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 늑장대응 본부 따로, 현장 따로…산불진압 '우왕좌왕'
포항시 늑장대응 본부 따로, 현장 따로…산불진압 '우왕좌왕'
  • 경북취재본부 김기원 기자
  • 입력 2013-03-11 18:18
  • 승인 2013.03.11 1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지난 10일 산불로 전소된 포항시 북구 용흥동의 집으로 돌아온 주민이 폐허가 된 집을 보며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10대들의 불장난으로 시작된 산불이 15명의 사상자를 내고 118명의 이재민을 낳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더욱이 이번 산불은 공부원들의 안일한 대처가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초기 산불진압 실패…교통통제 엉망

지난 9일 발생한 경북 포항 산불은 진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다.

이날 오후 3시 38분께 A군(12)이 용흥초등학교 옆 야산에서 라이터를 이용해 불장난을 벌이다 발생한 산불은 불은 초속 6~9m 북동쪽으로 부는 바람을 따라 빠른 속도로 주변 산에 옮겨붙었다. 당시 소방차는 2대에 불과했으며 화재 발생 20분이 지나도록 포항지역 산림을 책임져야 할 시 공무원은 어디에도 없었다.

더구나 산불진압헬기가 떴으나 지상과 무전이 이뤄지지 않아 산불이 민가로 내려오는 것을 막지 못했다. 또한 불이 용흥초 우측 아파트 인근까지 내려갔으나 산불과 3m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아파트 주민을 향한 어떠한 경고·대피방송도 나오지 않았다.

따라서  불길이 용흥중학교까지 번지는데 20여분도 채 걸리지 않았으며 불은 산 뒷편을 넘어 용흥동 우방아파트 앞 산까지 삽시간에 번졌다.

▲ 지난 9일 발생한 포항시 용흥동 야산에서해병대원들이 잔불정리를 하고 있다. 이날 발생한 산불은 17시간만에 진화됐다.

특히 용흥동 우방아파트로 가는 길은 그야 말로 전쟁터를 방불, 현대아파트 앞 네거리의 경우 차량통제는 커녕 운전자들의 꼬리물기와 끼어들기에 심각한 혼잡이 빚어졌다.

뒤늦게 경찰·시 공무원들이 차량통제에 나섰으나 한번 시작된 혼잡은 돌이킬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소방차량이 화재장소에 도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으며 만일 불길이 도로쪽으로 밀려왔더라면 대형 참사도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주민대피 방송 없었다

이날 산불은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용흥동 쌍용아파트 방면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산불이 주택가로 내려오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화마에 집을 잃었다.

이에 주민들은 대피방송조차 없었다고 증언하며 분통을 터뜨렸다.김모(44·여)씨는 "대피하라는 TV자막도 방송도 아무것도 없었다"며 "소방서에서도 인력이 부족하니 집에서 빨리 대피하라고만 했다"고 토로했다.

포항시 우현동 대동우방아파트 뒷산에 거주하는 안모(79)씨는 산을 타고 불이 내려오는 것을 보고도 피하지 못한 채 불에 타 숨졌다.

인근 주민들은 대피방송 등 공무원들이 조금만 빨리 움직였더라면 소중한 생명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날 발생한 118명의 이재민 중 대부분도 대피방송을 듣지 못했다. 이러니 대피장소를 안내하는 것도 제대로 될리 없었다. 화재에 집을 잃은 한 노부부는 친손자에 의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갈 곳을 몰라 자신이 평소 가던 경로당을 찾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포항시의 늑장대응이 화마 키웠다

대형 산불 등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포항시는 재난대책본부를 꾸려야 한다.

재난대책본부장은 지자체장이 맡아 전체적인 산불에 관한 총괄 지시를 내린다. 그 아래 소방본부 긴급구조통제단을 두고 산불진압에 나서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또 매뉴얼대로라면 긴급구조통제단장의 지휘에 따라 산업과 등 산림관계 공무원들이 산불진압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포항시는 현장상황을 파악하기에 급급했으며 불길을 따라 이동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심지어 불길이 이미 학산·덕수동까지 번진 후인 오후 6시가 되서야 포항고등학교에 정식 재난대책본부를 차리고 운영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포항시와 소방당국의 산불진화는 엇박자를 내는 상황을 빚었다. 이뿐 아니라 산불진화의 중심에 있어야 할 시가 소방당국에 진화 현황을 물어보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또 일부 시 공무원들은 또 소방대원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잔불진화에 나설 동안 뒷짐을 지고 현장을 어슬렁거리는 한심한 태도를 보였다.

포항시는 결국 10일 0시35분께야 소방당국이 긴급구조통제단을 운영하는 대흥초등학교에 들어가 다시 재난대책본부를 차렸다.

결국 늑장대응과 안일한 대처가 화마를 더욱 키웠다는 비난의 화살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타 지역의 소방장비 80대와 인력 등이 포항에 오면서 주차공간 등이 필요해 본부를 따로 만들었다"며 "소방장비에 지령을 내리는 일 등 필요에 의해 따로 본부가 운영됐으며 체계적인 지휘라인을 갖추는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엉뚱한 해명을 늘어놨다.

또 같은날 오후 3시40분께 경북 봉화군 재산면 상리 산 135번지 일대 야산에서 담뱃불 실화로 추정되는 산불이 발생, 산림 15ha 가량을 태우고 10일 오전 10시께 진화됐다.

이날 산불이 발생하자 봉화군은 헬기 9대와 진화차, 소방차 등 진화장비와 공무원, 산불진화대, 소방대원, 경찰, 군인, 주  민 등 1000여명의 인력을 동원, 조기진화에 나섰지만 강풍 등으로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kkw53@ilyoseoul.co.kr

경북취재본부 김기원 기자 kkw53@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