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
인생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
  • 고동석 기자
  • 입력 2013-03-04 12:32
  • 승인 2013.03.04 12:32
  • 호수 983
  • 5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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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문턱에서 내가 본 세상은 정말 멋진 곳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기적을 원하지만 ‘기적’이라는 말처럼 멀고 공허하게 들리는 게 또 있을까. 인생에 산재해 있는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기 급급한 우리에게 기적이란 과연 무엇이며 그토록 집착하는 행복이란 또 무엇일까.

《인생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원제 : Be the Miracle)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 겸 칼럼니스트 레지너 브릿이 26년 간 취재해온 평범한 사람들이 일궈낸 기적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또한 그녀 역시 ‘기적’같은 일을 겪은 사람이기도 하다.

저자 레지너 브릿은 한창 기자로서 주가를 올리고 있던 1998년, 갑작스런 유방암 선고를 받는다. 그녀는 당시의 일을 이렇게 회상한다.

“누군가 나의 삶을 바닥으로 내동댕이친 기분이었다.”

자신이 과연 중년을 넘길 수는 있을까 하는 깊은 회의감에 빠지기도 하고, 세상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게 억울하고 화가 났다. 하지만 ‘암’이라는 존재에 삶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는 없다고 결심한 그녀는 암도 삶의 일부라고 받아들이고는 최대한 일상을 유지하며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되고 지난한 투병 끝에 암을 극복하게 된다.

‘우리가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삶’이라는 톨스토이의 말처럼 처절한 경험 끝에 저자는 한 가지 깨달음을 얻는다. 바로 살아 있음, 그 자체가 기적이고 감사하다는 사실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단순할 수도 있는 이 진리가 바로 이 책을 쓰게 된 계기이다.

행복한 삶의 비밀은 특별한 것에 있다고 믿고 있나요?

원래 그녀는 불평불만도 많았고, 가십거리를 즐겼고, 선입견을 갖고 사람을 바라본 적도 많았으며 사소한 약속은 쉽게 어기는 스타일이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약해 결정적인 시련 앞에서 무너질 때마다 자신에겐 주변을 돌아볼 여유 따위는 없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암과 함께하는 동안 바라본 세상은 정말 멋진 곳이며 일상의 모든 것들이 기적이라는 깨달음을 얻은 후부터는 주변의 모든 일상,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인생의 끝에서 다시 만난 것들》에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여전히 ‘꿈’과 ‘희망’이라는 말을 믿으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사회로부터 찍힌 낙인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이력서를 써주거나 무료 이발 봉사를 하는 사람들, 전쟁을 피해 건너온 아이들을 위해 기꺼이 나눔을 행사하는 사람들, 사회에서는 가장 하찮은 일로 치부되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받아들이고 행복 바이러스를 나눠주는 사람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 기꺼이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행복한 삶의 비밀이 특별한 것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아침에 눈을 뜨는 것, 신나는 음악을 듣는 것, 맘껏 웃는 것,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등 이미 충분히 누리고 있는 일상의 행복에 대해 일깨워준다.

인생이란 원래 쉽게 내주지 않으며 한 번의 깨달음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해결될 만큼 간단하지도 않다. 저자 자신도 여전히 부족한 자신의 모습에 대해 솔직히 토로하며 확실한 것은 전에는 몰랐던 것을 이제는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과 함께 그 소중한 깨달음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다양한 삶은, 기적이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오거나 다른 이가 내게 행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 자신으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그저 우리 집 거실, 회사 사무실, 동네, 이웃에 작은 변화를 일으키는 것, 그게 바로 기적이다. 늘 “다음에.”라고 미루고 있거나 “역시 난 안 돼.”라고 미리 답을 내놓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이 책이 들려주는 작지만 아름다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당신의 하루를 채우고 있는 모든 것들이 자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레지너 브릿 | 비즈니스 북스 | 14,000원>

고동석 기자 kd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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