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숨은 진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숨은 진실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3-03-04 10:51
  • 승인 2013.03.04 10:51
  • 호수 983
  • 3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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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또 다른 후폭풍 오나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반발해 소비자연맹 80여개 업체와 소상공인 600여개 단체가 일본제품 구매 반대운동에 나섰다.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번 불매운동 제품에 롯데 제품 일부 포함돼 논란이 되고 있다.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회자되는 상황에서 이번 악재를 만나 매출 타격과 신동빈 회장의 경영구상이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MB정권 최대 수혜기업인 롯데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도 진행되고 있어 지난해 불거졌던 롯데불매운동과는 차원이 다른 후폭풍이 예견된다고 입을 모은다.

 

주류업계 대거 참여… 롯데불매운동으로 확산
일본과 관계없단 해명에도 매출 타격 불가피

이번 불매운동의 대상은 아사히(맥주)·마일드세븐(담배)·니콘(카메라)·유니클로(의류)·도요타 렉서스 혼다(자동차)·소니(전자제품) 등이다. 소비재부터 공산품 까지 다양하다.
그러나 담배판매인협회, 유흥음식점중앙회, 외식업중앙회 등 참여 단체가 술과 담배를 직접 취급한다는 점에서, 이번 불매운동의 직접적인 타깃은 담배(마일드 세븐)와 술(아사히맥주)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특히 아사히맥주는 롯데가 수입·판매하고 있고 롯데 일가가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 함께 부각되면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롯데는 2005년 1월 일본 아사히 맥주와 지분체결을 맺고 ㈜롯데아사히주류를 출범시켰다. 이 회사가 들여오고 있는 아사히 맥주는 이후 2011년까지 연평균 48%에 달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1년과 2012년에는 2년 연속 수입맥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7월에도 롯데 제품을 겨냥한 불매운동이 일어난 바 있다.
유권자시민운동, 소상공인 단체 회원 200만 명은 ‘롯데 제품 무기한 불매운동’을 벌였다. 당시 전국 60만 곳에 달하는 룸살롱, 단란주점, 노래방, 음식점은 롯데의 스카치블루(양주), 처음처럼(소주), 아사히(맥주), 아이시스(상수), 펩시(콜라), 칠성사이다(청량음료), 실론티(음료), 2%(이온음료), 옥수수 수염차(음료) 등을 팔지 않았다. 연맹은 소속 시민단체, 가족 등 600만명을 규합해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빅마켓, 롯데슈퍼 등 유통 부문을 이용하지 않도록 했으며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리아 등도 불매 대상에 포함시켰다. 다만 이때는 골목상권에 대한 반발차원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 범주를 넘어 국제적 이슈를 통한 불매운동이라는 점에서 롯데가 받을 타격이 심각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반발하는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도 있어 지난해 롯데 불매운동과 양상이 다르다”며 “범국민운동으로 확산될 경우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증권소식지 등에는 “신 회장이 우리말을 잘 하지 못한다. 일본어에 능하다"는 인심공격도 서슴치 않으며 롯데의 일본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움직임도 일부 알려지고 있다.
일각에선 신 회장의 경영 성과에 대한 말들이 무성한 상황에서 이번 파문이 매출하락으로 연결될 경우 롯데가 힘들것이란 전망이다.
이미 여론은 물론 롯데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 수사도 매섭다. 지난달 22일 국세청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 20~30명의 조사원을 투입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영성적 우려 목소리 높아
롯데호텔은 호텔 사업 외에도 면세점, 잠실 롯데월드, 골프장, 여행 등의 사업을 하고 있으며 일본 롯데 계열사의 지분도 갖고 있어 사실상 롯데그룹 지주회사다. 더욱이 롯데는 MB정권에서 성장속도가 빨랐던 만큼 이번 세무조사가 달갑지 못하다.
롯데의 자산은 지난 2005년 33조원에서 지난해 83조원으로 150% 이상 늘었다. 삼성(121%), 현대차(149%), SK(149%), LG(85%)의 자산증가 속도를 앞지른 것이다.
포스코와 재계 순위 ‘5위’를 두고 2009년부터 엎치락 뒷치락 하던 롯데그룹은 2012년 기준 재계 순위 5위에 안착한 것으로도 평가받고 있다. 오히려 성장 속도는 더욱 빠르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은 현대중공업, GS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보다 재계순위가 높다.

이 때문에 이번 국세청 조사를 단순 정기세무조사라는 롯데의 입장에 의심의 눈초리가 짙다.
롯데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 (불매운동) 파장이 어느 정도라고 말하긴 어렵다. 아직은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는 것 같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skycros@ilyoseou.co.k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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