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수진 기자]금호가(家)가 또 다시 화합으로부터 멀어지는 분위기다. 금호가의 4남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이 횡령과 배임 혐의로 조사 중인 가운데 금호석유화학 간부 일부가 하청업체에게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리베이트도 대납시키는 등 불법행위를 자행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회사 경영에 집중하고 있는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달리 계열사 분할 후 잇단 논란으로 금호가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금호가의 오랜 관례인 ‘아들 중심’의 경영 승계 원칙도 배제하고 있어 형제간 불협화음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의 탈 금호가 행동으로 과거 승계구도의 황금분할을 자랑했던 금호가가 박찬구 회장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이다.
횡령·리베이트 대납 등 잇단 논란으로 금호가 먹칠
장녀 지속적인 지분 매입에 장자 승계 원칙도 흔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동생 박찬구 회장의 불미스러운 일은 금호가의 균열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특히 박찬구 회장은 회사 돈 300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 중인 상황에서 허위계산서와 리베이트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7일 경찰은 금호석유화학이 하청업체에게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리베이트도 대납시키는 등 불법행위에 연루된 금호석유화학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 23명을 입건했다. 이중 금호석유화학 상무 등 간부 2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금호석유화학은 2009년 7월부터 2010년 2월까지 12개 하청업체를 상대로 58회에 걸쳐 총 115억 원 상당의 허위 매출세금계산서를 발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다.
또한 2009년 2월 서울 지역주택조합건설 공사와 관련해 A업체에 창호공사를 재하도급 해주는 조건으로 조합장 B씨에게 주기로 했던 1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대납하게 했다. 이어 2010년 7월에는 지방 주택조합 건설 공사와 관련해 시행사 대표 D씨에게 공사대금의 8%(약 9억 원)를 리베이트로 제공하기로 약속하며 창호공사를 수주하고, 그 중 선금 2억5000만 원을 하도급 받는 2개 업체가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금호석유화학 간부들이 하청업체들로 구성된 골프모임을 조직해 매월 골프 접대를 받고, 하청업체 대표로부터 외제차를 제공받아 타고 다닌 사례도 적발했다”며 “대기업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에게 일방적으로 허위 세금계산서 발행을 강요함으로써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저해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금호석유화학은 회사 차원에서 하청업체에 리베이트를 부담하도록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반발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시점은 경영권 공백시기로 회사는 매우 어수선한 경영환경에 처해 있었으며 이런 부적절한 거래가 표면적으로 감시되기도 어려운 시기였다”고 해명했다.
강제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하청업체로부터 하여금 부당한 채무를 부담하게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전자세금계산서 시스템이 도입됨에 따라 업무처리상 발주업체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했을 뿐”이라며 “하처청업체와 사전에 협의해 일방적으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도록 한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하청업체에게 리베이트를 전가했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하청업체들이 당사에 창호 등을 공급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시행사 관계자를 상대로 영업을 하거나 건자재 사업부 직원들과 협의해 영업을 한 사례는 이번에 확인된 일이다. 관련 직원들에게는 해고 및 권고사직 조치를 취했다. 금호석화도 사실상 피해자”라고 말했다.
‘금녀벽’ 허무나
박찬구 회장의 탈 금호가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다. 장녀인 박주형씨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하자 일각에서는 박씨가 경영 참여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는 선친인 고 박인천 회장이 ‘여러 사람이 관여할 경우 분란의 가능성이 있어 상속은 남자에게만 한다’는 후계구도 원칙을 깨트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해 12월 17일부터 금호석화 주식을 매입하기 시작해 지난달 25~28일, 이번 달 4일, 6~7일 등 일곱 차례에 걸쳐 회사 주식 2만6400주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박씨의 지분은 8만1661주에서 10만8061주로 늘었으며 현재 지분율은 0.35%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씨의 지분율이 故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9.98%)나 오빠인 박준경 금호석화 상무(7.17%)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단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박씨의 지분매입은 경영 일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더욱이 박찬구 회장이 평소 ‘여자에게도 균등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혀 박씨의 참여에 무게가 실린다”고 말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박씨의 지분 매입 금액은 박찬구 회장으로부터 자금을 증여 받아 이중 세금을 빼고 남은 돈으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잇단 논란과 딸의 경영 참여 가능성 등으로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과의 화합은 전혀 생각하지도 않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만약 박찬구 회장이 과거 금호가의 우애를 되찾기 위한 생각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섣불리 행동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금호가가 과거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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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