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된 내곡동 미스테리 MB 비자금 의혹 밝히는 게 핵심
부메랑 된 내곡동 미스테리 MB 비자금 의혹 밝히는 게 핵심
  • 최은서 기자
  • 입력 2013-03-11 10:45
  • 승인 2013.03.11 10:45
  • 호수 984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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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사건 재점화

[일요서울|최은서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9일 만에 ‘내곡동 사저 매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고발당했다. 이 사건은 이 전 대통령이 ‘몸통 의혹’을 받아왔으나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다. 앞서 특검은 ‘법률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가 면제돼 조사해도 기소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지 않았다. 당시 이광범 특검팀의 재수사는 의혹만 무성한 채 끝났다. 숱한 의혹의 중심에 선 내곡동 땅은 난공불락의 수수께끼였던 셈.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한 상태이기 때문에 조사가 가능해졌다. 이에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을 소환할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 지난해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가 내곡동 특검에 출석해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이명박 전 대통령 일가는 재임 내내 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다. 특히 ‘내곡동 사저 매입’을 둘러싼 의혹은 수사 과정에서 ‘MB 비자금 의혹’까지 불거지는 등 ‘눈덩이’처럼 커졌다. 이 전 대통령이 이광범 특별검사의 수사기한 연장 신청을 거부해 ‘비자금 의혹’과 ‘이 대통령 내외의 시형씨에 대한 편법 증여 논란’은 해소되지 못한 채 덮이고 말았다.

‘청와대’ 보호막 사라져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 ‘청와대’라는 보호막마저 사라진 지금, 내곡동 사건은 이 전 대통령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지난 5일 참여연대는 이 전 대통령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배임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김인종(불구속 기소) 전 경호처장이 내곡동 사저 터를 구입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최소한 세 차례 이상의 보고를 받았고 내곡동 부지 선정과 함께 아들 시형씨 명의로 매입하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참여연대는 고발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처장 등의 업무상 배임 행위를 지시했거나, 적어도 보고받고도 방조한 것으로 판단해 고발한다”고 밝혔다. 또 참여연대는 “이 전 대통령이 김 전 경호처장 등에게 경호시설 부지와 함께 퇴임 후 사저 부지까지 매입하도록 지시한 사실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과 특별검사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조항에 따라 이 전 대통령에게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또 시형씨에 대해서도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6억 원을 현금으로 빌려 내곡동 땅 매입대금으로 썼다는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조세포탈 혐의로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앞서 특검 수사를 통해 김윤옥 여사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드러난 현금 6억 원과 함께 시형씨가 이 회장으로부터 빌렸다는 현금 6억 원까지도 이 전 대통령 부부의 돈이라면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를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MB, 소환될까

참여연대의 고발로 검찰이 내곡동 사건을 다시 수사한다.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로써 이 사건에 대한 세 번째 수사가 된다. 해당 사건은 이미 검찰의 재수사와 특별검사 수사 등을 거쳐 대부분 결론이 나 있는 상태라 이번 수사가 어떤 결론을 낼지 주목된다.

내곡동 사건 수사의 쟁점은 ‘MB 조사 여부’와 ‘내곡동 매입자금 출처‘다. 앞서 특검팀은 시형씨의 아파트 전세자금이 이 전 대통령 부부의 은닉 자금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하고 추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전세자금 중 1만 원짜리 구권화폐 1억4000만 원은 비자금 의혹을 더 짙게 만들었다. 구권화폐는 2006년까지만 발행된 것이어서 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됐던 것. 이와 더불어 이 대통령 부부가 시형씨에게 ‘편법 증여’한 돈이 다스의 비자금에서 나온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또 당시 특검팀은 사저터 구입 비용에 사용됐던 6억 원을 이상은 회장에게 빌렸다는 시형씨의 주장도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 돈들이 실제 이 전 대통령 쪽에서 나왔다면 증여세 탈루로 조세포탈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자금 출처에 대해 낱낱이 파헤칠지 주목되는 이유다.

법원은 내곡동 사건으로 기소된 김 전 처장에 대한 1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하며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바 있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은 공적 업무와 사적 업무를 일괄 위임한 후 피고인들의 독단적 판단으로 이를 처리하게 방치한 데도 그 책임을 찾을 수 있다”며 이 전 대통령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또 “법령상 예산 운용 담당자가 준수토록 규정하고 있는 감정평가절차를 의뢰, 확인까지 하고도 그 결과를 애써 무시하고 자의적 잣대와 과거 사례 등을 내세워 거액의 예산을 부당하게 집행했다”며 “이로 인해 대통령 일가에게 법률이 예정한 예우와 특혜를 넘는 거액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한 점은 비난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이 대통령 일가가 배임행위의 ‘수혜자’임을 분명히 했다.

재판부는 김 전 처장과 김태환(56) 청와대 경호처 행정관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 처리를 받지 않았지만 이 같은 재판 결과는 사실상 이 대통령을 기소한 것과 다름없었다.
현재 검찰은 수사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검찰이 전직 대통령 조사라는 꺼내들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법조계 주변은 MB 조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검찰총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데다 검찰 재수사와 특검으로 이미 수사가 종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마무리 된 상태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본격적 수사에 착수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있다면 조사가 이뤄질 수는 있겠으나 새로운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는 것 자체에 상당한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정기관 주변에서는 특검 당시 대통령이라는 지위 때문에 조사가 이뤄지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검찰이 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정황이 있기 때문이다. 수사는 MB 개입 정도 밝히는 게 핵심이 될 전망이다. 앞서 시형씨도 “아버지 뜻에 따라 돈을 마련했고, 지분 비율과 매매대금 차이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에 검찰이 이번 수사에서 어느 선상까지 조사 대상에 올려 ‘판단’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은서 기자 choie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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