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어른용을 어린이에게 사용 하기도
처방전 받고 쓰면 문제 없다? 당국 “주의 요망”
한편 본격적인 봄나들이 시즌이 돌아와 멀미약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키미테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보다 확실한 안정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명문제약은 의약품 재분류에만 의존한 채 제품 자체의 개선 방안은 뚜렷하게 내놓지 않고 있어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처방전이 있다고 해도 제품이 변하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 아니냐.”
키미테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의 주된 생각이다. 오히려 쉽게 구할 수 있는 어른용 키미테를 어린이들에게 사용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키미테를 10년 넘게 사용했다고 밝힌 주부 김모(43·여)씨는 “우리 가족도 매년 3월이면 키미테 한 장씩 귀밑에 붙이고 나들이를 나섰다”며 “그런데 부작용 이야기를 듣고 나니 사용하기가 꺼려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아들은 멀미가 심한 편이라 키미테가 꼭 필요하다”면서 “처방전을 받는다고 해도 그 약이 그 약이라는 소리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사람 대부분이 멀미약하면 키미테부터 생각하는 만큼 작은 부작용이라도 회사에서 개선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또 다른 소비자인 회사원 염모(30)씨는 “우리 부부는 맞벌이를 하고 있어 키미테 하나사려고 처방전을 받으러 간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만약 아이가 급하게 멀미를 호소하면 어른용이라도 부착해주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물론 그에 따르는 책임은 부모에게 있지만 어떤 부모든 아이가 아프다고 하면 조바심이 생길 것”이라며 “키미테라는 이름에 걸맞는 제품이 일반의약품으로 출시되면 가장 좋을 듯 보인다”고 덧붙였다.
어른용 키미테는 달라진 것이 없다?
일각에서는 “어른용 키미테는 부작용이 발견됐을 때와 비교해 전혀 보완된 점이 없다”고 역설하며 “극소수이냐 다수이냐의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 약이라는 것은 단 한 명의 부작용 경험자도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국소비자원 역시 “성인에게도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는데다, 미국·영국·프랑스 등에서는 성인용 제품도 전문의약품으로 분류한다”며 “우리나라 역시 성인용 제품도 전문의약품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제로 소비자원에 접수된 성인 피해사례를 살펴봐도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 적절한 대처가 쉽지 않았다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제약 관계자는 여전히 “극수소의 부작용”이라며 “부작용 사례가 너무 확대된 감이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명문제약의 대책은 키미테의 의약품 재분류와 더불어 복약지도 캠페인을 실시하겠다는 것이 전부다.
앞서 명문제약은 키미테의 주사용성분인 스코폴라민에 의한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지난해 8월부터 수개월에 걸쳐 어린이용·어른용 키미테 전량을 회수했다. 하지만 당시에도 명문제약은 “국민들의 정서를 반영해 회수조치를 실시하긴 하지만 억울한 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약국에서 판매되는 멀미약 제품의 시장규모는 약 78억여 원(생산액 기준)이다. 이 중 명문제약의 키미테가 47억여 원 정도,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키미테가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는 회사라면 더욱 안전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한국소비자원이 말하는 키미테 부작용 예방법
▲ 반드시 정해진 용법·용량을 준수해야 한다.
▲ 키미테를 부착한 뒤 운전이나 기계장치를 조작하게 되면 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 어린이는 반드시 성인이 붙여줘야 하며, 사용 후 제거 시에는 부착면을 반으로 접어 어린이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버려야 한다.
▲ 어린이가 키미테를 부착할 때에는 보호자가 아이의 상태를 유심히 관찰하고,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 제품을 즉시 제거해야 한다.
▲ 알루미늄 등 금속물질이 함유돼 있어 키미테 제품을 부착하고 MRI 검사를 할 경우 화상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검사 전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 키미테를 만진 뒤에는 즉시 비누로 손을 깨끗하게 세척해야 한다.약 성분이 눈에 닿으면 일시적으로 시야가 흐려지고, 동공이 확대되는 등 시각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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