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그 열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출범 8년 만에 상선에서 여객선·해양플랜트·군함·크루즈선까지 건조하는 종합조선그룹으로 도약한 STX그룹이다.
STX그룹이 출범한 이후 계열사 모두 놀라운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1000억 원에 인수한 STX조선해양은 7년 만에 매출 3조 원을 달성하는 글로벌 ‘빅4’ 조선사로 성장했다. 인수 당시와 비교해 매출은 6배 가까이 늘었고, 자산 규모는 16배 이상 커졌다. 4억 달러도 안 되던 수주액은 2008년 120억 달러를 돌파했다. 존폐 기로에 있던 부실기업을 이처럼 키운 것은 기적이었다.
4000억 원 남짓에 인수한 STX팬오션은 5년 만에 매출이 9조 원에 달하는 세계적 해운사로 성장했다. 해운업계의 ‘만년 3위’였던 STX팬오션이 1위를 넘보게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 모두 인수 당시에는 화려한 부활을 예측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강 회장은 각 사가 보유한 숨은 가치를 꿰뚫었고, 정확한 예측으로 지속성장을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해 기업 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기업 공개 등을 통해 국내외 자본을 필사적으로 유치하고 대규모 이익 실현과 함께 안정적 재무구조를 이뤄냈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투자를 확대하면서 양적·질적 성장을 동시에 이뤄냈다.
각 계열사가 선전을 거듭하자 그룹의 외형도 하루가 다르게 커졌다. 쌍용중공업 시절 2000억 원 남짓이던 매출은 2009년 말 30조 원으로 150배나 증가했다.
이에 따라 STX그룹은 사업 부문별로 핵심 사업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중점 추진과제를 선정했다.
우선 STX는 전 세계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신규 비즈니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룹을 이끌어가는 사업 개발자로서 계열사가 보유한 핵심역량을 결집해 해외시장에서 신규 비즈니스를 개발하는 사업형 지주회사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조선·기계 부문에서는 글로벌 역량 강화를 통해 총 17조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STX조선해양은 해양플랜트를 포함, 조선 분야의 틈새시장으로 떠오른 특수선 수주에 주력하고 있다.
전 세계적인 조선 불황에도 쇄빙예인선·해상시험선·군용수송함 등 총 9000억 원 규모의 특수선을 수주하며 불황을 타개하고 있다.
유럽 최대 조선사 STX유럽 출범을 계기로 노르웨이·프랑스·핀란드를 유럽 지역 내 3대 전략거점으로 정하고, 노르웨이는 오프쇼어·특수선 사업, 프랑스와 핀란드는 크루즈선·페리선 사업에 집중하는 야드별 특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크루즈선·특수선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 만큼 STX유럽 자체 생산성을 높여 계열사와 시너지를 만들면 충분히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미 약 48억 달러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는 STX다롄 생산기지는 2008년 말 1기 조선소 준공을 완료한 데 이어 해양플랜트·엔진·주단조 공장 등 생산시설로 구성된 2기 공사도 2009년 말까지 모두 마무리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또한 STX그룹은 유럽·한국·중국으로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완성하고 있다. 여기에 핵심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해 시황에 대응하는 능력을 강화했다. 남미·아프리카 등지로 신규시장을 개척해 침체된 조선경기를 정면 돌파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신규 사업 분야에서도 대규모 수주를 기록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중동·남미·아프리카 등 해외 자원국가의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10년 상반기 인도 예정인 첫 LNG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해 신뢰를 쌓은 후, 해운사들의 추가적인 발주를 유도해 안정적인 수주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STX엔진, STX종공업, STX엔파코 등 엔진·기계 부문 3개 계열사는 육상 플랜트 같은 프로젝트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석유제품 운반선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STX조선은 해운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STX팬오션으로부터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고 LPG선, 특수선 같은 고부가가치 선종 개발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STX엔진을 비롯한 STX중공업, 엔파코는 엔진·엔진부품·소재 핵심 기술을 국산화해 세계 5대 엔진 메이커로 도약겠다는 목표다.
STX팬오션 역시 2008년에 이어 2009년에도 LNG선을 추가로 인도받아 LNG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호그와 제휴를 통해 렙솔의 LNG 수송대선 계약 형식으로 LNG 2호선인 ‘STX프론티어’를 2010년 7월부터 2012년 말까지 투입했다.
또한 LNG사업에 처음 진출해 연간 70만 톤씩 20년 동안 예멘으로부터 수입되는 한국가스공사의 장기도입 물량을 운송했다. 이를 바탕으로 비(非)벌크 사업 확대를 더욱 가속화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로 재편하겠다는 계획이다.
각 계열사는 해당 사업에서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과감한 설비투자, 신규 시장 개척으로 자산·매출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고의 전략은 ‘창의’와 ‘도전’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급성장을 했지만 STX그룹의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조선·기계·해운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는 동시에 녹색산업, 플랜트, 해외건설 등으로 신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있다.
STX그룹은 지금까지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수직계열화, 속도경영, 상생경영의 진면목을 보여준 STX그룹의 성공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수직계열화를 통해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해 대한민국이 21세기 해양대국으로 발전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고부가가치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도 강화하고 있다. 외형 성장에 걸맞은 내실을 강화하기 위해 ‘One-STX' 운동을 더욱 확산해 창조적인 조직 문화와 시스템을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강 회장은 2009년 경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2008년 말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부사장으로 승진한 신성수 STX조선해양 기술본부장은 세계 조선업계 최초로 2만2000TEU급 컨테이너선을 개발하는 등 STX조선해양이 VLCC, LNG선, 초대형컨테이너선을 연이어 수주하며 대형선 건조의 메카로 변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정영환 STX조선해양 부사장은 해양플랜트 부문장으로 사업 개시 1년여 만에 고부가가치 선박인 드릴십을 비롯한 초대형 원유저장설비, 해저파이프 플랜트 등을 잇달아 수주하며 STX그룹이 신성장사업인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종철 전 부회장 해운·무역 부문을 총괄하며 그룹의 글로벌 경영을 이끌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을 맡으면서 그간 STX와 STX에너지 양사 체제로 운영돼 온 해외자원 개발 같은 에너지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했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의 글로벌 경영 성과를 이어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성장잠재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해외에서 진행 중인 패키지 프로젝트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따라서 STX그룹은 해운, 조선·기계, 부품·소재 그리고 에너지, 건설·플랜트에 이르는 종합 솔루션 제공이 가능하다. 에너지와 연계한 육·해상 플랜트 건설과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여기에 관련 조선 기자재까지 공급하는 해외 패키지 프로젝트를 개발해 수주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활동하는 브레인, 지주회사
STX그룹은 세계 최고의 조선소와 엔진 메이커, 세계적인 플랜트·건설 전문기업과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새로운 비전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 프토폴리오를 짜고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지주회사 (주)STX가 있다. (주)STX는 그룹의 비전을 제시하고 계열사가 책임경영체제를 확립해 경영효율을 높이도록 지원하고 있다.
(주)STX는 이런 순수 지주회사 역할과 함께 에너지 개발사업과 산업용 기자재 무역도 하는 복합형 지주회사다. 계열사에 출자하고 그 성과를 관리하며 전문인력이 계열사의 경영과 투자도 컨설팅한다.
(주)STX는 STX팬오션·STX조선해양·STX엔진·STX중공업·STX엔파코·STX에너지·STX건설을 중심으로 해운·무역, 조선·기계, 플랜트·건설, 에너지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하고 있다. 각 계열사의 내실 있는 성장과 투명·윤리·책임 경영을 감독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초일류기업으로 거듭나도록 이끌고 있다.
시장 상황을 예측해 계열사가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이런 투자는 계열사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다른 계열사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밑거름이 되며 나아가 그룹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주)STX는 그룹의 가치를 더욱 높이는 방향으로 사업 프토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있다. 중장기 전략을 바탕으로 계열사 경영구조를 개선하고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주)STX가 계열사로부터 얻은 배당수익과 지분이익은 계열사의 높은 경영성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STX는 세계 유연탄 시장에서 유망한 사업 파트너로 성장하고 있다. 호주·중국·인도네시아·러시아 등지에서 조달한 유연탄을 한국전력·STX에너지를 비롯한 국내 대규모 에너지 소비업체는 물론, 중국·인도 등지로도 수출한다.
해외 광산에서도 투자해 유연탄 공급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해외에서 석유, 가스, 석탄 같은 에너지 자원과 니켈 같은 광물자원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해양플랜트·발전플랜트·해외건설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동시에 국내외 에너지·발전 시설에 안정적으로 원료를 공급하고 있다. 국내외 기업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도네시아 석탄광,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의 미켈광구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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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박수진 기자>
<출처=샐러리맨 신화, STX강덕수 나는 생각을 행동에 옮겼을 뿐이다│글로세움>
박수진 기자 soojina602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