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이랜드그룹(회장 박성수) 계열사의 가든파이브 입점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주변상인들의 배신감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곳은 1조4000억 원 가량의 혈세가 들어간 곳으로, 최초 설립 취지가 청계천 상인들의 이주를 통한 중소상권활성화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백화점 매출만 증대될 뿐 그 외 상점들의 활성화는 다소 미흡했다.
이런 와중에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산하 ‘가든파이브 특혜의혹 진상규명 특별소위원회(이하 소위원회)’가 특혜에 따른 부당함을 알리자 주변상인들이 또 한번 배신감을 느낀다며 아우성이다. 과거 청계천 상인들 중 일부는 노점을 했다는 이유로 보상을 한 푼 받지 못하고 내몰린 상인도 있고, 청계천 상권 붕괴로 삶의 터전을 잃었던 사람들이 상당수였기 때문이다.
[일요서울]과 만난 한 상인은 “소식을 접한 후 가장 큰 한숨을 쉰 것은 가든파이브에 함께 오지 못했던 과거 동료들 때문이었다. 나는 가게터가 있어 보상을 받아 그 돈으로 입주했지만 다른 동료는 노상을 했다는 이유로 강제철거 당하고 생계가 막막해 했었다”며 “만약 특혜가 없었다면 그도 이곳에서 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고 안타까워했다. 비록 노상의 경우 법적보상을 받을순 없다지만 그에 대한 그리움까지 지워지지는 않는다는 것.
특히 가든파이브내 NC백화점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이 수의계약을 통해 입점한 후 불법전대를 하면서 수억 원의 수익을 취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의 중소상권 침해 소식과 관련 현 정부가 극대로 예민한 상황에서의 이랜드리테일의 이번 특혜발표는 주변 상인들의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한편 소위원회는 지난 6일 시의회에서 “SH공사가 경쟁입찰 없이 가든파이브내 NC백화점을 운영하는 이랜드리테일과 수의계약을 맺은 것은 물류시설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입점 계약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NC백화점 입점을 위해선 가든파이브 분양자가 공용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대한 변경이 필요했는데, 이 과정에서 관리단 회원 80% 이상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SH공사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NC백화점이 입점 이후에 임대차 계약을 어긴 사실도 확인됐다. 백화점은 계약상 영업면적의 5%를 초과해 제3자에게 재임대를 하는 전대를 할 수 없는데도 별도 동의절차 없이 백화점 전체 면적 8만3700여㎡의 7.2%에 달하는 6040㎡(22개 매장)를 전대했고, 이들 매장의 매출액을 보고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구분소유자들이 임대료 수입을 못 받았다는 것이 소위의 판단이다.
김형식 소위원장은 “SH공사는 이랜드와 10년 장기계약을 맺으면서 계약을 해지할 경우 이랜드 측이 요구하는 프리미엄을 무조건 물어줘야 하는 ‘필요비ㆍ유익비 청구권’ 조항을 계약에 넣는 등 사실상 노예계약을 맺었다”며 “1조4000억 원의 혈세가 들어간 가든파이브가 특정 대기업이 아닌 시민의 이익을 위해 운영될 수 있도록 계약을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SH공사는 침체된 상가를 살리기 위한 조치였고 이미 서울시와 감사원 감사를 마친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SH공사 관계자는 “입주 상인들이 먼저 대형 백화점 유치를 원했고 대형업체 중에는 NC백화점만 참여의사를 밝혔다”며 “슬럼화될 우려가 있는 가든파이프를 활성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