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부실 정보제공, 소비자 우롱 행태
신용카드 부실 정보제공, 소비자 우롱 행태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3-03-11 11:12
  • 승인 2013.03.11 11:12
  • 호수 984
  • 3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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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정보 쏙 빼고 회원 가입만 시키면 된다?

카드 발급 후 혜택 축소 등 잇따라
알 권리 무시하는 부도덕 영업방식

카드사의 정보제공 누락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이 연회비·할부·포인트·리볼빙 등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명확하게 알리지 않아서다. 더욱이 최초 카드발급 시 카드사에서 제공하는 혜택만 과장해 고객 불이익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접수된 신용카드 관련 소비자 피해 702건을 분석한 결과 ‘연회비·포인트 결제조건 등 주요 정보제공 부실로 인한 피해’가 31.9%(224건)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례1) 막무가내 리볼빙 서비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이모(30·회사원)씨는 지난달 신용카드를 이용하던 중 자신이 리볼빙서비스(10%)에 가입돼있고 미결제 금액도 700만 원 가량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평소 리볼빙서비스에 대해 잘 알지 못했던 이씨는 서비스를 신청한 사실조차 기억에 없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이씨는 카드사에 항의를 해봤지만 “2010년 2월 인터넷상으로 리볼빙서비스(10%) 결제 전환이 신청됐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현재 이씨는 인터넷으로 리볼빙서비스를 신청한 사실도 없고, 리볼빙서비스에 따른 이자 등에 대해 전혀 안내받지 못했음을 이유로 리볼빙서비스로 인해 발생된 부당이자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사례2) 연회비·이자(수수료) 관련 정보제공 미흡

연회비 면제받는 조건으로 카드를 발급받은 충남 천안의 최모(47)씨. 하지만 추후 연회비가 청구되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가입 당시와 다르게 연회비 1만5000원이 청구됐다. 해당 카드사에 항의해봤지만 청구된 연회비를 내야했다.

사례3) 얼마 안 되는 ‘할인서비스 문구’만 부당 강조
 
경기도에 거주중인 김모(36)씨는 할인마트를 들렀다 발급받은 카드로 약값 및 병원비 1076만630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결제했다. 김씨는 이때까지 카드에 표시된 ‘병원·약국 5~10% 할인’ 이라는 문구만 믿고 있었다. 그러나 김씨가 할인받은 금액은 2만840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김씨가 카드사에 문의하자 전월 실적이 30만 원을 초과한 경우에만 할인이 가능하고, 할인 한도액도 월 최대 1만 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김씨는 “신용카드 발급 시 상기 내용에 대해 안내받은 적 없다”며 “카드사가 ‘병원·약국 이용 시 최대 1만 원 할인’이 아닌 ‘병원·약국 5~10% 할인’으로 기재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외에도 부실한 정보제공으로 인한 피해는 ▲ 포인트 적립조건을 사실과 다르게 고지 ▲ 신용카드 발급 시 ‘유리한 포인트 조건’에 대해서만 설명 ▲ 신용카드 발급 시 마일리지 적립 제한 조건 부실 설명 ▲ 세이브포인트 결제 시 할부이자가 청구된다는 사실 미고지 등 다양한 형태에서 드러났다.

더불어 국내 카드사들의 이 같은 영업행태는 영국·일본의 경우와 대조돼 더욱 비난을 받고 있다. 영국의 경우 2010년부터 대금 청구서에 ‘최소금액 결제방식(리볼빙서비스)은 이자가 많이 발생하며, 장기간 이용하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다. 일본 역시 할부매매법을 통해 할부 가격을 표시하도록 규정했고, 홈페이지나 약관을 통해 할부 및 리볼빙 서비스의 이자총액을 예시해 고지하고 있다.

소비자 기만하는 카드사

소비자의 원성을 사는 카드사의 문제점은 부실한 정보 제공뿐만이 아니었다.

연회비 기간 내 혜택 변경에 대한 불만도 제기됐다. 하나SK카드 회원인 디자이너 강모(29)씨는 “처음 만드는 신용카드인 만큼 관련 혜택을 수도 없이 비교한 뒤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카드를 사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혜택이 축소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기존 혜택을 믿고 카드를 발급했는데 갑자기 혜택이 줄어드는 건 말도 안 되는 처사”라고 말했다.

또 카드사의 대표적인 영업방식인 텔레마케팅에 대한 불만도 여전했다. 삼성카드를 사용 중인 직장인 조모(28)씨는 “내 신용정보를 어디에서 받았는지 롯데·신한 카드 등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온다”며 “혹시 내가 만들었던 카드사에서 빠져나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텔레마케팅 영업을 언제까지 고수할 것인지도 지겨워 죽겠다”고 비판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를 살펴봐도 카드사들은 보다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동안 한국소비자원에는 철회·항변에 대한 불만이 144건, 분실·도난관련 보상에 대한 불만 103건, 대금청구 관련이 97건, 카드정보 유출도 17건이나 접수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드 모집원은 “솔직히 카드사에서 만들어 놓은 조건을 정확히 설명하면 카드 발급자 수는 현저히 떨어질 것”이라며 “카드사들은 법을 교묘히 이용해 엄청난 수익을 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카드 모집원 입장에서 소비자의 입장도 이해를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신규 회원모집에만 정신이 팔린 카드사들은 소비자들에 대한 권리 보장을 잊은 지 오래다”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해결책 없나

한국소비자원의 설명에 따르면, 신용카드사들은 “신용카드 발급 시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주요 정보를 카드 모집원이 충분히 설명하고 카드이용 안내책자 및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고지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주요 정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해 피해가 다발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용카드사들은 불리한 조건을 은닉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고지하고 동시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이러한 문제를 증폭시킨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은 할부 및 리볼빙서비스 이자와 관련해 신용카드사들이 ‘이달에 지급할 이자(수수료)’ 정보만 제공 하고 있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할부 및 리볼빙서비스로 결제할 경우 이자(수수료)를 추가 부담해야 함에도 신용카드사들은 소비자에게 이자총액을 제공하지 않아 피해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한국소비자원은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과 신용카드 대금 청구서에 연회비·할부 이자·포인트 적립 조건 등 주요 정보를 명확히 제공할 수 있도록 서식을 개정하는 방안을 내놨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 “소비자들이 결제방법을 선택할 때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총 할부금액, 리볼빙서비스 이용에 따른 이자(수수료) 총액을 정확하게 계산해본 후 선택해야 한다”며 “신용카드 포인트·마일리지 조건 등은 카드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다시 한 번 자세히 확인하고 이용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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