스’를 앞세운 오비맥주에 업계 1위 자리를 뺏겼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더욱 벌어져 걷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와 카스의 브랜드력 차이가 점유율에 근본적인 영향을 끼쳤다”면서 “이미 그 격차는 너무도 벌어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특히 “2005년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합병과정에서 나타났던 영업집중력 약화가 점유율 하락세를 가속화시킨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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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정 기자 crystal0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